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네기 멜런대 카우프만 교수(Geoff Kaufman)가 진행한 실험을 소개한다. 이른바 ‘종이로 읽을 때 vs 디지털 화면으로 읽을 때‘에 대한 차이를 조사했다. 실험에서 학생 80여 명을 모집하여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학생들에게 짧은 이야기 한 토막을 읽게 한 후, 추상적 질문 12개와 구체적 질문 12개로 총 24문제를 던졌다. 한 그룹은 노트북으로 응답하고, 다른 그룹은 종이로 응답을 받았다. 그 결과로 종이로 읽은 응답자가 추상적 질문에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반면에 노트북으로 읽은 응답자는 구체적인 질문에 더 높은 정답률을 나타냈다. 종이와 디지털 화면이 분명한 차이가 난다는 실험 결과를 보였다.
카우프만 교수는 디지털 화면이 일종의 좁은 시각을 만든다고 밝혔다. 반면에 종이는 글을 읽을 때 비교적 넓은 맥락으로 전체를 살필 수 있도록 큰 시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디지털 화면이 직관적이며 단순 영역에서 접근이 유리하다. 가령 OX 퀴즈나 단답형 퀴즈 같은 단순한 질문에 더 반응이 잘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아날로그적인 종이는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판단에 훨씬 우월하다는 설명이다.
영상 시대에 맞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스마트기기에서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면 단순한 영상이나 사진 이미지가 낫다. 만약 카카오톡으로 어떤 상대방이 복잡하거나 긴 메시지를 올리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 읽씹‘ 또는 ’ 안읽씹‘이라는 속어다.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읽었으나 답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가 읽씹이다. 아예 읽지도 않는 경우가 안읽씹이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소통의 대화겠지만, SNS에서 긴 글을 읽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흔한 이모티콘이나 사진 한 장으로 의사표시가 충분할 때가 많다. 인터넷 신조어 몇 자만 몰라도 옛날 사람 취급당하기에 십상이다.
과거 ‘15초 짤’이라 불렀던 동영상이 요즘 대세다.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라 부른다. 10분 웹드라마도 인기다. 전 세계 10억여 명 이용자를 보유한 틱톡(TikTok)을 숏폼 콘텐츠를 유행시킨 원조 플랫폼으로 꼽는다. 15초 남짓 짧은 온라인 동영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바쁜 현대인에게 이른바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 부르는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유행에 딱 맞아떨어졌다. 스낵 컬처는 소위 과자 한 봉지를 먹는 시간에 휴대전화로 인터넷 짧은 영상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를 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풍조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어느 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역사 이래 가장 많은 글을 읽고 쓰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분명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이미지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주위 사람들이 금방 반응을 올린다. 여기에 적당한 글 한 토막을 얹으면 작품 하나를 만든 느낌이 든다.
『이미지로 글쓰기』에 나온 말을 빌리면, 이미지에 반응하고 해석하는 글쓰기는 텍스트 중심의 글쓰기보다 감수성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아마 훨씬 직관적이고 빠른 변화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이미지+글’의 형태가 사람들에게 적합해 보인다.
실제 사례. 카드 뉴스 잘 쓰는 방법
- KBS2 방송 '대화의 희열 스페셜' 아이유 편에서
‘멜로디와 문장의 길이가 다른 경우 어떻게 하나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곡가 겸 유명 프로듀서인 유희열이 가수 아이유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아이유가 새로운 곡 작업을 할 때 멜로디와 가사가 서로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녀는 가사를 그대로 살리고 멜로디 부분을 바꾼다고 대답했다. 가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나는 가사를 죽이고 오히려 멜로디를 살려서 곡 작업을 진행한다.’라며 아이유 말에 유희열이 상반된 견해를 냈다. 아무래도 작곡가 출신인 유희열은 멜로디 중심으로 노래를 만드는 음악 스타일을 강조했다. 함께했던 출연자인 소설가 김중혁이 ‘형식미의 유희열, 메시지의 아이유’라며 두 사람의 음악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갑자기 음악 이야기라니 뜬금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사진 한 컷이나 짧은 동영상이 텍스트(text) 글보다 더 많이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사진 한 장 올리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사용자가 대략 2천만 명에 달한다. 메타(Facebook)도 사진 몇 장이나 짧은 글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때문인지 긴 글 찾기가 도대체 힘들어졌다. 디지털 시대에서 누군가에게는 사진 한 컷이 너무 편하다. 반면에 어떤 이에게는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는 글 한 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카드 뉴스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하여 만든 신개념 뉴스 보도 형태라고 설명한다. 명확한 정의나 유래를 찾기가 힘들다. 아마 언론사에서 출발한 듯 보인다. 다만 글로써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보다 이미지 몇 컷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어서 공공기관부터 기업까지 널리 쓰이는 추세다. 카드 뉴스는 이미지 크기만 조절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화면에서 보기 편한 장점이 있다. 특히 모바일 광고에서 기존 광고 형태를 대신할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카드 뉴스를 제작에 스토리보드(Storyboard) 짜기를 권한다. 스토리보드를 그냥 콘티(Contiuity)라고 혼용해서 불러도 무방하다. 스토리보드는 광고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물을 제작에 필요한 문서를 의미한다. 광고를 제작하는데 초기 기획단계에서 전체 틀을 구성하는 청사진으로 이해하면 쉽겠다. 그림 여러 장을 그려서 전체 이야기를 잡아가는 특성이 있다. 줄거리인 글을 먼저 작성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먼저 그림을 만들고 뒤에 글을 맞추는 예도 있다. 각자 선호하는 스타일대로 만들면 편하겠다. 단, 카드 뉴스에서 전달하려는 이야기부터 작성해야 출발이 수월하겠다.
카드 뉴스를 완성하는 순서는 ①줄거리 쓰기-②이미지/사진 만들기-③스토리보드 짜기 순서를 제안한다. 스토리보드에서 순서대로 만들면 완성이다. 요즘 카드 뉴스를 만드는 도구들이 많이 소개됐다. 그냥 기본 도구인 파워포인트(ppt)로 만들어도 무방하다. 망고보드(mangoboard)나 미리캔버스(miricanvas)는 카드 뉴스 서식(Template)을 미리 만들어서 제공한다. 무료 버전에서 시험 삼아 손쉽게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