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를 위한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최근 두 곳의 고등학교 직업 체험 수업을 다녀왔다. 많게는 18개에 달하는 직업군을 정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자는 취지였다. 멋 모르고 갔던 작년에도 식은 땀을 흘렸던지라 다시 의뢰가 왔을 때는 고민이 된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다시 교탁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 적어도 아이들은 수업 내용에 대해 솔직하다. 재미없으면 없다고 대놓고 말한다. 나와 관련이 없는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망설임없이 엎드려 자기 시작한다. 그러니 그 어떤 수업보다도 긴장이 될 수밖에. 도대체가 어설프게 수업에 임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역시나 오늘도 절반의 성공, 수업을 듣는 이의 반 정도는 아주 곤하게 잠을 정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정말 열심히 들어주었다. 걔중에는 내 명함을 받아간 10여 명의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오늘의 경험에서 진짜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가늠하고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나의 타겟이지만 누구나 나의 고객은 아니다. 오늘 내가 엎드려 자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여러가지 복합적인 생각들은 나로 하여금 '고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마케팅을 조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아주 뚜렷한 고객 프로파일을 그려놓고 이른바 '타게팅'을 하려는 노력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을 것이다.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나의 브랜드와 관계있는 키워드를 선점하는 일은 일부 회사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SNS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다보면 이 과정은 더욱 더 정교해질 수 밖에 없다. 지역과 대상, 키워드를 아주 섬세하게 세팅해야만 좋은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 기술의 정점에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벌써부터 어려움을 넘어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은 한정된 고객군을 대상으로 하는 땅따먹기 싸움과 비슷해서 결국은 자원?의 고갈을 맞딱뜨리게 되기 때문이리라. 이른바 인기 있는 키워드는 상승장의 주가처럼 그 가치가 솟구칠 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도 시간도 자본도 없는 스몰 브랜드에게는 이 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프로파일 작업이 얼마나 유용한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의 고객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무의미하다거나 무쓸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고객을 쪼개기 시작하면 정작 브랜딩의 핵심인 '가치 창출'과는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 구본형 선생이 했던 말은 그 어떤 마케팅 서적의 이론이나 메시지보다 큰 울림을 주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나무에 비유했다. 그늘과 열매를 맺으면 애써 나를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깨달음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그렇게 우리나라의 자기계발에 관한 시장에 큰 족적을 남겼고 고인이 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의 제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에 의해 추모제까지 열리고 있다. 나는 이것이 우리와 같은 스몰 브랜드에 꼭 필요한 이른바 '고객 창출'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뿜는 여왕들에 의해 하나의 무리를 이룬다. 나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과정이 이런 페로몬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애써 광고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애플과 블루 보틀에 몰리는 이유는 그들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가치'를 사람들이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싸도, 아무리 멀어도 사람들은 애플과 블루 보틀의 매장을 찾는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소리에 끌리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처럼 천재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달 한달 생존을 위해 고민하는 우리들이야 오죽할까. 그래서 필요한 일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사람들은 왜 저길 갈까? 저걸 살까? 저걸 먹을까... 블로그와 SNS의 광고 키워드를 숱하게 넣어보는 작업은 바로 그런 질문을 세상에 던지는 과정이다. 내가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도심의 간판들을 매일 같이 탐독?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세상의 필요와 욕망을 읽어내는 작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내가 가진 '매력' 즉, 페로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은 브랜드일 수록 더욱 그렇다. 스몰 브랜드는 그 자체로 창업자의 브랜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다. 내가 매력 있어야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도 매력 있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헤어 스타일을 바꾼다. 어떤 이는 특정 스타일의 옷을 고집한다. 어떤 이는 특정 연예인의 스타일을 참고해 자신만의 새로운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내곤 한다. 다 좋다. 그러나 나는 이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페로몬을 만들어낸다.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하는 스타일링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매일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글이 뿜어내는 매력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생각을 진정성있게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내가 쓴 글의 가치를 알아준 출판사를 만나 책을 내게 되면 더욱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독자들은 '모임'과 '커뮤니티'로 연결해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배운 고객 창출의 노하우다.
그러니 더욱 더 열심히 마케팅을 하자. 나의 브랜드와 관련된 키워드를 선점하고 발굴하고 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 툴을 활용해 이 키워드를 나와 연결시켜 온라인 마케팅을 하자. 나는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서도 항상 광고 관리자를 켜고 반응을 조사한다. 사람들은 어떤 주제의 글에 더 많이 반응할까? 댓글을 달까, 공유를 할까를 고민한다. 그러나 결국 이런 노력은 누군가와의 경쟁을 통해서 지경을 넓히는 과정이다. 그 영토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매력을, 페로몬을 발산하는 과정은 정 반대다. 그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나는 'small'이라는 단어를 선점해 나를 브랜딩하는데 작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런 평판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도 끊임없이 관련된 컨텐츠를 찾아 지구(땅) 위를 누비고 있다. 나는 한 개인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최근엔 '스몰 브랜드'란 주제로 이 땅의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돕고자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진 나만의 페로몬이다.
그러니 제발 남이 하는 대로 만들고, 남이 파는 대로 파는 데 만족하는 게으른 마케팅을 하지 말자. 지금도 이 땅의 수많은 마케터들이 자기만의 페로몬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기를 쓰는지 알아야 한다. 그들은 수퍼마켓을 해도 남다르게 하고(보마켓), 꿀을 팔아도 남다르게 팔고(꿀빠는시간), 증명사진을 찍어도 남다르게 찍는다(시현하다). 감자를 팔아도 남다르게 팔고(춘천 감자빵), 마카롱을 팔아도 남다르게 팔고 (뚱카롱), 도넛을 팔아도 남다르게 판다(노티드도넛). 책을 팔아도 남다르고 팔고(최인아서점), 칫솔을 팔아도 남다르게 팔고(월갓칫솔), 아기띠를 만들어도 남다르게 만든다(코니 아기띠). 브랜딩은 결국 '나의 욕망'을 세상이 욕망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자신만의 남다른 매력이 없다면 모든 마케팅은 제로에 수렴하는 끊임없는 비슷한 것들과의 경쟁에 몸을 맡겨야 한다. 부디 그런 마케팅을 하지 말자. 가장 나다운 마케팅을, 브랜딩을 하자. 어쩌면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아주 작은 운명의 여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