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파 Jan 27. 2022

진화하는 창조 경험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는 엄청난 창조 능력이 탑재되어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창조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이 창조한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선사시대부터 우리는 어떤 특정한 경험을 할 때 행복한 느낌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기분은 뇌에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 호르몬은 중독적이기 때문에 한번 맛을 보면 자꾸 그 경험을 반복하고 싶어 한다.


행복한 느낌을 받는 경험은 다양하다. 밥 먹을 때도 행복하고 유용한 물건을 얻었을 때도 행복하다. 호감이 가는 상대와 대화를 할 때, 모닥불 앞에서 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여러 가지 행복한 경험 중 가장 멋진 경험 중에 하나는 무언가 멋진 것을 창조하는 경험이다. 

창조 경험은 몰입을 수반한다. 그리고 본인도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멋에 다가간다. 어렴풋한 콘셉트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구체화되고 그 창조물이 아름답거나 유용하거나 재미있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가치가 있을 때는 더더욱 행복하다.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1. 물리적인 부피와 무게가 있는 것을 창조

얼마 전 은퇴한 부모님의 집에 온 가족이 놀러 갔다. 아버지는 은퇴 후에 주로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신다. 요즘은 도자공예에 빠지셔서 그릇, 연필꽂이 등 조그마한 도자기 작품을 만드신다고 했다. 부모님 집에 도착한 우리 가족을 위해 아버지는 도자기 찰흙을 준비해 놓으셨다. 각자 하나씩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기본적인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우리 가족은 각자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아내는 카페라떼를 담을 수 있는 살짝 넙적한 커피잔을 만들고, 아들은 컵을 만들었다. 나는 다육식물을 담을 수 있는 거북이 모양의 화분을 만들었다.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만들었고 건조를 위한 장소로 옮겨졌다.


도자기를 만드는 경험은 멋졌다. 흙의 촉감, 흙의 성질을 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막연히 '만든다'에서 '화분을 만든다'로. '화분을 만든다'로. '거북이 모양의 화분을 만든다'에서 또 발전하여 '다육식물을 담을 수 있는 거북 모양의 화분'까지 내 의식과 흙이 만나 자연스럽게 창조가 되었다.


2. 물리적인 부피와 무게가 없는 것을 창조

보통 만든다 하면 물리적인 부피와 무게가 있는 것을 떠오르지만 아닌 것이 더욱더 많다. 악기를 하나 정도 연주할 수 있으면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터이다. 악기를 연주하면 실시간으로 소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 기분은 정말 악기를 연주해봐야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춤과 연기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창조된다. 주어진 음악 또는 대본이나 상황에 따라 몰입하여 다른 이에게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한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추상적으로 나뒹구는 개념을 정리하여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게 만들어 정보를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창조 경험이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무게나 부피가 없지만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많은 요소를 더하여 만드는 창조 경험이다.



창조 경험을 통해 만든 창조물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창조물을 경험한 다른 사람은 반응하게 된다. 

유용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멋지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싫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어떤 사람은 관심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개인적인 창조물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팀 창조물을 보면서 우리는 댓글과 좋아요 버튼으로 피드백한다. 


창조물에 대한 피드백은 창조자에게 다시 강력한 영감을 준다.

아. 사람들이 이런 창조물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창조물을 싫어하는구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이거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런 영감은 다음 창조물에 다시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렇게 진화하는 창조 경험은 정말 기분이 좋다. 

창조 경험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억대 연봉은 가뿐히 넘는 유튜버나 작곡가, 소설가, 웹툰 작가, 스타트업 CTO가 될지도 모르겠다. 억대 연봉도 멋지지만, 그 창조자들이 느끼는 행복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멋질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의 생활을 위해 의식주가 필수라고 했다. 의식주가 해결되고 우리의 관심은 콘텐츠로 향해있다고 느낀다. 평생을 들여도 명작을 모두 경험하긴 힘들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창작물이 온라인에 쏟아지고 있다. 


우리 모두 몸과 마음속에 엄청난 창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끌어내서 더 멋진 것들을 창조해보면 어떨까?


오늘은

짧게라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한 컷이라도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려보면 어떨까?

그리고 다른 이의 창조물을 보고 희망의 피드백을 해주면 어떨까? 


꼭 소셜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멋진 대화, 멋진 순간, 멋진 장면을 창조해보면 어떨까?


참고로 우리 가족이 만든 도자기는 건조 공간에 난입한 고양이가 모두 깨뜨렸다고 한다... 창조란 힘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눈사람 만들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