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 후기
기다렸던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2019년 11월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병원에서 아이 병간호를 하고 있었습니다. 말할 기운도 없이 타이머를 맞춰두고 아이들이 잠들면 휴대용 네블라이저에 벤토린과 폴미칸을 넣고 아이 옆에 붙어있었습니다.
2주 전에 쌍둥이 1호가 폐렴 진단을 받았어요. 옮을 까 봐 노심초사 돌보았지만 2호가 고열이 나기 시작했고... 폐렴이 옮았구나 직감했습니다. 두 아이가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다가 지금은 열이 내렸지만 몸통이 울리는 기침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네요. 먼저 앓은 1호가 괜찮아져서 항생제를 끊었던 날, 밤새 뒤척이며 울었는데 혹시나 해서 다음날 새벽같이 데려간 소아과에서는 급성 중이염이 왔다며 아마 귀가 아파서 밤새 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짬을 내서 카카오톡에 들어가 보니 출시일이라 그런지 이모티콘 샵 메인에 걸려있네요.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응원’할게>라는 멘트에 걸린 이모티콘을 보니까 제가 처음 기획했던 날이 떠올라 울컥했어요. 정말 오늘처럼 지치기도 지쳤던 날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애매한 재능은 덮어두고 내 소원은 이른둥이로 태어나 잔병치레가 잦은 아이들의 건강. 오직 건강뿐이었습니다. 그즈음 코 끝이 시릴 만큼 추운 뉴스 하나를 봤습니다. 2018년 11월, 작년 이맘때 즈음 제주도에서 엄마와 아이의 시신이 바다에서 발견된 사건이에요. 먼저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고 3일 동안 인터넷 뉴스에는 아이의 엄마를 찾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실종 장소를 기준으로 아이와 반대편에서 발견된 엄마의 시신이 인양되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부모 가정으로 친정 부모의 도움으로 살았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게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많아서 힘들기도 참 힘들기도 하지만 그 아이의 엄마는 어떤 절절한 시간들을 살았기에 그토록 모진 결정을 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어요. 새벽 2시에 택시에서 내려 그 추운 겨울 바다 앞에서 이불로 감싼 딸을 안고 바다로 향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모습이 인근 CCTV에 찍힌 것이 마지막 행적이었어요. 뉴스에 나온 아이 엄마와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머리가 아플 만큼 울었어요. 그 아이의 엄마와 내가 나이가 같고, 그 아이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해가 같았습니다.
아이 키우느라 제일 친한 친구도 생일날 한번 보는데 그분들을 현실적으로 만나서 도울 수 있을 거란 생각하지 들지 않았다가 카카오톡이 생각났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카카오톡을 할 텐데. 육아로 지치다가 잠깐 아주 잠깐이라도 대화창에서 이모티콘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기획했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 '육아시절' 은 요즘 육아로 인해 힘들어하는 저와 엄마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힘에 부치고 답답할 때가 많지만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피곤한 마음도 욱 하던 마음도 여러 생각도 잠시 내려놓고 아이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게 됩니다. 힘들게 육아하는 엄마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주고 싶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주는 기쁨과 위로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이와 엄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통해 이모티콘을 쓰는 동안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솔직히 태블릿으로 그린 것도 아니고 귀엽게 둥글둥글 굴러가는 움직이는 이모티콘도 아니라서 안될 거라 생각했어요. 만약에, 아주 만약에 통과된다면 처음 마음먹은 대로 한부모 가정에 흘려보내고 싶었습니다. 이모티콘으로 기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다니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네요. (카카오톡에서 진행하는 기브티콘, 기부티콘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통과된 아이템의 수익금을 개인적으로 기부하려고 해요.)
오픈되고 며칠이 지나 판매금을 확인하기 전에 마음이 마구마구 흔들렸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기부하겠다는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내 마음속에서 생각만 한 일이니까 지금은 아름다운 아이패드를 사서 나중에 돈을 더 벌면 그때 왕창 기부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10프로? 정도? 이 흔들리는 마음으로 신랑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뒤에 아이를 태우고 소아과를 가고 있었습니다.
“오빠, 이거 판매금 나오면 오빠 운동화 하나 살까?
돈 모자라면 좀 더 보태서 살까 봐.
10프로만 기부하고?”
가만히 듣던 신랑은 운전을 하면서
“그냥 다 기부해도 돼”
“아, 그래?”
“응.”
“아, 그래.”
이렇게 흔들리던 나의 마음은 신랑에게 붙잡혀 단단하게 굳어갔네요. 제가 예상한 금액은 3만원에서 많아야 5만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가 한정적이기도 하고, 엄마들 중에서도 아기 엄마들이라... 과연 몇이나 구매할까? 아무튼 기부는 마음을 먼저 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처음 마음대로 바로 입금되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정산금액이 1월에 입금되네요. 2020년 새해에는 기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육아시절’ 이모티콘 판매금은 아름다운 재단 - 한부모가정 지원팀을 통해 기부하려고 합니다. 오늘도 유난히 긴 밤을 걷는 그대들에게 위로와 평안이 함께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포기하지 마시길...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자라고 언젠간 엄마의 손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뛰어가버리니까 조금만 더 힘내세요. (2019.11월 작성)
그리고 두둥!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감도 귀여운 이공이공 1월 15일 통장 내역에 찍힌 '카카오 이모티콘' 수익금! 제가 생각한 금액은 수익분배금 빼고 5만원 정도였는데... 오! 생각보다 수익금이 괜찮네요.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입을 하고 두근두근, 첫 기부를 했습니다. 섹션이 너무 다양해서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몰라 재단에 전화했더니 '노동 영역'에 체크해서 기부하면 '한부모가정'에 지원된다고 하네요.
앞으로 또 기쁜 일로 소식 전하는 날이 있기를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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