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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Jun 07. 2017

다크 유니버스, 출발합니다

미이라 The Mummy(2017)

잘생긴 남자 나오는 건 봐야지.
그게 또 와이프에 대한 배려 아니겠어요?


<미이라> 개봉 소식을 들은 과장님의 너스레를 웃어 넘겼지만 사실은 핵심이다. 잘생긴 톰 아저씨와 매력적인 소피아 부텔라가 나온다잖은가. 게다가 이 둘은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기도 하니 킬링타임 액션 블록버스터로 신뢰할만한 선택일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6월 6일, 현충일 휴일을 맞추어 개봉한 미이라를 보러 갔다. 이른 조조 시간대에도 북적북적한 상영관을 보아하니 90년대를 휩쓸었던 미이라 시리즈에 대한 추억, 톰 크루즈란 배우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긴 하구나 싶더라.


나에게는 무엇보다 '다크 유니버스(Dark Universe)'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름부터 어둠의 포스가 가득한 이 세계관은 히어로 판권의 혜택을 받지 못한 유니버설 픽처스가 내놓은 야심찬 기획이다. 내용은 미이라, 드라큘라, 투명인간, 늑대인간 등의 몬스터와 이들을 잡으려는 헌터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하는 것. 그 첫 타자로 낙점된 것이 바로 이번에 개봉한 <미이라>다.(사실 루크 에반스가 드라큘라로 분한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2014)>을 출발점으로 삼으려 했었으나 흥행에 실패하며 자연스럽게 묻혔다.) 분명 매력적인 기획이다. 마블이나 DC의 히어로 세계관과 달리 호러와 액션 어드벤처를 결합하여 좀 더 높은 나이대의 관객들을 타겟으로 삼는다면 충분히 먹힐 만 하지 않을까.


출처 : 다음 영화
미이라 The Mummy(2017): 닉(톰 크루즈)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정찰병으로 지역 유물이나 보물을 찾아내 암시장에 팔아넘기는 식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어느 날 고고학자 제니(애나벨 월리스)와 하룻밤을 보낸 후 지도를 훔쳐 낸 닉은 지도가 가리키고 있는 적진으로 무작정 뛰어들고 그 곳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이집트 유적을 마주하게 된다. 이 무덤이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잘못된 길을 선택하려던 이집트 공주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의 것이었음이 밝혀지고 닉은 아마네트에 이상한 끌림을 느낀다. 관의 발굴과 함께 줄줄이 이어지는 이상한 사건들과 헨리 지킬 박사(러셀 크로우)의 등장으로 닉은 감춰져 있던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무난하고 부족하다. 90년대 미이라 시리즈 같은 어드벤처물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어드벤처보다는 호러/스릴러에 초점을 맞췄다. 톰 크루즈, 러셀 크로우 등 몸값 높은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기엔 규모도 작다. 액션 블록버스터의 보증 수표 톰 크루즈와 새롭게 떠오르는 액션 스타 소피아 부텔라가 뭉쳤음에도 만족스러운 액션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게다가 선악 대결 구도를 가진 액션 영화가 자주 그러하듯 이 영화에서 악역인 아마네트는 주인공을 너무 봐준다. 그러니 이 두 축의 대립 구도에는 팽팽함이 부족하다.


호러/스릴러의 측면에서도 평이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미이라'라는 매력적인 소재, 좀비를 연상케 하는 몇몇 장면에서의 움직임을 제외한다면 특출하게 기억에 남을 만한 부분이 없다. 이왕 호러로 가닥을 잡았다면 타겟 연령대를 높여 좀 더 크리피한 연출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처 : 다음 영화


가장 큰 문제는 극의 긴장감을 끊어 먹는 중반부다. 헨리 지킬 박사가 프로디지움(Prodigium)에 대해 설명하며 떡밥을 던지는 장면이다. 사실 <미이라>를 단독 작품으로 본다면 이 장면은 불필요하다. 지킬 박사 캐릭터 역시 세계관을 설명하는 역할 이상을 하지는 못한다. 러셀 크로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긴 설명이 이어지는 장면은 극의 흐름을 느슨하게 하여 호러 장르에서 특히 중요한 서스펜스의 유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캐릭터는 어떨까. 마블이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별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마블은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캐릭터가 명확해야 이들이 함께 상호작용할 유니버스 기획이 빛을 발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나 <미이라>의 주인공 '닉'과 악역 '아마네트'는 너무 납작하다. 그나마 아마네트는 영화의 도입부에서 캐릭터의 서사를 설명할 기회를 얻었지만 닉은 그마저도 없다.


출처 : 다음 영화


설정만 보자면 닉은 인디아나 존스 박사나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솔로를 떠올리게 한다. 능글능글하고 얄밉지만 의외로 따뜻하고 의리있는 사나이. 인디아나 존스나 한 솔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을 떠올려 본다면 이런 류의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무척이나 잘 어필하는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닉은 제대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의 성격을 드러나게 해줄 관계들이 매우 피상적으로만 그려지고 있어서다. 애정 관계를 형성하는 제니와의 감정선조차도 깊이가 없다. 영화 후반부 닉은 제니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정할 만큼 두터운 애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대체 왜 그가 갑자기 그런 선택을 하는걸까. 둘은 하룻 밤 잠깐 만나 즐긴 사이일 뿐이다. 딱히 서로에게 믿을 만한 구석은 없으며 추억도 없다. 서로간에 정이 쌓여가는 과정이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음에도 희생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캐릭터에 대한 의구심만 남긴다. 닉이 최종적으로 신이기도 인간이기도 한,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성을 얻게 됨에도 그다지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이렇게나 잘생긴 톰 크루즈임에도 불구하고 '팬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다니. 아이언맨 피규어만큼이나 닉 피규어를 갖고싶게 만들려면 캐릭터 구축에 상당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성공하는 지점이 있으니, 바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다크 유니버스의 시발점으로서는 분명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미이라>를 보고 나면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닉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프로디지움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새로운 몬스터는 어떻게 등장할 것이며 닉이나 헨리 박사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상영관을 나서는 관객들 대부분이 다음 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앞으로 예정된 다크 유니버스의 차기작 라인업은 쟁쟁하다. 조니 뎁, 하비에르 바르뎀, 스칼렛 요한슨, 안젤리나 졸리 등 대형 스타들이 줄줄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만 본다면 톰 크루즈의 <미이라>는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러나 일단 출발을 알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은 마블에게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작업이다. 유니버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켜갈지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 겠다.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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