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KJ 유가장 Mar 02. 2020

나도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개구리가 되었다

회사를 10년 다녀보니

우리 회사의 엘리베이터는 참 줄이 길다. 출근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10 ~ 15분 매일 줄을 선다면 남들은 과장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도 꽉꽉 채워서 타야만 한다.


요즘 엘베를 타면 느낄 수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나도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이라는 점이다. 가만 보면 나만 줄이 있는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다. 남들은 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한다. ‘나도 바꿔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고맙게도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이 많은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에서 유독 큰 백팩을 멘 사람이 꼭 내 앞에 서지 않는가? 희한하다. 앞사람이 내리면서 이어폰 줄이 앞사람 가방에 걸리며 귓구멍에서 이어폰이 빠져나갔다. 바닥으로 떨어지고 우르르 내리는 만원 엘리베이터 안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아쉽군.’


살짝 속상한 마음과 함께 내리려 하는데 하필 우리 팀 신입사원이 그 광경을 목격한 모양이다. 우리 팀 신입사원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혀 있었다. 참고로 그 블루투스 이어폰은 업무 시간에도 꽂고 있어서 부장님이 나에게 “ 그 친구는 음악을 듣는 건가? 아님 상사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꼽고 있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던 그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하필 우리 팀 막내와 이 광경에서 눈이 마주쳤다.


무언가 석연찮은 마음과 함께 자리에 앉자마자 해외에서 전화가 온다. 요즘은 유독 해외전화를 할 업무가 많다. 유선전화보다 휴대폰의 어플을 통해서 전화를 하면 더 편해서 그 방법을 이용한다. 아무래도 해외 통화는 음질이 좋지 않은 경우나 목소리가 작은 경우가 많아 이어폰을 꽂고 통화하면 그나마 불편함이 덜하다. 어김없이 전화를 하기 위해 이어폰을 찾다가 아침의 엘리베이터 상황이 떠올랐다.


‘맞다. 없지 이제…’라는 생각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던 신입사원을 쳐다보았는데 하필 또 블루투스 이어폰을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이다.

‘잘됐다. 오늘 제대로 이야기해야겠다’.

아침에 고장 난 이어폰의 모습과 함께 솔직히 나도 모르게 약간 심술이 난 것 같다.


“ㅇㅇ 님, 잠깐 이야기 좀 해요.”

“과장님, 안 그래도 저도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때마침 부르시네요.”

“드릴 말씀? 먼저 이야기해요 그럼.”

“오늘 이어폰 없으시죠? 해외 클라이언트 전화하실 때, 항상 이어폰 사용하시잖아요. 제가 남는 게 하나 있어서 드려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난 지금 그 이어폰 때문에 지적을 하려 한 것인데……

그러고 보면 나도 ‘음악 들으면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음악 좀 들으면서 일하면 어때?’라고 생각했는데 10여 년이 지나며 나 자신도 어느새, ‘일할 때,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돼?’라는 생각을 하는 관리자로 변한 모양이다. 


회사는 꽤 많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 속단하지 말자. 최소한 나에게 호의를 베풀려던 사람을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가 존댓말을 사용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