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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Dec 23. 2022

17. 우리 집은 언덕 꼭대기에 있어요

[나의 왕국], 키티 크라우더 글/그림, 나선희 옮김, 책빛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그림책에서 첫 문장을 빌려오다'
오늘은 [나의 왕국]에서 첫 문장을 빌려왔습니다. 




우리 집은 언덕 꼭대기에 있어.


우리 집에 와 본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묻는 건, ‘눈이 오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이야. ‘도로에 열선이 깔려 있어서 눈이 쌓이지 않아요.’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꽁꽁 언 언덕을 썰매를 타고 시원하게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해.


7층엔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셔. 할머니는 암 투병 중이라고 하셨는데 어디서 힘이 솟아나시는지 할아버지랑 매일 싸우셔.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가 막 소리 지르는 목소리가 다 들리지.


8층엔 총무님이 사시는데, 아파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동하시는 분이야. 우리 집 싱크대 수도꼭지가 고장 났는데도 와서 도와주셨어.


5층엔 맘씨 좋은 어르신들이 사셔. 시우 또래의 손녀가 있다고 조금 시끄럽더라도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해.


앞집엔 신혼부부가 살고, 2층 할머니의 딸은 4층에 살아.


아파트 앞엔 순자네 왕김밥집이 있어. 김밥을 마시는 할머니는 항상 전원일기를 보고 계시지. 혼자 사니까 밤이 너무 무서우시대. 그래서 밤에 매일 TV를 틀어놓고 주무신다고 하셔. 나는 할머니가 안쓰러워서 김밥을 싸는 동안만큼이라도 열심히 대꾸를 해드려.


길을 건너면 6년 단골 세탁소가 있는데, 세탁소 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해. 천사 같아. 볼 때마다 칭찬해 주시고, 저번엔 나보고 ‘학생 같다’고 해주셨어. 시우를 볼 때마다 많이 컸다며 아는 척해주시고 전엔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2천 원을 주셨어. 셔츠 한 장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게 2천 원인데 말이야.


건너편 아파트 놀이터에 매번 운동하러 오시는 할머니, 놀이터에서 놀다 만난 초3 친구들, 말없이 묵묵히 일만 하시는 경비 아저씨, 갈 때마다 부동산 유튜브를 크게 틀고 계신 사랑해 마트 사장님…


모두 다 건강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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