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를 위한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단순한 디자인, 시각적 브랜딩의 배제, 원목과 면, 선종사원 같은 느낌의 상점... 게다가 이 브랜드는 홍보도 최소한으로 한다. 제품은 최소한의 원료를 활용해 가장 심플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로고를 붙이지도 않는다. 이미지와 텍스트는 잔잔하고 실용적이다. 가구, 주방용품, 의류, 수납도구 그리고 사무용품까지, 심플하고 깔끔한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담겨 있다. 바로 '무인양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이런 무지의 스타일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하라 하치 부'라는 철학이다. 이 말은 배가 8할만 차도 숫가락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브랜드의 본질, 즉 '핵심 가치'의 실체이다.
하나의 브랜드를 이루는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존재 이유'이다. 어떤 개인, 회사가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간단하고 강렬한 문구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브랜드 본질은 브랜드가 하는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된다. 홍보와 마케팅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함께 일할 파트너사를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브랜딩의 대상이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철학이나 조직적인 운동이든, 한 브랜드의 강력한 본질은 최고의 자산이다. 그래서 본질 찾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치과가 브랜딩을 의뢰해왔다. 우리는 몇 번의 토론을 통해 사람들이 치과를 찾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불신'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치과 치료 과정의 통증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불만은 바로 치료비가 너무도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과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과잉치료'의 여부이다. 양심치과란 말은 있어도 양심내과나 양심성형외란 말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치과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환자들의 마음을 돌려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이 치과의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직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였다.
이때 생각난 것이 바로 '어니스트 티'라는 미국의 차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는 이름처럼 ‘정직한 차’로 레드오션인 음료시장에 도전해 블루오션을 찾아냈다. 이들이 타겟으로 한 시장은 설탕과 인공감미료로 버무린 다디단 음료를 싫어하는 소비계층이었다. 어니스트 티는설탕보다 몇 배나 비싼 꿀과 메이플 시럽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달지 않은 차’라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확대해 갔다. 문제는 자신들의 이런 핵심가치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양심 냉장고'와 같은 이벤트였다. 일단 미국의 모든 주에 무인 판매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정직하게 값을 치루고 가는 사람들의 수를 퍼센트로 환산해 경쟁에 붙였다. 미국의 52개주의 정직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참신한 시도였다. 너무도 추상적인 '정직'이라는 가치를 재미와 경쟁 요소를 붙여 시각적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치과는 어떻게 자신들의 정직함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까? 에버레인이나 와이즐리, 칸투칸처럼 제품의 원가를 보여주어야 할까? 그러나 의료 서비스의 원가를 제공하는 것은 한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바로 브랜드 북과 컬처 덱이다. 다행히 이 병원의 원장님은 어느 누구보다도 윤리의식에 기반한 정직한 치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분들의 핵심 가치를 스토리로 정리한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책의 서술 방식도 가능하다면 딱딱한 브랜드 북이 아닌 에세이 형태로 써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원장과 직원이 어떻게 '정직하게' 일해야 하는지의 내용을 담은 '컬처 덱'도 만들어보기로 했다. 원장님의 이러한 고집과 철학을 편지에 담아 직원들과 비정기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 치과의 모든 브랜딩, 마케팅의 핵심 가치를 '정직'에 두기로 결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혹자는 말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정직하게 진료하는 것이 치료의 질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말이다. 사실 진정한 '탁월함'은 실제 의사의 객관적인 실력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정직과 정성 등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의사의 객관적인 역량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공사비를 횡령하는 과정에서 철근을 빼내는 바람에 무너져 버린 아파트 주차장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과연 좋은 아파트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공사 기술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튼튼한 건물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많은 부분 완성되어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원칙'대로 '정직'하게 그 기술을 활용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렇게 탁월함은 정직이라는 핵심 가치와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브랜딩의 모든 과정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가치란 다른 말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 결핍, 불안, 필요, 욕망 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치과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직한 진료와 양심적인 치료이다. 이렇게 환자와 의사 간에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면 그 치료 효과도 당연히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치과를 브랜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아닌 '핵심가치'가 된다. 이 치과가 탁월해지는 방법은 환자를 응대하고 치료하고 예후를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정직'해지는 것이다. 때로는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러한 핵심가치를 지켜가는 것이다. 그래서 정직이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Honesty is best policy)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어려운 말로 '존재 이유'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 땅의 모든 브랜드들도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이토록 브랜딩, 그리고 핵심가치란 말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가 이미 풍족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배고픔의 해결이 가장 큰 가치였던 시절에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배고픔 이상의 다양한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마케팅의 정의도 딘순한 필요를 채우는 것에서 사람들의 욕망, 즉 가치를 채우는 과정으로 진화해왔다. 당신의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가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선명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브랜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