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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다달다달리다 May 29. 2023

중랑천 러닝 feat. 인턴의 첫 오프 뜀

Running ep 6. 첫 휴식을 가지는 인턴의 뜀박질 경험담입니다.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약 한 달 전 율동 공원 러닝을 하고 나서 한 번도 뛰지 못했다. 바빴던 것을 핑계로, 몸이 너무 무거워 잠을 자야 하는 것을 핑계로, 조금 살만해질 때면 크로스핏을 가야 한다는 핑계로 뜀에 게을러졌다.  한 번은 저녁에 율동공원을 뛰고 집을 가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운동복까지 다 준비해 뒀다가 그냥 잠들었던 적도 있다. 인턴 생활이 힘들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나에게 한없이 관대했던 한 달. 하지만 나태 섞인 관대는 어쩌면 나를 보다 처지게 하고 병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겨우 받은 휴가 날, 땀이 뻘뻘 나게 뛰고 나서 나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으니까.

무리는 하지 않았다. 뻑뻑해지고 무거워진 내 몸을 아니까. 뛰다 너무 힘들면 잠깐 속도를 늦추기도 했고, 러닝 어플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을 때는 더더 늦춰  아예 걷기도 했다. 그러다가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몸이 좀 풀린 것 같은 때에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세게 뛰기도 했다. 거리가 길어지고, 시간이 늘어나면서 다리는 무거워졌지만 송골송골 맺히는 땀에 기분이 슬며시 좋아졌다. 날이 참 따뜻해서 중간에 가서는 더워지기까지 했다. 이제 정말 봄이 왔는지 공기가 완연히 포근했다. 원래 중랑천의 봄은 참 이쁜데, 오늘 보니 아무것도 없는 흙바닥이었다. 약간 실망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곧 무언가를 심을 흙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봄은 아직 꽤 남았으니까.

나의 몸에 속도에 맞춘 러닝을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3월의 잔뜩 힘이 들어간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인턴으로 보이고 싶어 무리를 하지 않았나. 숨이 차도 속도를 늦추지 않듯, 기분이 상해도 티 내지 않으려 했고, 다리가 아파도 계속 멀리 내딛듯 분명 내가 다 할 수 없어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도 기어코 내가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곤해지고 그러다 보니 더 예민해졌다. 체력이 되질 않으니 일을 하는 게 더 어렵다고 느끼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목표했던 좋은 모습을 오히려 더 못 보여주지 않았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너무 힘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힘을 빼고 뛰면서 점점 숨이 트이는 것을 느끼며, 나는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적정 속도를 유지하는 것과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의 균형을 맞추기란 언제고 힘이 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를 지혜롭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숨이 턱끝까지 차면 살짝 속도를 늦추면 된다. 그리고 다시 더 뛸 수 있을 때 다리를 더 빨리 내딛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였더라도 그냥 나아가는 마음일 것이니. 나는 계속 뛴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를 믿고 주욱 나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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