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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Feb 18. 2020

가장 추운 도시의 별난 밥상

야쿠츠크의 이색적인 요리들과 추천 여행 스팟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이상하고 따뜻한 경험들은 
영원히 냉동보관 될 듯. 



별난 요리로 차린 풍성한 식탁


놀랍도록 풍성하게 차려 먹는 야쿠츠크의 밥상. 채소류가 다소 빈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둘러앉은 식탁 위는 수많은 접시로 채워져 배고플 틈이 없었다.

끼니마다 사하공화국 사람들의 주식인 고기, 생선, 유제품이 골고루 차려졌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경험은 단연 대망의 첫 식사다. 전통 요리를 프렌치 스타일로 선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였다. 싱그러운 봄을 연상시키는 연둣빛 실내에 들어서자 입구에서 직원이 두꺼운 외투부터 받아 줬다.



야쿠츠크에서는 식당, 학교, 박물관 할 것 없이 코트룸에 겉옷을 맡기는 게 먼저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레카 오제로 레스(Reka Ozero Les)’, 즉 러시아어 그대로를 해석하자면 ‘강, 호수, 숲’이에요.” 헤드 셰프 니콜라이 가비셰브(Nikolai Gabyshev)의 설명대로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로 요리한 근사한 메뉴가 차례로 식탁에 올랐다.


소금과 후추와 레몬즙으로 상큼하게 무친 얼린 민물고기 치르, 얇게 저며 살짝 구워 낸 사슴 고기와 루꼴라 샐러드, 큼지막하고 투박하게 자른 말고기 스테이크, 민물 새우 볶음밥을 곁들인 하얀 연어 덮밥, 사슴 육포를 올린 부드러운 감자 퓌레, 그리고 디저트인 블루베리 케이크까지. 


구운 채소를 곁들인 말고기 스테이크
낚시 후 곧장 얼어붙는 생선을 그대로 얇게 잘라 먹는다. 붉은색 고기는 말고기와 사슴 간


반전은 있다. 메인 메뉴로 시킨 연어는 예상했던 맛이 전혀 아니었고,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독일인은 말고기 스테이크를 몇 입 먹지도 못하고 포크를 내려놓고 말았다. ‘맛있다’, ‘맛없다’를 말할 수 없는 그런 식사라고 할까. 배는 불렀으나 단점이 뭐라고 꼽지도 못하는 애매모호한 식사 말이다.


얼린 생선 치르


이후로도 야쿠츠크에서 즐겼던 식사는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링곤베리와 크랜베리로 만든 붉은 주스 모르스(Mors)를 물 대신 마셨고, 마땅히 보드카도 빼놓지 않고 곁들였다. 사슴고기, 말고기, 망아지 고기는 절대 빠지는 법이 없었다. 굽거나 말리거나, 혹은 생으로 먹거나 등 방식만 달라졌을 뿐. 단단하게 얼린 생선을 얇고 길게 자른 스트로가니나(Stroganina)와 뜨거운 생선 수프도 여러 번 시켜 먹었는데,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생존을 위한 변화인지 조금씩 맛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하얀 연여 덮밥


대부분의 모험이 그렇듯, 첫 며칠간의 두려움은 금방 사라졌다. 절대 이겨 낼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추위도 견딜 만해졌고, 얼린 치르를 안주 삼아 마시는 보드카 한 잔의 풍미에도 눈을 뜨게 됐다. 그건 곧 떠날 시간이 됐다는 의미. 여행자는 익숙해질 만하면 떠나야 하는 운명이니까.


레스토랑 ‘레카 오제로 레스’에서의 저녁 식사


일주일을 차근차근 곱씹어 보니 한 일이 별로 없다. 밥을 먹거나 사람들을 구경하고, 날씨 앱을 수시로 확인하며, 이따금 영하 40도에서 산책을 했을 뿐. 그런데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존재조차 몰랐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라는 타이틀만 쫓아간 여행. 시리도록 찬 바람이 불 때마다, 이상하고 추웠던 이 도시가 그리워질 것 같다.  

레카 오제로 레스(Reka Ozero Les)
주소: Ammosova, 6/2, S/C Milan, Yakutsk, Sakha Republic, Russia rekaozeroles



travel  info



AIRLINE 
야쿠티야항공에서 인천-야쿠츠크 직항 노선을 주 2회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4시간 30분. 출발편은 일요일과 수요일, 귀국편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있다. 올해 3월23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동계 운항 스케줄이기 때문에 이후의 항공 일정은 야쿠티야항공사에 확인하는 게 좋다.  www.yakutia.co.kr

ABOUT 
VISA 여행자의 경우 입국 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연속 체류 최대 60일, 총 90일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TIME 야쿠츠크는 한국과 시차가 없다. 
CURRENCY 1RUB(루블)이 한화로 약 19원이다. 지폐 종류는 10, 50, 100, 200, 500, 1,000, 5,000루블 등이 있다. 




FESTIVAL 
뭉하 Munha



야쿠츠크 북부의 호숫가에서 열리는 얼음낚시 축제.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고 매년 바뀐다. 2019년에는 11월29일에 개최했다. 주술사가 자연의 신에게 청원하는 의식을 거행한 후 동네 주민들이 함께 빙판에 구멍을 뚫고 큰 후릿그물을 던져 ‘까라시’라고 부르는 붕어를 낚는다. 단, 남자들만의 축제로 여자는 물고기를 잡은 후에만 호수에 접근할 수 있다.



RESTAURANT


마흐탈 Makhtal



역사 중심지 ‘올드 타운’의 건물 2층에 위치한 마흐탈은 홈메이드 스타일의 푸근한 음식을 찾는 이에게 완벽하다. 일반적인 전통 요리부터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소혀, 망아지 소시지, 사슴고기 스테이크, 간 파이 등 다채로운 메뉴를 갖췄다. 
주소: Ulitsa Kirova, 2, Yakutsk, Sakha Republic, Russia




초추어 뮤란 
Chochur Muran



숲속 산장 같은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 사냥의 트로피인 동물 박제와 정겨운 골동품으로 장식한 인테리어가 동화 속 그림 같다. 사하공화국의 전통 요리를 맛본 후, 설원에서 야쿠츠크의 개, 라이카(Laika)가 끄는 개썰매 체험도 가능하다.   
주소: Vilyuyskiy Trakt, 7 км, 5, Yakutsk, Sakha Republic, Russia  
홈페이지: arctic-travel.ru




MUSEUM


매머드 박물관 Mammoth Museum



단 하나의 전시실에 불과하지만, 매머드의 완벽한 해골을 포함해 현재 멸종한 빙하기 시대의 동물과 관련된 소장품이 흥미롭다. 아쉬운 부분은 오로지 러시아어로만 설명되어 있다는 것. 박물관은 러시아 북동연방대학교 교정에 자리 잡고 있다. 


Mammoth Museum
주소: Ulitsa Kulakovskogo, 48, Yakutsk, Sakha Republic, Russia  
홈페이지: www.s-vfu.ru




영구 동토 왕국 Permafrost Kingdom



일 년 내내 얼어 있는 ‘영구 동토층’ 언덕에 뚫려 있는 동굴은 야쿠츠크 관광의 필수 코스다. 테마에 맞춰 얼음조각으로 꾸민 수십 개의 방이 있으며, 얼음 잔에 보드카를 마실 수 있는 ‘예티 바’가 인기다. 기온이 줄곧 영하 5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비교적 따뜻하다.


The Kingdom of Permafrost
주소: 7км, Ulitsa Gora Chochur Muran, 1, Yakutsk, Sakha Republic, Russia




호무스 박물관 Khomus Museum



사하공화국의 전통 악기 호무스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 전 세계에서 수집한 다양한 호무스를 400여 점 전시한다. ‘구금’ 혹은 ‘마우스 하프’라고도 부르는 호무스는 금속의 얇은 판을 입에 물고 쇠막대를 튕기는 진동으로 소리를 낸다.


주소: Ulitsa Kirova, 31, Yakutsk, Sakha Republic, Russia 
홈페이지: rus.ilkhomus.com



글·사진 함희선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디스커버 야쿠티아 discover-yakut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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