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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Mar 23. 2020

다양한 서사의 조화 그리고 아쉬움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시즌3으로 종영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애정 하며 보던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가 시즌 3을 끝으로 종영했다. 시즌 1부터 관심 있게 보았고 이 드라마를 통해 원작도 찾아서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그렇듯 원작과 드라마가 주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서 보는 것이 주된 감상 요소였다. (드라마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런치 글: 에이번리의 라벤더 (빨간 머리 앤 후속 에이번리의 앤을 읽고)



아름다운 앤과 에이번리 풍경

앤이 감격에 겨워서 자기의 감정과 자연을 표현할 때에는 주변 인물들이 혀를 찬다. 앤의 말들은 가끔 과하고 과장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도 피식 웃고 만다. 내가 빨간 머리 앤 드라마를 보고 여운이 깊게 남았던 것은 바로 집 안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등산을 가거나 근처 공원에 가거나 할 때, 앤이 부산스럽게 감탄하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풍부한 자연의 모습을 보고 나면 앤이 생각나게 된 것이다. 앤 덕분에 에이번리 마을에 있는 고즈넉한 풍경들을 찬란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책 보다 드라마가 나은 점 중에 하나는 글로만 읽던 에이번리의 모습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빨간 머리 앤의 캐나다의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다. 한복과 양복이 함께 존재하던 조선 후기처럼 캐나다의 과도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급변하게 변하는 과도기에는 다양함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마릴라는 '나'를 나타내는 의복에 많은 디테일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행은 바뀌고 앤의 세대는 풍성한 프릴과 과한 어깨 품이 들어간 드레스를 선호하게 된다. 등장인물이 입고 나오는 옷 하나하나에도 디테일과 정성이 들어가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시즌 3에 들어서면 전통을 고수하는 인디언 가족들도 등장하게 된다. 역사적 고증을 꽤 살렸다고 하는데 의상과 사는 모습을 구현해낸 것을 보는 것이 재밌는 관점이 되었다.




사회적 이슈를 노골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빨간 머리 앤 원작은 성장소설의 대표 격인 작품이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사건들 사이에서 앤이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물리적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 과정 속에서 사회상 반영과 변화가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이지, 그것이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드라마는 조금 다르다. 캐나다의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사회적 이슈를 부각해서 드러냈다. 좋게 말하면 부각해서, 불편하게 말하면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자치령으로 독립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인권의 존중과 근대적인 가치가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는 혼란의 시기였다.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은 시즌3에 걸쳐서 그러한 사회적 이슈들을 교과서처럼 도덕적으로 소개하고 가르친다. 이것이 일부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 도 있는 이유이다. 여성 인권이 신장됨에 따라 여성에게 지워지는 다양한 요구들을 앤은 떨쳐버리려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결혼하는 남자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따른다던지 코르셋을 입지 않는 다던지에 대한 작고 큰 이슈들을 상대한다. 그 외에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나는 대형 영리 기업의 등장, 동성애로 많은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콜,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길버트 친구 배시, 그리고 시즌3에 와서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전 정착하고 있던 인디언들과 일어나는 사회적 충돌까지.


이 정도까지 되면 지금까지 빈부격차를 제외하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사회적 이슈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다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차별하지 말자.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매우 노골적이고 도덕적이다. 마치 내가 공익 광고를 본 것처럼 과한 바람직함을 느꼈다.





조금 더 조화롭게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보다 드라마는 보다 더 입체적인 모습이 되었다. 밝고 희망찬 것은 더욱 환상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것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서사가 나열적으로 진행된다. 앤의 성장도 보여주고 주변 인물들의 변화도 그에 못지않게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러면서도 제기되는 사회적 이슈들도 빼먹지 않는다. 아쉬운 것은 조화롭기에 어려웠다는 점이다. 시즌 2까지만 해도 감정적인 몰입이 잘되어 순식간에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시즌 3에 와서는 의아한 장면들이 순간순간 아쉬웠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럴 수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캐나다는 아메리카 대륙 중에서 가장 많은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는 나라였다. 해외 드라마를 보노라면 캐나다에서 온 친구들을 놀릴 때는 역사가 얕은, 혹은 많은 문화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표현되곤 했다. 나는 그 결과의 모습만 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이 극적이게 입체적이고 다양한 서사의 진행으로 진행되었던 것은 그만큼 캐나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그러했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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