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나간다
새벽에 비가 오더니 날씨가 매우 우중충했다.
이런 날은 나가기 싫지만,
나보다 더 나가기 하는 사람이 있어 끌고 나갔다.
(변태인가 보다. -_-;;)
비가 또 올지도 몰라 우산을 갖고 나갔다.
산책로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나처럼 건강에 이상 조짐이 있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함. -_-;;)
어쨌든, 오늘도 걸었다.
나는 이야기 짓기를 하고 있는데,
걸으며 어제 구상한 캐릭터들이 어떤지 들려줬다.
괜찮다는 반응.
호호.
이 이야기의 모태는 지금으로부터 언 13년 전인 2009년 말이다.
당시 대학원 지인들과 창작 모임을 만들었는데,
공모전 출품용으로 썼던 시나리오다.
어찌어찌 완성은 했다만,
핍진성(이야기 속의 그럴듯함, 이야기 내 현실성)이 부족했다.
그래도 내 첫 완성 시나리오였다.
2010년 2월에 완성한 그 이야기는
11년 후인 2021년 초까지도
에피소드 수정밖에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에 그런 것 같다.
집을 지었지만, 팔리지 않는 집을 지은 거다.
약간의 보수 공사로 손님을 모으기에는
그 모양과 기능과 전반적인 시스템이 변변치 못했다.
작년 말, 설정을 대폭 수정해 캐릭터와 플롯을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제 로그라인과 주인공 설정을 다시 수정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예 새로운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같은 이야기다.
발상이 같다.
맨 처음 찍은 점에서 어디로 선을 이어가냐, 어떻게 다음 선을 긋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이 된다.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첫 좌표에 가장 적합한 그림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각도로 쏘아 올려야 하는데...
걱정이다.
이야기를 하며 걸어서 그런지
노원 수학 문학관에 약간 못 미쳐 30분 알람이 울렸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왔다.
부슬부슬.
우산을 가져왔으니 써야지.
산불은 잡혔으려나?
올 겨울 눈이 별로 안 왔다던데.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기후재난이 두렵다.
이러다 정말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 일이
생전에 벌어질까 봐 걱정이다.
그러기 전에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면 좋을 텐데.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우선, 떡볶이를 먹고.
마실 물을 끓이고.
지구의 안녕과 세계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고 글을 쓰자.
2022.03.13.일 D+7
15:40~16:46
7,838 걸음
P.S
같이 운동할 사람이 있다면, 동기부여가 더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