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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Feb 22. 2023

03. 이럴 거면 나를 왜 뽑았을까?

경력사원의 설움

마침내, 직전 회사이기도 한 나의 여섯 번째 회사에 첫 출근을 했다. 큰 건물 안으로 정신없이 들어가는 직원들, 가방에서 사원증을 찾아 헤매는 직원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나도 이제 그들과 한 무리라는 게 뿌듯했다.


이어, 마중 나온 인사팀 직원과 함께 근로계약서 작성을 마치고,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내내 심장이 요동쳤다. 마침내 팀원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리더와 팀원들은 내가 오자 순수한 미소와 함께 나를 반겨주었다.


참고로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팀 리더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나와 10살 조차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이곳은 나와 나이 차이가 가장 적었던 분이 다섯 살 위의 과장님이었고,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10살가량 차이가 났다. 그야말로 과/차장급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나를 더 배려해 주는 분위기였다.


리더는 면접 때와는 달리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곤 장장 세 시간가량 팀에 대한 소개와 그동안 팀에서는 어떤 일을 해왔고,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좋겠는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야기했다. 또한, 나에게 잘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 있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나 난 어떤 일을 잘한다고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 직전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이 점은 강점인 것 같다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그랬더니 답변에 만족스럽지 않아 하며 그러니까 진짜 잘하는 게 무엇이냐며 되물었고, 이건 앞으로도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첫날 오전부터 가볍지만은 않은 대화가 오갔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해보고 싶었던 업무이고, 무엇보다도 그가 나를 팀원으로 선택한 것이 잘한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맨 하단 숨겨둔 이야기로 덧붙였다)




당시는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공교롭게도 내가 온 다음날 팀 리더는 코로나에 확진됐다. 사실상 하루 만나고, 일주일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에게 특별히 주어진 일은 없지만 출근 첫날, 리더가 꽤 오랜 시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기에, 그에 대한 숙지는 필요했다.


둘째 날엔 선배들에게 받은 자료와 공유 폴더에 있는 자료를 스터디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간간이 울리는 사내 메신저 팀방에 리더는 선배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면서 끝으로 내게 한 마디 메시지를 남겼다.


 할 일이 없다고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뭐라도 찾아서 하세요


유선상으로 들었으면 그 뉘앙스가 다를 수 있었겠지만 텍스트로의 느낌은 싸늘했다. 나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억지텐션)




일주일의 격리 시간이 흐른 뒤, 팀 리더는 정상 출근을 했고, 업무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내게 작은 일들을 던져주었다. 마땅히 줄 일이 애매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이미 다 완성된 일을 나의 관점으로 디벨롭하라는 업무가 많았다. 그리곤 따로 불러 앞으로 내가 하는 모든 업무를 테스트할 거라고 말했고, 정말 그는 늘 테스트를 하는 눈초리로 나를 대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잘해서 리더의 마음을 샀으면 좋았겠지만 업무에 대한 결과는 늘 아쉬움이 남는 눈치였다. 그런 눈치에 난 더 눈치를 보게 됐고, 테스트는 계속 됐다. 무엇보다 나를 의심하고, 못 미더워하는 마음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니, 이렇게 못 미더우면 나를 왜 뽑았을까 싶을 정도로.



*숨겨둔 이야기: 나는 이곳에서 면접을 보기 한 달 전, 업계에서 유명한 다른 곳에서 면접을 보게 됐다. 실무자 면접에서 유난히 반응이 좋아 한껏 들떴지만 PT면접이자 대표 면접에서 처참하게 거절을 당했다(아주 처참히...)


무례한 그들의 태도에 막연히 이곳의 광고주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정말 우연히 그 회사의 광고주인 내 직전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실제로 내가 속한 팀은 그 회사와 긴밀하게 일을 하는 팀이었다.


아무튼, 에이전시에서 거절한 나를 광고주인 우리 팀 리더가 선택해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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