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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이나 Dec 12. 2023

내가 둘째를 가지고 싶은 이유

그래 현실을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잖아?! 아이를 기르기엔..

나는 왜 아기를 좋아할까? 나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아이를 낳고 싶은 것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집착적이다. 원래 비혼이었는데 결혼을 결심하자마자 다자녀를 꿈꿨다. 나의 모든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쏟고 싶었다. 집이 북적북적하고 활기찬 게 좋았다. 아… 난 외로웠던 것이다. 지금은 조용한 게 좋아지긴 했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난 무언가를 계속했다. 내 머리에 생각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원했으니까. 아이들이 많으면 생각할 시간이 없을 만큼 정신없을 것이다.


집에서 아이들과 한글, 수, 책 읽기, 미술 놀이를 하면 정말 정신없고 신날 거 같다. 어차피 아이가 한 명이어도 해야 되는 육아를 힘들지만 여러 명을 한 번에 키우고, 좀 자라고 나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를 보내고 나만의 여유를 누리는 것. 얼마나 실용적이고 나의 자존감과 성취감이 올라가는 일인가. 그림으로 그려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아니 생각만 해도 뿌듯했었다.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내 아이이기 때문에 나만이 제공해 줄 수 있는 모든 것들.


하지만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육아는 현실이다. 원하는 곳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고, 부부 맞벌이 합산해서 평균 700되도 서울권에서는 헉헉대고 있다. 내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욕망은 쉽게 이루기 힘들다. 아파트 빚은 개인 1억이 있어도 30년은 빚을 갚는데 써야 할 정도로 분양가도 올라있다. 1억을 어른들의 도움 없이 모은 신혼부부가 몇 있을까. 우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아파를 분양받았다가 잔금도 치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아파트 실거래가가 감정평가액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상황이 많이 좋지 않기 때문....??!!!


한 가정을 이룰 때 따뜻한 내 보금자리는 포기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동산으로 자산을 늘리기 때문에 1 주택도 순수한 실거주가 아니게 된다. 단지 실거주로 집 한 채를 가질 뿐인데 세금 폭탄을 맞게 되고 신혼부부의 혜택들도 사라진다. 도대체 아파트 집 한 채가 왜 한 가정의 목숨도 들었다 놨다 하는지 의문이 든다.


얼마 전 뉴스에서 울산의 한 가정에서 불이나 가족 4명이 다 사망한 기사가 나왔는데, 남일 같지가 않았다. 심지어 그 가정의 가장은 대기업을 다녔다. 속사정이야 다 알 수 없지만 아파트 대출로 인해 월급까지 차압당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종종 접하면 씁쓸함과 외로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런 선택이 어떤 결말을 만들지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의 그 순간의 절박함에 동조해주고 싶어 진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각개전투.


오래전부터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두고 취업시장이 활성화된 서울, 각 도로 흩어지면서 '핵가족' 현상이 일어났고, 각자도생으로 지내왔다. 이제는 코로나 19 이후 이웃을 멀리하면서부터 삶의 무게에 외로움이 더해져 싸워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19 일 때, 고립되었던 사회 분위기는 점점 습성이 되어 당연한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우리 신랑 직업 특성상 20대 청년들을 만나는데 취업 전망이 좋지 않아 심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원래 뛰어난 친구들도 많이 보았다. 본인이 들어갈 곳을 미리 파악하고 업무에 필요한 스펙들을 미리 쌓아 신입부터 거장이 되어야 환영받는 분위기.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잠깐이라도 방황했다가는 꼬리가 되어 잘리기 십상이다. 원하는 직장을 가야 하는 청년들과 원하는 인재를 구해야 하는 기업들의 사랑의 작대기 놀이하는 구조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했다간 20대, 30대 40대에 각각 이루어야 하는 생애주기 단계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결혼할 시기에 짝이 있어도 쉽사리 결혼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연애세포는 저 멀리 빠빠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아... 이야기가 어디로 가고 있니.. 아무튼 연애세포가 사라지듯 임신에 대한 생각은 잠깐 한 달이라도 접어야 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옳다. 왜 단 한순간도 놓지를 못하니? 친한 언니는 이제는 쥐 잡듯이 뭐라 한다. "도대체 왜!! 둘이 있으면 아무것도 좋을 게 없다. 사랑스러운 딸 잘 키워라!" 맞다. 그때는 수긍한다. "맞다"면서"나도 점점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기니까 좀 내려놓은 거 같다. 이제 신경 안 쓸려고" 그러면서 혼자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아주 운동을 이렇게 했으면 살이 얼마나 잘 빠졌을까. 내가 임신에 대한 생각을 접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세 가지가 떠오른다.


첫째, 가족이 많으면 좋겠다. 사람 소리가 많이 들리면 좋겠다. 내 영역이 확장되어지는 느낌이 좋달까?

둘째, '내가 출산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나?' 이런 자괴감... 이런 것도 못해? 남들은 다 하는데?

셋째, 내 주위에 아기들이 보이기 때문에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갖고 싶은 거다. 아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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