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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Jun 03. 2017

난 오늘을 지킬게요 당신은 세상을 지켜요

원더 우먼 Wonder Woman(2017)

히어로 장르가 대세가 된지 벌써 한참인데 제대로 된 여성 히어로 영화가 이제서야 나오다니. 이렇게나 늦어버렸다면 제발 잘 만들어졌길. 기대만큼 걱정이 컸다. dc가 영 감을 못잡고 있는 중이었던 것도 불안했고.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던 로튼 토마토 수치가 드디어 뜨던 날, 신선하다는 평이 줄줄이 올라가는 걸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궁금증이 늘어났다. 사실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는 요즘 시대 기준으론 좀 올드한 느낌이지 않나. 최근의 대중들은 저 잘난 맛에 사는 천재 공학자 '아이언맨'이나 막 나가는 수다쟁이 '데드풀'을 도덕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듯한 '슈퍼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보다 좋아하는데. 원더우먼도 굳이 따지면 전자보단 후자 쪽에 속하는 인물인 과연 이 캐릭터 어떻게 력적으로 보이게 .


다행히 '과연?'이란 마음으로 들어갔던 상영관에서 '오!'하며 나올 수 있었다. 순수 눈빛과 강한 신념, 얼핏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전통적 히어로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스크린을 활보하고 있었다.


출처 : 다음 영화


<원더우먼>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 종전으로 향하고 있던 1910년대 후반이다. 여성 전사들이 사는 섬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에서 나고 길러진 다이애나(갤 가돗) 경비행기 사고로 섬에 불시착한 트레버(크리스 파인) 만나며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는 의지에 불타는 다이애나가 상정한 적은 전쟁의 신 '아레스'. 제우스의 아들이지만 제우스가 창조한 인간이란 생명체에 질투를 느껴 인류를 파탄으로 이끌고자 하는 존재다. 다이애나는 치명적인 독가스를 개발하여 세계를 파괴하려는 야욕을 지닌 독일의 루덴도르프 장군이 아레스라고 확신하고 트레버의 도움을 받아 그를 쫓는다.





<원더우먼>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영화가 떠오른다. 우선 상황적 배경과 히어로의 캐릭터성에서 유사점을 보이는 마블의 <퍼스트 어벤저>가 있다. 인간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가 문명을 접하게 되며 혼돈을 겪는 코드는 <타잔>부터 <대소년>, <마법에 걸린 사랑>  영화에서 자주 활용되는 설정이기도 하다. 그러니 <원더우먼>이 들려주는 이야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새로운 지점이라면 역시 주인공이 여성인 히어로물이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이 영화는 기존의 히어로물과 상당히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남성 히어로물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여성 히어로에 경험과 감정선에 이입하는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남성 관객들은 히어로물을 보며 이런 공감을 느껴왔던 걸까.


출처 : 다음 영화


그러나 이 영화가 여성 대 남성의 구도보다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원시와 문명의 대립이다.


다이애나는 문명에 노출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자란 거대한 원시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다. 반면 트레버는 시계 상정된 문명 세계에서  남자다. 시계는 시간을 재화화한다. 실제로 표준시간이 정해진 것은 근대 이성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부터였다. 열차의 출발 및 도착 시간을 통일하여 표시하려던 이 최초 표준시간을 정하게 된 계기다. 시간을 일하고 다스리려는 노력은 곧 문명의 발전과 닿아 있.


<원더우먼> 배경 세계 대전으로 정된 것도 이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있다. 1-2 세계 대전은 인간 이성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된 문명 사회에 대한 신뢰 커다란 금이 가게  사건이었다. 원더우먼은 극악으로 치달  문명 시대에 나타난 원시 자연의 경고로도 볼 수 있다.


영화 전반에 연과 문명의 대립 상징하는 설정들이 등장한다. 다이애나를 비롯한 아마존 전사들은 말을 타고 다니며 화살을 쏘고, 독일군은 군함을 타고 총을 쏜다. 다이애나와 트레버가 아레스를 쫓아가는 후반부의 장면에서도 다이애나는 말을 타고 트레버는 바이크를 탄다. 주요 조연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백인에 의해 삶을 터전을 잃은 아메리카 원주민, 즉 인디언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서구인들의 인디언 학살은 문명으로 자연을 밀어낸 대표적 사례다.


영화의 결론은 문명과 자연이 화해하고 사랑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것이다. 인간 문명에 대한 불신으로 분노했던 다이애나에게 트레버가 마지막으로 쥐어준 것은 그의 시계였다. 문명의 상징을 자연(다이애나)  쥐어주고 자신을 희생하는 트레버의 모습은 다이애나가 다시 인류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고 포용  있게 한다. 트레버에게 시계가 소중한 이유는 아버지가 남겨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 건진 시계는 문명의 상징임과 동시에 변치 않는 믿음과 사랑의 징표이기도 하다. 이는 백인 문명에 상처받았음에도 평화를 위해 트레버와 기꺼이 한 팀이 되어 나아가는 인디언 치프 캐릭터와도 닿아있는 메시지다. 트레버가 오늘을 지켜냈으니 이제 원더우먼 세상을 지켜  차례다.




출처 : 다음 영화


 히어로를 세운 영화지만 실제로 극의 진행을 이끄는 캐릭터 크리스 파인의 트레버. 최근들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    배우는  영화에서도  몫을 다하며 영화의 약한 디테일을 메워낸다.


원더우먼 역의  가돗 대단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  같지 않다. 다만 중요한 순간에 호소력있는 으로 캐릭터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순수와 회의가 뒤섞인 복잡한 눈빛이 잘 표현되어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디테일은 좋지 않다. 리듬감도 쉽다. 몇몇 장면은 지나치게 길어 극의 흐름 느슨하게 한다.  역시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가돗, 라이 비롯한 늘씬하고 강인 여성의 몸이 남성의 몸과 또다 액션의 선을 보여줄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아쉬움이 전혀  않지만 dc에서 간만에 중심을 잡았다는 데 만족한다. dc 특유의 톤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 친화적 작품을 완성시키는  성공했다. 앞으로의 dc 히어로물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길 바란다. 이 정도면 후속편도 기대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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