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먹는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슬 Oct 14. 2022

빵? 느끼해서 안 좋아해.

취향의 합집합

이해할 수 없는 한 마디였다. 다시 물어봤다.

"아아, 안에 버터 들어간 빵 하는 거지?"

"아니, 그냥 식빵도 너무 느끼하던데?"



꺼내 놓자면, 조금 실망했다. 연애에는 응당 함께 먹는 재미도 있는 것인데 갑자기 그 느낌이 반감되는 것 같았다. 하다 못해 카페에 가더라도 음료 두 잔을 시키고 베이커리를 하나 시켜 나누어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근데 식빵조차 느끼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기역요즘 나에게 미지의 사람이다. 취향이 비슷해 친구에서 연인으로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는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취미의 주제를 제외하곤 디테일이 꽤 달랐다.


둘 다 게임을 좋아한다.

나는 시간이나 인원에 제한받지 않는 솔로 플레이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하는 pc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다. 퍼즐 게임도 즐겨하고 솔로 PRG 게임도 한다. A는 게임한다고 하면 무조건 PC방이다. 친구들과 함께 세네 판 해야 직성이 풀린다. 단체로 하는 게임을 좋아하고 티어도 상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기억난다.


키덜트 감성도 가지고 있다.

내 방에는 아기자기한 토이스토리나 원피스 피규어들이 조금씩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레고를 사보기 시작했다. 처음에 한 두 개 모으던 것들이 어느덧 책장 두 칸을 채웠다. 기역은? 오로지 하나만 판다. 건담.

생긴 모양에 따라 무슨 버전이 있고 어떤 게 좋고 희귀한 것이다라고 설명도 들었다. 종류도 참 많다.


사실 주제가 같기에 기분 상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아예 다른 것보다는 좋았던 것이다. 완전 똑같은 취향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관계가 되었다. 이 사람은 이 상황에서 어떨까? 에서 나오는 호기심.




근데 빵은 다르다구,

어떻게 빵을 안 좋아할 수 있는 거야?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생각을 곱씹고 있는데 기역이 말했다.


"이제 들어갈까? 조금 있으면 시작하겠다."


영화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우연의 만남을 계기로 반복해서 만나게 된 남녀는 연인이 되었다. 중간에 여자의 직업 문제로 극한 갈등이 있었지만 둘의 근성과 재치로 해결이 되었다. 별 거 아닌 것에도 깔깔대면서 웃고 말 한마디에 하루가 기분 좋아지는 봄 같은 연애의 스토리.


극 중의 연인처럼 달달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손을 놓진 않았다. 약간 땀이 났지만 서로 아직은 먼저 손을 놓지 않는 그런 사이.




"배우 둘이 키 차이가 바람직하더라, 그치?"

"응, 남자가 진짜 커 보이더라."


영화관을 나오면서 줄거리에 대한 짧은 감상평을 나눴다. 커플이 보기 좋은 영화였다.

자연스럽게 1층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저녁 먹기엔 아직 해가 한창이었다.


아메리카노랑 라떼를 주문하고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빵 뭐 안 먹어?"

"안 좋아한다면서?"

"그래도 괜찮아, 먹고 싶은 거 하나 먹자."


잠깐 실망하긴 했지만 보여준 작은 배려로 사르르 녹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나 연애하고 있었지.


조금 더 시간이 흘렀을 때의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PC방에 가서 기역에게 롤을 배워볼지도 모른다.

기역은 픽사의 명작들을 하나씩 관람하게 될지도 모른다.

담백한 빵을 찾으러 다니는 투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취향의 합집합이 완성될 것이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 게국지가 우리만 먹는 음식인 줄만 알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