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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r 07. 2022

첫날, 의욕 80%

샤워하고 나가는 건 시간 끌기 위함인가

2022년,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언제나 청춘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시간은 참 공평하다.


작년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운동을 해야겠다 다시 한번 마음먹었는데, 역시나.


운동은

너무나 하기 싫고,

정말 하기 싫고,

진짜로 하기 싫다.


스케줄러에 <하루 6천 보 걷기>를 써두기만 하고 체크는 안 한 지 두 달이 넘었다.

밖은 춥고, 코로나도 심해지고 등

갖은 핑계로 카우치 포테이토로 지냈다.


'죽기 전까지 지금과 비슷한 컨디션으로 살고 싶긴 한데...'


마음 한편에 불안을 품고 지내다가 운동을 하자고 다시 결심했다.

봄이 된 듯하니 작심력이 상승한 것이다.


어제 집 근처 개천 산책로를 걸으며

브런치에 <운동을 정말 정말 싫어하는 사람의 운동일기>를 써보자,

생각했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차원이었다.


그렇게 이것은 시작됐다.

(언제까지 갈는지는 모르겠으나...)






불평.


오늘부터 걷기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나가기 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한 다음 몸무게를 쟀다.


와.

신기록 달성.

신기하다.

내 몸무게가 이렇게까지 늘어날 수 있구나.

하하하.


사실 내가 날씬한 몸매로 살아온 날은 없었지만,

이 정도로 과체중인 때도 없었다.

한 5년 전까지는 말이다.

무게는 놀랄 정도로 늘기만 해 오늘, 잭팟을 터트렸다.

WOW.

└ㅇ┐


충격적인 몸무게가 휴대폰에 기록된 걸 보고 집을 나섰다.

(휴대폰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인바디 겸용 체중계다.)


걸으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해봤다.

모든 게 잘못이었다.

나를 비난했다.

신세 한탄을 했다.

걷기 싫다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정말 걷기 싫었다.

그래도 걸었다.

걸을 수밖에.

T.T


목표한 운동은 집에서 정말 가까운

당현천 산책로를 왕복 1시간 걷는 것이었다.

어제 걸어보니 <노원 수학 문화관>까지 갔다 오면 딱 맞았다.

휴대폰 타이머를 30분에 맞췄다.

1시간 이상은 걷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계속 투덜대며 30분 동안 걸었다.

3시 25분에 반환점을 돌았다.

여기가 노원 수학 문화관






덥고 다리도 아프고.


약간 땀이 났다.

보폭을 크게 하여 발뒤꿈치부터 앞까지 둥글게 지면에 닿도록 힘차게 걸었다.


경량 패딩을 벗어 허리에 묶고, 팔까지 힘차게 앞뒤로 흔들었다.

집에 간다는 생각에 신이 난 것이었다.


40분 정도 지나니 다리가 무거워지며 아파왔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운동과 삶에 회의적인 생각만 들더니만,

돌아가는 길에는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지금은 대부분 잊었으나;;)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산책로 음악 방송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다.


https://youtu.be/X1c0PuTfsz8


공효진, 하정우 주연의 영화 <러브픽션> OST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러브픽션'!


발보아 배울 때 알게 된 곡이다. 

속으로 흥겹게 스텝을 밟았다.

신나, 신나.


힘드니까 생각이 참 단순해졌다.

머리가 비워진 느낌.


집에 오기 전 메가커피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갖고 왔다.

운동 D+1을 성공한 나를 위한 선물이다.

내일도 이어가길 기원하며...




2022.03.07.월 D+1 
14:52~16:11
8,365 걸음



P.S

그래도 운동은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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