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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Feb 08. 2024

고마워, 건강해줘서

알아서 건강한 효도견들

드디어, 3년 만에 다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앞으로는 꾸준히 해야지,라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그 사이 혹시 더 안 좋아지진 않았을까

결과를 듣기 전까지는 어찌할 수 없는 죄책감에 짓눌렸다.


개들은 병원에 가기 전부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는지 낑낑거리며 짜증을 부렸다.

개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 때는

수의사에게 개를 맡기는 순간이다.

나를 이 사람에게 넘기고 너는 대체 어딜 가냐는 그 원망스러운 눈빛.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참 미안하다.


둘을 맡기고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엄마와 근처 햄버거 가게를 갔다.

건강검진 하는 김에 백신 접종도 하려고 생각했는데

막상 피까지 뽑은 공복 노령견에게 가혹한 건 아닌가, 싶었다.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

그렇게 좋아하는 붕어빵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나이를 생각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건강한데요?"

안도했다.

보호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 말투가 아니라, 진심으로 놀란 눈치여서.

콩이는 피부를 빼면 전반적으로 건강한데 모모가 살짝 걱정되었다.

허리나 슬개골을 조심해야 하고, 심장 쪽의 판막 역류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단계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미약하니 알아만 두라고.

그리고 둘 다 인 수치가 살짝 높아서 먹고 있는 사료의 성분을 잘 살펴보라고 하셨다.

그것 외에는 이상소견 자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광견병, 켄넬코프, 코로나, 장염 등의 백신까지 맞기에는 무리라고 판단.

우선 종합백신만 맞고 나머지는 차차 맞추기로 했다.


여전히 수의사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이 있다.

"이 나이에 밥 거부 안 하고 잘 먹으면 정말 건강한 거예요."

그렇죠, 마치 누가 며칠 굶긴 사람처럼 밥 달라고 난리니까요.

(밥 달라고 조를 때의 눈빛이 살벌하기 짝이 없다. 영상확인하기)

여전히 건강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것 같은데, 알아서 건강해주니 이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앞으로도 건강하기만 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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