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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r 18. 2022

셋째 날, 의욕 81%

자가진단 키트 음성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했다.

2cm까지 코를 직접 쑤셔야 한다는 게 두려웠지만,

큰맘 먹고 했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 :)


요즘 주변에 너도 나도 코로나라서

언젠가는 걸리겠지만,

가능하면 안 걸리면 좋겠다.

(내가 슈퍼 면역자면 좋겠다.)


그리하여

오늘도 걸으러 나갔다.






발가락.


어제 왼발 넷째 발가락에 생긴 물집을 터트렸다.

ㅠㅠ

나는 넷째 발가락이 셋째 발가락 쪽으로 약간 틀어져(??)

걸을 때마다 넷째 발가락 살이 셋째 발가락에 조금 눌린다.


그래서 넷째 발가락 안쪽에 굳은살이 배곤 하는데,

오래 걷게 되면 거기에 어김없이 물집이 생긴다.


오른 발가락도 그렇게 생긴 편이지만,

왼쪽 발이 좀 더 심한 모양이다.

거기에만 물집이 생긴 걸 보면 말이다.


발가락에 물집이 안 생기려면, 발가락 양말을 신어야 하나?


세계여행 준비 때 본 정보 중

오래 걷는 걸 대비해 발가락 양말 추천이 있던 것 같다.


'왜 나의 넷째 발가락은 안쪽으로 굽었나'를

고민하며 걸었다.


혹시, 어릴 때 작을 신발을 신어서 그런가?


어릴 때는 발이 빨리 크니까

좀 작아진 신발에도 발을 구겨 넣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래서 발가락이 굽어지게 된 게 아닐까?


오, 일리 있어 보인다.

뇌피셜인데 매우 그럴듯하다.


통증이 있는 왼발가락을 느끼며

운동화를 사야겠다, 생각했다.


운동화 뒤축이 헤져서 걸을 때

발목을 잘 잡아주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난 발목이 약하니, 이건 중요한 문제다.

매일 걷는 사람으로서.

(???)


중학교 2학년 때 CA(특별활동, 근데 이게 무슨 약자일까?

클럽 어소시에이션?

////

아니네. ㅋ

찾아보니 

extraCurricular Activities라고 한다.

뜻은 정규 교과 이외의 활동.

참고로 HR은 HomeRoom이란다.)


다시 본론으로,

중학교 2학년 CA 시간에 학교 뒷산에 올라갔다.

나는 한국청소년연맹, 누리단이었다.


내려갈 거 왜 올라가냐며 불평불만을 하며 올라갔다.

올라가서 뭐 했는지 기억은 안 나고, 올라왔으니 내려가는 게 순리.

역시나 투덜대며 내려왔다.

학교가 보이고, 운동장이 보였다.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비탈길에 가속이 붙어 뛰다시피 걸었다.


좁은 길 옆에 무언가를 심으려고 땅을 고라 논 곳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밟았다.

발이 쑥 들어갔다.

넘어졌다.

ㅠㅠㅠㅠㅠㅠ


민망함에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

일어나 지지 않았다.

아픔은 뒤늦게 찾아왔다.


결국 엉엉 울며 선생님의 부축을 받아 내려왔다.

(거의 다 내려와 다쳐 천만다행이었다.

누가 업고 갈 수는 없던지라...;;;)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찍고,

뼈에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석고 붕대로 반깁스를 했다.

그리고 목발을 짚었지.


목발은 생각과 다르게 매우 매우 매우 불편했다.

힘들고.


다음 날 목발을 짚고 학교에 오자

짓궂은 남학생이 빨간 사인펜으로 낙서를 했다.

빨리 나아라, 뭐 이런.

그래, 목발에 낙서하기, 깁스에 낙서하기 같은 것도

해보고 싶을 때가 있지.

내가 목발을 짚어보고 싶었던 것처럼...


목발은 꽤 빨리 놔 버렸다.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 반깁스를 풀고,

압박 붕대를 하고, 침을 맞고,

발목 아대를 하고, 한 달 넘게 절뚝이며 다녔다.

(그 발로 수학여행도 갔다 왔다.)


그 이후로 오른쪽 발목이 힘없이 꺾이거나 꺾일 뻔한 위기의 순간들이 많았다.


20대 후반,

힐 신고 지하철 계단 내려가다

오른쪽 발목이 흔들리며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구르지 않아서 다행;;)


계단 모서리에 정강이를 찍었는데,

피도 안 나고 스타킹도 멀쩡했다.


오씨,

되게 아팠는데 다친 티가 안 났다.;;


오른쪽 정강이가 약간 부어올랐지만,

유심히 봐야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교회에 도착해 붕대를 감으면서도 뭔가...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다.

(지각을 했던지라, 혼자 찔려했던 것 같다.)


지금도 다쳤던 그 부위를 만지면

약간 오목하게 파인 게 느껴진다.

(진짜!)


어쨌든, 한번 삔 곳은 조심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이후로는 오른 발목을 주의하며 걷는다.


그래서 결론은, 운동화를 새로 사야 한다는 거다.

좋은 걸로.

푸릇, 새싹이 올라왔다.






한산하네.


30분 알람이 울리기 전 반환점을 돌았다.

칙칙한 마른 풀잎 사이로 초록색 새싹이 보였다.

얼마 전 아주머님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수변을 뒤지시던데.


오늘은 산책로가 다른 날보다 매우 한산했다.

어정쩡한 시간에 나온 탓인지, 날씨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절한 여유 공간을 갖고 걸었다.


며칠 전에 20도까지 치닫고 매우 더웠는데

다시 썰렁해졌다.

(겨울옷 이미 정리했는데...-_-)


오들오들 떨며 집으로 향했다.

(청자켓 안에 반팔 입고 나갔음;;)

수고한 나를 위한 선물도 잊지 않고. ㅎ

이게 정말 조리예 같은 비주얼이면 얼마나 좋을까.



2022.03.18.금 D+3
17:11~18:26
9,219 걸음



P.S

이것이 꽃샘추위인가. 우리 동네 유채꽃 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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