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길었던 2년이 넘는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항상 걱정을 안겨주었던 사무실 화분에서 꽃이 피었다. 오랜만에 자리에 앉으려다 곁눈질로 꽃을 보고 누가 조화를 꽂아두었나 가까이 갔는데 진짜 꽃이었다... 믿을 수가 없어 꽃잎을 만져보니 플라스틱 조화보다도 더 또렷한 꽃이다.
입사 때 축하 선물로 받은 후 줄곧 무성한 잎사귀만 내뿜던 화분을 보면서 잎을 좀 자르던지 하라며 핀잔을 듣기도 하고 중간에 몇 달씩 물을 주지 못한 날도 있어 이러다가 영 말라죽겠구나 싶었는데 6년 만에 상상하지도 못한 꽃을 피운 것이다.
이 기특함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없지만 가끔 이런 일상의 기적과 같은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면 어쩌고 저쩌고 똑똑한 사람들이 말하는 그 어떤 잘난 척도, 지식도, 법칙 다 모르겠어도 시간의 성실함 하나는 믿게 된다.
매일 0.001%씩 어딘가에서 움직이고 있을 그런 꾸준함에 겸허해진다. 그리고 그 어떤 기다림에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