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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r 09. 2022

삼일, 의욕 80%

일어났더니 몸이 쑤신다

어제 자기 전 갑자기 <OK Cashbag> 앱 고스톱에 꽂혀서 3시까지 하다가 배터리가 나간 뒤에야 잤다.

(파산이 됐는데 자꾸 돈을 줘... -_-;;)


어쨌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쑤셨다.

(요가를 안 하고 자서 그런가?)


찌뿌둥하고 무거운 몸을 움직여

피자를 돌려먹고,

침대에서 책 읽다가 낮잠을 잤다.

(아주 게으른 일상...)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한 다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작심을 했으니 3일은 해야지.


오늘은 당현천 말고 중랑천 주변을 걷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


생각해봤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무엇인가.

있기나 한가.


가장 최근, 그나마 재미를 붙였던 건 요가였다.

약 1년 정도 한 거 같은데 유연성 측면에서는 성과를 봤다.

(몸무게 말고.)

하지만 코로나로 요가원이 문을 닫았고, 남은 금액 환불도 못 받았다. ㅠ


그 전에는 수영을 조금 배웠다.

재미는 못 붙였다.

귀가 물속에 들어가면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 물에 뜬 채 고개를 돌려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래도 판때기 잡고 왔다 갔다 하는 건 할 수 있다.

튜브나 공 같이 물에 뜨는 걸 준다면 물놀이는 괜찮다.


하지만 물에서 공놀이는 안된다.

공을 잡다 물에 빠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를 물에 집어던지거나

머리를 물에 처박는 놀이도 안된다.

그런 물놀이는 싫다.


스노보드도 배웠는데.

아... 무섭다.

낙엽(좌우로 왔다 갔다 내려가는 것)은 할 수 있다.

초보자 코스에서.


경사가 완만한 곳에서는 거의 일자로 토우와 힐을 반복하며 내려올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섭다.


스키는 중학교 1학년 때인가, 누리단 동계 활동으로 한 번 경험해 봤다.

옆으로 걸어 올라가 A자로 내려오는 것,

다소곳이 앉듯 넘어져 폴대 찍고 일어나는 것 등을 할 수 있다.


30대 초반에는 스윙댄스(지터벅, 린디, 발보아)를 배웠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하. 지. 만.

고난도 기술은 못한다.

리듬감 있는 바운스를 머리로 이해는 하나, 몸으로 표현하는 건 어려웠다. 

팔뤄의 화려한 손기술 발기술 등을 따라 해보려 했으나 잘하지 못했다.


수능 끝나고 예대 입시 준비하던 친구 따라 재즈댄스도 배워봤다.

유연성이 제로라 한 달만 끊고 관뒀다.

방송댄스는... 글쎄, 배웠던 기억은 없고

초6 때 장기자랑으로 췄던 기억은 있다.

물론 잘 추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대중적인 운동, 헬스.

스무 살 여름, 친구와 함께 3개월 헬스 & 수영 패키지로 등록했는데,

나갔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 친구도 그랬을 것이다.


헬스장이 집에서 좀 멀었고.

(버스 타고 4 정거장, 걸으면 30분 정도?)

트레이너가 봐주는 게 아니고 알아서 하는 거라

안 갈 핑계가 너무 많았다.

실내 자전거 하고, 러닝머신 하고, 스태퍼 하고,

웨이트 기구들 좀 하고, 덜덜이 하고 왔던 거 같다.


그 후로 동네에 있던 여성전용 헬스장도 끊었는데,

딱히 운동에 취미가 붙지 않았다.

아니, 붙을 정도로 꾸준히 나가지 않았다.


스쿼시도 배워봤다.

구기 종목은 잘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공이 최고점에서 내려올 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자꾸 공이 올라가는 중에 휘둘러 공을 맞추지 못했다.

(나는 성격이 급하다.)


성인이 된 후, 돈 들여했던 운동은 이 정도인 거 같다.


그 전에는?

10대 때 운동장이나 놀이터, 골목에서 했던 운동을 돌이켜보자면...


자전거.

초5 때 처음으로 네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뗐다.

5월쯤 다시 배워볼 생각이다.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겠다.


피구, 오재미.

선 밖에서 공격할 때는 재미있다.

하지만 안에서 수비, 날아오는 걸 피할 때는 '호달달'이다.


얼음-땡.

좋아했다.

정글짐이나 미끄럼틀에서 하는 것도 좋았다.

술래는 한 사람이니까.

술래를 자극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고,

위험할 때면 얼음하고 멈춰있으면 되니까 할만하다.


허수아비, 한 발 뛰기, 열 발 뛰기, 1234,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땅따먹기, 오줌싸개, 우리 집에 왜 왔니,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등.

좋아했다.


하지만 구름다리 건너기, 능목 오르내리기, 허들 넘기, 멀리 뛰기, 높이 뛰기, 뜀틀, 줄넘기, 꼬마야 꼬마야, 배드민턴, 제기차기 등.

못했다.

(고무줄, 공기도 못하는 측에 속했다.)


달리는 걸 좋아할 때는 경찰-도둑 놀이나, 장난 건 친구를 잡으러 갈 때 정도였다.

(내가 먼저 장난을 걸고 도망가는 짓은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한번 그랬다가 친구에게 잡혀 앞으로 넘어졌다. 스타킹 구멍 나고 무릎에 피나서 울었다. 앞니 안 나간 게 천만다행.

아, 계단에서 친구 어깨동무하고 빨리 내려가는 건 좋아한다. 내가 빨리 내려가 봤자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이다.)


등산이나 걷는 걸 좋아하지는 않으나, 여행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할만하다.

(등산도 꽃을 보러 간다거나, 산에 사찰을 보러 간다거나, 해외 명산이라던가 뭔가 목적이 있어야지 그냥 올라갔다 내려오는 건 싫다. 힘들다.)


나는 정말 운동을 안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절레절레.


4시 12분.

중랑천의 다리 공사 중인 곳까지 왔다.

발목 양말을 신었더니 양말이 내려가 발뒤꿈치가 까졌다.

-_-

다리 공사 중인 중랑천과 까진 발 뒷꿈치.






내게 맞는 운동은 없을까?


대학생 때 연극동아리였는데,

가을 정기공연 배우를 지원해서 방학 때도 학교에 가곤 했었다.


신체훈련은 나보다 5학번이나 높은 선배가 이끌었는데,

하루는 무대에 매트를 깔고 구르기 연습을 했다.

앞구르기, 뒤구르기, 낙법 등.

(참고로 중학교 때인가, 체육시간에 옆돌기를 배웠는데 역시 못했다.)


아무튼, 선배는 그때

다리는 펴고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손은 땅을 집고,

엉덩이를 내림과 동시에 손으로 매트를 스치 듯 긁다가,

엉덩이부터 등으로 구르고,

머리가 매트에 닿으면 손을 귀 옆을 집어 밀고 일어나라는

(??;; 어떤 동작인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주문을 했다.


나는 쪼그려 앉아 뒤구르기도 잘 못하는데 서서하라고!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뒤로 구르지??

암담했다.


동기인 여자애는 성공했고,

선배도 다치지 않는다며 몇 번이나 시범을 보였다.

...

...

나만 남았는데.

나는 무서웠다.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하기도 싫었다.


그렇게 매트에 뒤돌아 서 있기를 몇 분째.

기다리다 지쳤는지,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던 건지.

내적 싸움이 한창이던 내게 동기가 말했다.

"야, 다리가 후들후들 하냐?"

그리고는 히히히 웃었다.


와씨.

빡침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다들 어쩔 줄 몰라했다.


지금 생각해도

서러우면서 웃기면서 민망한 일이다.

동기는 미안하다고 하고,

선배들은 철없는 1학년인 나를 어르고 달랬다.


잘 모르겠다.

화가 나는 게 그 애 때문이었는지,

이것도 못하는 나 때문이었는지.

아마 둘 다였겠지?


결국 나는 그 이상한 뒤구르기를 했다.

그날은 아니었을지라도 하긴 했다.

어설프게라도 말이다.


돌이켜 보면,

긍정적인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운동을 싫어하게 된 게.


어릴 때부터 몸이 둔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롤러스케이트는 항상 할아버지 손을 잡고 탔고,

무릎이 까져 울며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래, 둔한 게 맞기는 한데 듣기 싫었다.


운동회도 별로 안 좋아했다.

6명씩 하던 달리기에서 거의 5등 정도 했다.

(그래도 꼴찌는 안 했다.)

초3인 때인가, 앞서 달리던 애 중 넘어지고 어쩌고 해서 처음으로 3등을 해봤다.

손등에 3등 도장을 받고 공책도 받았다.

정말 기뻤다.


실패를 해도 다시 시도해보려는 마음이 생기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 일을 계속하려면 응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옆에서 뒤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줄 사람이 없다. ㅠ

그러니 스스로 독려할 수밖에.


아직 운동이 재미있어지려면 멀었지만,

오늘도 걷고 왔다.

(기특 기특!)


그리고 오는 길에 사과를 샀다.


냠냠. 맛있다.



2022.03.09.수 D+3
15:41~16:46
7,578 걸음



P.S

운동을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건 아니라고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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