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https://youtu.be/qzg-gH5rPzI
회사를 퇴사한 전직장 동료에게서 카톡이 왔다.
“잘 지내요?”
상투적인 질문에 상투적으로 대답했다.
“네 잘 지냅니다.”
거기서 그쳤을 우리의 대화는 어떻게 만남으로 이어졌다. 나는 시간이 많았고 그는 쉬고 있었다.
문래 창작촌 어느 골목, 코로나 때문이 사람이 많지 않은 그곳을 헤메다 들어간 곳은 평범한 술집이었다.
우린 별 생각이 없었고 그냥 메인 메뉴인 해물탕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있었던 생활을 덤덤히 내뱉으며 이야기 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고 그를 충실하게 들어주기에는 우리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 자체로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크기 중요한 비중이 아니었던 연애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연애 이야기를 할 때면 누군가는 자랑을 누군가는 추억을 누군가는 아픔을 말한다. 둘 모두 후자였다. 그 아픔이 주는 의미, 영향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조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의 눈동자에는 무엇이 비추어지고 있던 걸까. 공감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시간을 잘 견뎌낸 사람들이었다. 견뎌낸 시간만큼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생각한다.
은정은 환승을 잘 했을까?
그 목적지가 상수가 맞았을까?
방향이 달랐던 건 아닐까?
반대로 상수는 은정을 어떻게 보았을까?
무심코 건넨 빙어는 무엇이었을까?
모로코에서 둘은 만났을까?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머리는 알지라도 가슴 한 구석에는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라는 상상이 가득하다. 나에게 은정과 상수는 그런 현실적인 존재다.
상수는 당신의 눈동자의 건배를 외치며 은정의 눈물을 가져갔다. 은정은 울 수는 없었다. 은정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 순간 내내 멈춰서 그 장면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오직 내 얘기를 듣고 있던 한 사람을 바라보며 오롯이 느끼는 그 순간을 멋지게 보여주었던 감독을 사랑한다. 나는 오늘도 술 한잔하고 그 순간에 멈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