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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금 Jul 02. 2019

나는 매일 포기하고 싶다

포기전문가

intro : 포기 사건의 발단


나는 매일 포기하고 싶다. 나의 포기 선포는 2012년도부터였다. 나는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간다.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싶다. 그런데 자꾸 탈락했다.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5년 만에 첫 입선을 수상했다.

나의 두 번째 포기 선포는 무명작가의 서러움이었다. 남들처럼 회사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고 친구와 가족에게 죄인 취급을 받았다. 아직도 인기가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나를 좋아하는 팬분들이 있다.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다. 아빠는 나를 놀고먹는 놈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놈팽이가 너무 바쁘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놈팽이다.


나의 세 번째 포기 선포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다. 삶을 포기하려 했다. 살아서 무엇하나, 죽어야 엄마를 볼 텐데 매일 죽음을 꿈꾼다.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죽을까 연구를 한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살아있다. 

나의 네 번째 포기 선포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회사에서 왕따를 당했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했다.

그런데 나를 왕따시킨 팀장이 퇴사를 하고, 회사측과 오해를 풀었다. 그래서 은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다섯 번째 포기는 사업실패였다. 스티커와 메모지를 판매하는 문구점 쇼핑몰을 오픈했다. 그런데 판매가 잘 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한지 3달밖에 안됐는데 언니가 한숨을 쉬며 포기하라고 한다. 한창 신나게 신상품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그 말을 들으니 힘이 빠졌다. 스트레스 과다와 과로로 인해 결국 나는 중추 말초신경계에 이상이 왔다. 현재 4일치 약 처방을 받았다.

나는 나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는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는 댓글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위의 내용들처럼 나는 매일 포기하고 싶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내가 정말 능력이 없어서 아직도 무명인거구나 정말 많은 자책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연필과 펜을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돈과 빽없이 순수한 열정과 노력만으로 바닥부터 시작해서 올라가는 것도 다 운빨이구나, 나란 존재는 그냥 여기서 멈춰야 되는구나 매일매일을 자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반응을 한다. 은퇴를 결심했을때에도 내 몸이 반응을 했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매일 포기하고 싶은데, 포기가 안된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유일한 나의 1호팬이었던 엄마마저도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나는 그림을 그렸다. 뚱뚱보 돼지라고 놀림받던 소녀가 그림을 그리며 위로를 받았고,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며, 좌충우돌 많은 일들이 생겼지만 나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어쩌면 이 고통과 시련의 과정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깊은 우울감과 포기하고 싶음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공감과 위로를 하고 싶다.

미래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중요해요


https://instagram.com/hansalt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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