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표면을 때렸더니
고백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함.
고백하다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하다.
고백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잠수시키고 있었다는 말과 같다.
안다, 잠수'시키다'는 말은 없다는 걸.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다면 제법 말이 되니까.
생각은 액체다.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나의 표정, 말투, 행동을 통해 어느새
밖으로 새어 나온다.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은 샤워기처럼.
사실 우리의 수도꼭지는 이미 망가진 게 맞다.
한 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게 틀어막는 일이
인간에게 가능할 리가 없다.
억지로 틀어막아놓은 것들은 망가지기 마련이고,
우리는 누구나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다 착각하니까.
문제라면 물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 곳이
강이나 바다, 하다못해 호수처럼 넓고 깊은 곳이 아니라
기껏해야 내 몸 하나 담글 수 있는 욕조라는 거다.
어느 세월에 물을 받아서 채우나 싶다가도
그 어느 사이에 넘치게 차는 것이
욕조물이더라.
자기 자신은 알지도 못한 채로
허리, 가슴, 쇄골, 목, 코 밑까지.
물웅덩이는 무서운 속도로 차오른다.
나를 고립시키고, 잠식시키면서.
빠져나올 생각은 않고 숨을 한껏 참으면서.
그러다가 살려달라고, 아니, 살아야겠다고.
수면 위로 빠져나오며 손으로 첨벙, 물의 표면을 때린다.
때론 당당하게, 때론 조심스럽게, 때론... 에라 모르겠다.
미동도 없이 잠겨있던 물의 표면이 일렁이고 출렁이며 떨린다.
나의 모든 생각과 마음은
욕조 밖으로, 나의 밖으로, 세상 밖으로
쏜살같이 뛰쳐나간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내가 포함된 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려거든
잔잔한 표면에 진동을 일으켜야만 하겠지.
설레거나 무섭거나 폭발하거나.
당신이 고백한 순간 모든 것은 바뀌고
바뀐 것을 목격한 순간, 바뀌었던 것마저 바뀔 예정이다.
보라, 이제 막 모든 게 바뀌려 하고 있다.
저의 첫 장편소설 [심장개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도서 구매 : 교보문고 / 알라딘 / yes24
사전 참고 : 네이버 사전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