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사랑한다는 것

숨은 채로 자라는 중입니다 28

by 유신유

「중심 잡고 서 있는 나.

날 위해서, 널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형태」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멀리 서 있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나를 지키며
너를 향한 마음을

조용히 품고 있는 중이다.


너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너를 온전히 바라보는 법.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사랑의 방식이다.







깊은 바다는 요동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만나거나 꾸준히 소통할 수 없는 시기를 겪은 적이 있다.
누군가는 그런 우리를 보며 관계가 식은 것 아니냐고 묻곤 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다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잦은 표현보다는,

인내와 이해라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었을 뿐이다.


깊은 바다가 수면 위에서는 요동치지 않듯,

나의 내면은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사랑은 의식적인 선택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애정이 외부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춰져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 사랑은 고요한 순간들 속에 머물고,

말과 말 사이의 공간 안에서 숨 쉬며,

많은 것을 말해주는 침묵 속에서도 꾸준히 자란다.


사랑은 종종 격정적이고 격동적인 힘으로 묘사되곤 한다.
삶을 뒤흔들고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감정처럼.


내가 배운 사랑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눈에 띄는 흥분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길러지는 조용한 결의이자 흔들림 없는 안정감이다.


진정한 사랑은 항상 눈에 보이는 친밀함이나 잦은 표현으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물리적 거리와 고요함 속에서도 더 단단하게 자라난다.


사랑에는 언제나 ‘표현’이 필요하다는 전제에 나는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그보다 더 오래가는 사랑, 더 깊은 사랑은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 않는 것 아닐까.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을 떠올릴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그게 전부다.



사랑을 약화시키지 않는 거리


사랑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지속되고, 때로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물리적인 거리든, 정서적인 거리든,

누군가는 종종 그것을 유대감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오해하곤 한다.


거리는 애정을 시험하고, 정제하며,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련이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나는 ‘거리’가 주는 관점의 선물을 알게 되었다.

조금 떨어져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관계의 강점과 경계를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가까이 있지 못했다고 해서 나의 사랑이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깊고 넓은 방향으로 성장했다.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고 해서 언제나 함께 있어야 하거나,

서로의 공간을 온전히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러한 사랑은 자율성을 존중한다.
각자가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면서,

그 세계를 건강하게 관계 안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개인의 자아감을 잃지 않는 것이 오히려

관계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임을 이해하게 된다.

사랑은 몸의 가까움이 아니라 마음의 변함없음으로 측정된다.


떨어져 있는 동안, 나는 그 사람의 다른 면들을 보게 되었다.
늘 함께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모습.


자신만의 세계를 돌보고, 성실히 가꾸는 모습.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을 보호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나는 나를 지키며, 너를 향한 마음을 조용히 품고 있다.”
이 말에는 자기 보존과 헌신 사이의 섬세한 균형이 담겨 있다.


사랑은 종종 자기희생으로 미화된다.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경계를 포기하고,

모든 걸 내어주는 것이 진짜 사랑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균형을 필요로 한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진심으로 아끼는 힘.


내 이야기 속에도 그 경계가 흐려졌던 시기가 있었다.
상대를 기쁘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내 욕구와 감정을 뒤로 미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나를 놓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깨달았다.
진짜 사랑은 나 자신을 지우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두 사람이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며, 서로의 성장을 지지하고,
자신의 뿌리를 굳건히 하면서 관계를 가꾸어 갈 때, 진정한 사랑이 자란다.


“조용히 품고 있는 마음”은 단지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상대도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부드러운 결의다.


가장 강한 사랑은 시끄럽지 않다.
소유하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과 타인을 모두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경계를 존중한다.


처음에는 그게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지키면서 사랑한다는 게, 혹시 외면하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무너지면 누구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나를 지키는 일이 곧, 그 사람을 더 잘 사랑하는 길이라는 것을.



사랑에 휘둘리지 않고, 사랑을 온전히 바라보다


“너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너를 온전히 바라보는 법.”
이 말은 균형을 잃지 않고도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마음 챙김이다.

상대에게 집중하면서도, 현재에 머물며 나의 중심을 잃지 않는 기술.


나는 때때로 감정의 기복과 의존이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장면들을 보았다.
상대를 기쁘게 하고 싶고, 그의 전부가 되고 싶은 욕망은
기대에 닿지 못했을 때 실망과 분노로 되돌아왔다.


반면, 마음을 챙기는 사랑은
결과에 대한 집착 없이 감정의 관대함을 허용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나의 욕구나 불안감의 투사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바라보는 연습이다.


그 사람의 행복을 책임지려 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어려움을 함께 지켜보고, 조용히 지지하는 법.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부분의 경계를 아는 것.
이러한 거리 두기는 내 사랑을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존중과 수용 위에 선, 더욱 진실한 사랑이 되었다.

그 사람이 힘들어할 때, 나는 달려가서 모든 걸 해결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그럴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건 곁에 있어주는 일,
그를 믿어주는 일.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배웠다.



가장 강력한 사랑의 방법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사랑의 방식이다.”
이 말은 화려함과 즉각적인 반응을 중시하는 세상 속에서,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는 사랑의 힘을 증명한다.


이 사랑은 관심을 끌려고 애쓰지도,
소유하거나 통제하려 하지도 않는다.
불확실성과 변화 앞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관계들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그 안에는 상호 존중, 자율성, 그리고 따뜻한 지지가 있었다.
고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뢰와 자신감이라는 토대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폭풍도 견딜 수 있었다.


내가 배운 가장 강한 사랑은 꽉 붙잡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숨 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히 놓아주는 사랑이었다.


그런 사랑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그건 용기다. 믿음이다.

끊임없는 간섭 없이도 애정은 살아남을 수 있고,
자유 속에서도 사랑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믿는 것.

가장 강인한 사랑은 종종 가장 조용하다.
그 사랑은 소리치지 않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눈에 띄진 않아도 매일 선택되고,
극적이지 않아도 꾸준히 머물며,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곁에 있다.

그런 사랑이 있다. 그것이 진짜 강한 사랑이다.



조용한 힘으로 사랑하기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 말은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사랑의 형태를 찬미하며,
사랑에 대한 익숙한 관념에 조용히 도전한다.


사랑은 항상 거창한 몸짓이나
끊임없는 친밀함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때로는 조용한 고요 속에서,
나와 타인이 함께 자라나는 존중의 거리감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바라보는 마음 챙김 속에서 사랑은 발견된다.


나는 이 조용한 접근 방식을 통해 새로운 사랑의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기, 요구하지 않고 애정을 품기,
지지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기.

이것이 오래 지속되는 사랑의 본질이다.


조용한 힘을 받아들이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가장 깊은 연결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면서도
나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이라는 것을.


화려함에 목마른 세상에서 이 사랑은 다른 방식으로 울려 퍼진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꾸준하고 깊이 뿌리내린 사랑.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가장 강력한 방식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종종 묻는다.

“정말 사랑하는 거 맞아?”


매일 연락하지 않고, 자주 만나지 않고, 화려하게 표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깊은 바다는 수면 위에서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사랑은 그 깊은 곳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다.


요란하지 않지만 진실하게.
드러내지 않지만 깊이 있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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