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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이나 Dec 15. 2023

태어나서 처음으로 PT 하게 된 이유

PT가 도대체 무언디??!

카페에 나오면 글이 잘 써질 줄 알았다. 매일 글쓰기 3개씩 하다가 어제 한 개도 못 썼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날 따뜻한 집에 있고 싶었는데 안주하려는 생각을 떼려 가며 카페로 나왔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몇 차례 하는 동안에도 뭘 적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앉아 있다. 그러다 5살짜리 유니가 한 말이 생각난다. 

“엄마, 아기 낳아줘” 헉…쓰 

"엄마, 아기가 왜 이리 천천히 와.." 아... 

"엄마가 계속 먹어서 그런 거 아니야?" 끄윽..


첫 번째, 말은 어린이집 친구들이나 내가 만나는 친구들의 아이들도 동생이 있는 걸 보고 나서부터 유니가 왜 나는 동생이 없는가에 궁금증과 함께 자기도 갖고 싶어서 한 말일 거고, 두 번째는 엄마가 "그래, 동생 만들도록 노력할게"라고 말을 한지가 오래됐는데 소식이 없으니, 세 번째는 신랑이 종종 장난으로 "여기에 둘째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야 되잖아~" 말한 것과 내가 살 빼기로 단단히 다짐한다면서 유니를 향해 "엄마가 뱃살 빼면 생길 거야. 엄마 많이 먹지 못하게 해 알았지?" 이런 말들을 했기 때문에 5살 유니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인 거 같다. 


유니야... 엄마도 정말 갖고 싶단다. 근데 안 주시는 걸 어쩌니. 세화병원에서 1.3cm 용종 제거하고 그 뒤로 병원을 안 갔다. 그 이유는 산부인과의 '굴욕의자'에 누워야 하는 힘든 난관을 참아야 하기 때문이고, 시험관을 하지 않는 이상 초음파 보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정말 우리 신랑은 매달 협조를 해주고 있다. 엽산이랑 영양제 챙겨주면 잘 받아 드시고, 가임기 때 같이 잘 달려(?) 준다. 


그럼에도 나는 초조하다. 왜냐하면, 내 나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보통 인공수정, 시험관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같이 적극적으로 산부인과에 찾아가 진료를 받고, 신랑은 부끄러운 걸 보면서 정액 검사를 하고, 아내는 초음파, 나팔관, 피검사를 통한 호르몬 검사까지 받는다. 나는 난임과에 가면 아이를 갖고 싶은 부부들이 같이 진료받으러 오는 걸 봤었다. 그런데 나는 항상 혼자였다. 


작년(2022년도)에는 너무 간절해서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같이 해보자고 사정을 해보았었다. "다른 남편들은 정액 검사를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냐. 아내가 그만큼 원하고 힘들어하니까,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같이 해주는 거다. 우리가 몸이 아프면 병원의 도움을 받잖아.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움 받고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되지 않겠나. 다른 부부들은 다 하는데 나는 왜 속앓이만 하느냐!! 솔직히 너 몰래 배란 유도제도 먹으면서 해봤다. 자기 몰래 하니까 마음도 불안하고 더 힘들고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받았는 줄 알아" 심각하게 울면서 이야기하는데 남편은 배란 유도제, 배테기, 난포 주사 등 뜻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아... 그래. 그동안 내가 너한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계속 설득하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려 했던 내 잘못이지. 작년에는 신랑이 둘째에 대한 마음이 아예 없을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더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힘든데 나의 힘든 마음까지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유니가 동생 이야기를 꺼내면서 신랑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유니가 동생을 너무 갖고 싶어 해..", "그... 래?" 그래 이 나쁜 놈아, 내가 그렇게 우울해하고 울 때는 완고하더니 유니가 동생에 대해 이야기하니, 의외인데? 표정을 짓는다. 이 왕 단무지가 그 뒤 보인 긍정적 행동은 정액 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의료 기술은 대단하다!! 정액검사 결과를 같이 들으러 갔다는 것도 큰 변화였다. 수줍은 색시처럼 의사 선생님 앞에 정중히 앉아선 이야기해 보십시오. 하는 표정도 다소곳하기까지 하다.


산부인과 선생님 말씀 "정자 개수는 많고, 50% 정도 활동성을 보여서 괜찮은데 모양이 이상한 애들이 많은 편이에요. 혹시 술, 담배 하시나요?" 

"아니요. 전혀 안 합니다"

"지금 잠깐 이럴 수도 있어서 3개월 있다가 다시 검사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래서 비교해 보죠"

"네... 알겠습니다." 이걸로 진료 끝. 이 진료를 끝으로 우리는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가 다가오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기 시작해서 병원은 발길을 끊었다. 거기다 올해 1월에 전에 다니던 직장에 복귀해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새로이 이직을 하면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유니의 양육에 집중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고, 대신에 유니가 어린이집에 간 낮시간에 PT와 헬스를 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이때 나는 홈트를 1년 하면서 4kg 뺐다가 내가 "다 이루었도다~" 외치면서 체중관리를 놔버렸더니 5kg이 다시 쪄 버린 뒤였다. 요요+1kg!! 


이렇게 된 데에는 신랑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쉬게 되면서 내가 3교대 직장일을 하면서 '식탐'이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겠다. 이로 인해 1년 동안 요가와 홈트로 과체중에서 살짝 벗었났던 체중이 순식간에 비만이라는 친구 코 앞에 가버렸다. 아... 어쩌란 말인가. 일이 과중되거나 스트레스받으면 먹는 걸로 바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 PT를 받아 보라고?? 마침 할인가에 신이 난 신랑은 간신 같은 말로 신랑 말 잘 듣기 소문난 팔랑귀인 나를 헬스에 등록시켜 버렸다!! 그래... 유니가 원하는데 체중을 빼보자. 이대로 임신이 돼도 고위험 산모가 되는 건 눈 감고도 훤하다. 그리고 한의원에서도 복부까지 혈액순환이 되도록 살을 빼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신랑은 지금까지 처럼 일을 하면서 집에서 꾸준히 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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