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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르게, 낯설게 쓰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바로 '영국 남자'이다. 처음엔 요리 경연 대회에 출전한 국가비의 남자 친구라는 점이 더 흥미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관광부, 외교부 사람들 백 명이 모여도 이보다 일을 더 잘할 것 같진 않다. 영국인이 한국을 알리는 콘텐츠를 찍는다. 주로 먹거리다. 그런데 이야기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영국 사람이 영국 사람에게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린다. 이 채널은 이제 양쪽 나라 모두가 열광하는 콘텐츠를 매주 하나씩 만들어내고 있다.


세상에 새로운 소재는 없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누군가 한 번은 고민했을 것이다. 썼을 것이다. 책으로 나왔을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소재는 없다. 적어도 당신이 나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똑같은 소재를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낯설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똑같은 소재라도 전혀 다른 콘텐츠가 된다. 나는 영국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에게 이 '낯설게 말하기'의 전형을 보았다.


처음엔 그저 한국의 과자, 술, 커피, 음식 등의 먹거리를 소개하는 채널이었다. 주변의 가족, 친구, 신부님에게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했다. 그런데 점점 더 호응을 얻으면서 이들은 확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윽고 한국의 길거리 토스트를 영국 시내에서 팔기 시작한다.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가 상시 매장이 된다. 영국의 초등학교, 고등학교, 축구 클럽, 직장을 찾아간다. 처음엔 뻔한 컨텐츠인줄 알았는데 그 방식이 매주 달라진다.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이제 영국남자는 외국 배우나 연예인, 가수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찾는 인터뷰이가 되었다.


아마도 당신이 쓰고 싶은 소재는 평범할 것이다. 누구라도 쓸 수 있고, 혹은 더 잘 쓴 책들이 나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남다르게, 낯설게 써야 한다. '습관'은 익숙한 글쓰기 소재다. 베스트셀러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브랜드 컨설턴트가 쓴 습관 이야기는 어떨까? 자기 자신을 습관으로 브랜딩할 수 있다지 않은가. 그렇게 쓰여진 '스몰 스텝'은 지난 3년간 10쇄를 찍었다. 지금도 이 책을 통한 강연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 '로코노믹스'란 책을 읽었다. 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소재가 '음악'이다. 윌 스미스는 한때 힙합 뮤지션이었다. 그런데 그가 파산할 뻔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슈퍼 스타나 무명 음악가는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까? 그리고 그 계약은 왜 부당하기만 한걸까?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 부당한 계약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경제학이란 어려운 학문을 음악이란 낯선 소재로 풀어내니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 되었다. 영감이 흘러 넘친다.


최근엔 새로운 책을 하나 기획하고 있다. 그것은 책을 한 번도 안써보지 않은 사람들의 '책쓰기'에 관한 책이다. 독특하지 않은가. 책을 한 권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1년 간 고군분투하며 한 권의 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글쓰기의 기본부터 출간까지의 모든 경험을 함께 하며,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책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탁월한 작가나 유명한 교수들이 쓴 책은 이미 많이 읽었다. 하지만 글쓰기의 문외한인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쓴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일종의 책쓰기의 역발상인 셈이다.


유능한 마케터들은 에스키모에게도 냉장고를 판다고 들었다. 기존 얼음의 역할과 냉장고의 기능이 다르다는 상세한 설명은 필요치 않다. 중요한 건 통념과 선입견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데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가 아직까지 살아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절대로 다르게 말하자. 낯설게 쓰자. 그러려면 우리가 남다른, 낯선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매번 가던 출근길 버스를 트로 바꿔 타보자. 새로운 커피 메뉴에 도전해보자. 주말엔 이태원에서 생전 처음 먹어보는 메뉴로 글을 써보자. 낯섦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당신이 그 낯선 곳을 찾아가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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