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콘서트 후기>
9월 17, 18 양일에 열린 아이유의 공연 후기입니다. 제 브런치에 공연 후기를 올린 것은 처음있는 일인데요. 그만큼 의미 있고, 너무 좋은 공연이었기에 부족한 글재주라도 그 감성 그대로 남겨놓고 싶어 써보았습니다. 부디 친절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춰”
그 노랫말과 정확히 일치하는 그 시간 그 태양 아래. 공연은 시작되었다. 첫곡을 뭘로 할지는 한참 전에 정해놓은 것 같다. 유애나 팬클럽 선예매가 8월 8일 오후 8시에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에잇>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이 공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2020년에 열렸을, 많은 이들이 말하듯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여성 가수 최초로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그것도 2008년 9월 18일에 데뷔한 아이유의 14주년 기념일.
아이유가 활동한 지 14년이라고? 어느덧 그렇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팬페이지 중 “아이유는 아이가 아니에유” 의 말처럼, 올해 그 아이유는 서른 살 된 14년 차 아티스트다.
골든아워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내가 스스로 부여한 뜻은 ‘황금기’라 붙이고 싶다. 이 공연이 아이유의 황금기를 나타내고 있다고 느껴졌다.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에 데뷔해 결국 주경기장 이틀을 8만 6천의 관객으로 가득 메운 그가 이룩해낸 오렌지 섬에서 같이 그의 황금기를 축하한 파티다.
아이유는 이 공연에서 예전 <마시멜로우>를 졸업시키듯 두 곡을 졸업시켰다. 정식 셋 리스트의 노래로는 라이브로 들을 일이 없어질 두 곡은 <좋은 날>과 <팔레트>다.
“좋은 날은 저의 출세곡이에요. 하지만 이 곡을 부르고 항상 퇴장하는, 그리고 이곡에 배치 때문에 셋 리스트 구성에도 영향이 있었어요.”
이 곡은 지금의 아이유를 만들어낸 곡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열여덟 살 아이유에 머물러 있을 수 없듯, 그는 성장했다. 이제는 공연장에 찾아줄 “오빠” 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긴 했지만, 확실히 지금의 아이유는 그 시절 아이유와 많이 다르다.
<팔레트>의 졸업은 자신에 대한 확신을 처음 갖게 된 스물다섯의 아이유에게 선물하려 한다는 그 말과 뜻이 참 그 답다고 생각했다.
“인생 가장 행복했던 시기의 그 노래보다, 지금 오늘이 더 행복해요. 참 다행한 일이죠?”
그 다짐은 참 오랜 생각인 것 같다. 오늘의 공연이 바로 <에잇> 스물여덟의 감성과 닿아 있으니 말이다. 서른 아이유의 감성은 어디 닿아 있을까? 나는 발라드 파트인 3부에 있다고 보았다.
<무릎>과 <겨울잠>을 시작으로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 편지>로 쭉 이어져온 이 곡들은 2011년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의 그가 가진 발라드 감성이 주를 이뤘다. 그의 앨범은 나이에 관한 시리즈들이 참 많은데, 그것과 함께 일관되게 인간 이지은과 아티스트 아이유가 추구하는 공통의 감성에 닿아있다.
그리고 그 3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두 곡이 나에게 이 공연에 가장 큰 감동의 순간이다. 바로 <시간의 바깥>과 <너랑 나>이다. 팬들은 모두 알지만,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이어진 두 곡의 서사가 내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공연의 테마에는 항상 <시간>이 있었다. 공연 중앙 전광판에 항상 모래시계가 있었고, 아이유와 아이유의 인터뷰 영상에서 그 모래시계의 모래는 아이유가 보낸 모든 시간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도 했다.
그 황금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오늘의 공연에 바로 그 시간과 그 바깥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마침내 보게 되었다.
앵콜 파트의 곡 중엔 <아이와 나의 바다>와 <어푸> <에필로그>로 이어진다. 바다를 보며 파도가 되고 싶다던 어린 소녀 아이유가 결국 파도로 나아갈 결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라일락> 앨범 안에서도 연속된 곡으로 <아이와 나의 바다>는 아이유의 모든 20대를 나눠서 담아낸 자전적 곡이다.
이어진 <어푸>는 그런 자신을 자신의 팬들에게 말한다. 높은 파도에 휩쓸려도 게워내며 가보겠다고, <에필로그>는 그런 자신을 지켜준 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만들어낸 팬송이자, 앞으로의 아이유다.
그런 황금과 같은 시간에 함께 모든 것을 듣고 즐기고 어찌, 좋았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날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그럼요”
오늘에서야 마침내 이 답변을 그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