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를 위한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대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후, 유니셰프에서 후원 관련 일을 하던 지인이 있었다. 이후 라이프스타일 관련 브랜드로 직장을 옮긴 그는 이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매출 최우선주의의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실무를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그의 몸이 알아차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스트레스가 밀려들었다. 곧이어 번아웃이 왔다. 사람을 관리하고 전략을 세우는, 큰 그림을 그리던 일을 하던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 상품 번호를 확인하고, 제품 촬영을 하고, 디자인을 체크하는 일이 주 업무가 되어버렸다. 물론 그 일은 눈치 빠른 대리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는 매일 실수를 연발했다. 지위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일은 그를 한없이 위축시켰다. 자연스럽게 강점은 퇴화하고 약점이 한없이 부각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마침내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그 회사를 걸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틀에 한 번 꼴로 잠을 잘 수 있는 극악의 환경이 문제였다. 그녀는 딱 두 달만 쉬기로 했다. 그러나 한 번 쉼과 여유를 만끽한 그녀가 학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그녀는 저녁이 있는 삶, 노을을 볼 수 있는 삶을 기대하며 일반 직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가 이후 6개월 동안 한 일은 물류 업무였다. 약속과 다른 환경이었지만 묵묵히 참고 일했다. 그러다가 물건을 많이 사보았다는 이유로 마케팅 일을 맡았다. 급기야 회사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까지 도전한다. 그리고 첫 회 매출 2천 만원, 두 번째 매출 5천 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을 거뒀다. 결국 그녀는 작은 규모지만 회사의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녀의 성공 이유는 직접 만나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그녀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그녀는 학원에서도 사랑받는 선생님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짧은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이들의 강점은 친화력과 언변이다. 몇 번 얘기를 나누다보면 친밀함에 기반한 신뢰를 금방 쌓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매일 매일 매출을 체크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일을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물며 직장 생활이 이럴진대 가게를 열고 사업을 하는 일은 어떨까? 회사에서 탁월하게 재고를 관리하던 사람이 매일 매일 만나는 진상 고객을 관리할 수 있을까? 아무리 거대한 고래라도 물 밖에서는 죽은 목숨일 수밖에 없다. 거대한 독수리의 날갯짓이 물 속에서는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푸념하면 사는게 다 그런 거라며 술 한잔과 핀잔을 함께 받을 뿐이다. 나는 목회를 하다가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목사님을 안다. 나는 그 두 가지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 말씀과 복음 대신 수박과 멜론을 파는 차이일 뿐,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근본적인 강점은 같은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무려 7년 간 무능한 루저 대우를 받으며 월급이 아쉬워 회사를 다녔다. 그러나 가볍다고 핀잔 받던 글쓰기 솜씨가 회사 밖에선 쉽고 재미있다며 시간 당 수백 만원을 받는 가장 큰 기술이 되었다. 회사 내에선 너무도 소심한 탓에 정치적 관계의 희생물이 되었던 성격이, 회사 밖에선 진정성 있다는 말을 들으며 나의 가장 큰 장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회식 자리에서 어울리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던 내가 수백, 수천 명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리더로 일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내가 가진 강점이 통하는 시장과 환경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과 환경을 아는 일에 많이 게으르다. 자기 자신을 알려는 노력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이 두 가지만 깨달을 수 있다 해도 우리 나라의 우울증 환자 절반은 사라질 거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Driving Force(나를 움직이는 힘)을 발견할 수 있을까? 물론 다양한 심리 검사들이 도움이 된다. MBTI나 애니어그램은 물론이고 갤럽에서 개발한 강점 검사는 꼭 한 번 받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조금만 노력을 해도 그 결과가 빛을 발하는 환경을 발견하는 일이다. 생전 글만 쓰던 나는 '강연'이라는 새로운 강점을 대학 시절 발표 수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직업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내가 글 쓰는 것만큼이나 말하는 데에도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회사 강연에서 펑크 난 자리를 메꿔야 했던 우연한 기회를 통해 나는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의 눈빛, 그리고 5점 만점에 4.9라는 피드백을 만났다. 그 한 번의 경험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결국 세바시에 출연해 60만 회 조회라는 만만찮은 반응을 얻어냈다. 삼성인재개발원을 필두로 웬만한 삼성의 계열사에서는 다 한 번 씩 강연을 했을 정도다. 지금의 내 수익의 40%는 그런 강연에서 나온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만난다. 공부방을 하다가 또 다른 사업을 해보고 싶어하는 원장님도 만난다. 이런 분들은 앞으로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나는 이 분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라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강점을 적절한 시장과 환경에 접목하는 것은 오롯이 그 자신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경험'이라는 관문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한 번에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업가들의 모임에 반드시 함께해보라. 그들이 하는 사업에 필요한 역량과 환경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능하다면 알바를 해서라도 그 일을 오감으로 체험해보라. 자신의 강점에 맞는 일은 조금만 노력해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내 몸이 그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일들이다. 강점을 알아가는 일은 곧 나를 알아가는 일이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하는 사업의 첫 번째 고객임을 잊지 말라. 먼저 나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타인이라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