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hy - 세상에 질문을 던지다

스몰 브랜드를 위한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본죽은 왜 비쌀까? 여기서 파는 죽은 1000원짜리 공기밥보다 확실히 비싸다. 야채, 소고기, 전복이 들어가서 비싸다고? 편의점에서 파는 죽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나는 그 이유가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시장에, 세상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죽은 아플 때만 먹어야 하죠?" 이 질문 하나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도전은 시장에 새로운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권리도 제공하기 마련이다. 그들의 고가 정책이 여전히 통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런 도전을 감행한 브랜드들은 본죽 뿐만이 아니다. "헬스장에 가는데 왜 화장을 해야만 하죠?" 이런 질문을 던진 커브스는 여성 전용 헬스장을 오픈했다. 굳이 이성에게 예쁘게 보일 필요가 없는 여성들이 비로소 운동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경은 왜 꼭 매장에 가서 사야만 할까요?" 이런 질문을 던진 와비 파커는 새로운 판매 방식을 제안했다. 그들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5개의 안경을 택배로 배달해주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선택한 후 나머지는 돌려보내도록 했다. 은행 갈 시간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이 이 브랜드에 열광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들의 성공에는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이 있다. 바로 기존의 시장과 제품에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 즉 'Why'에 관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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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계에는 오래도록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18세기의 어느 해인가, 프로이센 땅에는 지독한 흉년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서 굶어죽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죽어가면서도 지천에 깔린 감자는 아무도 먹지 않았다. 어두운 땅의 기운을 품은 악마의 열매라는 오래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 프리드리히 2세가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앞으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는 칙령을 온 나라에 내린 것이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몰래 몰래 감자를 캐먹기 시작했다. 생각이 바뀐 것이다. 마치 콜럼부스가 달걀을 깨트려 식탁 위에 세운 것처럼. 나는 브랜딩이 그토록 강조하는 차별화가 바로 이런 생각 바꾸기, 즉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바꾸려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왜 감자를 안먹죠?" 만일 프리드리히 2세가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독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버드의 테오도르 래빗 교수는

‘마케팅의 근시안적 관점’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했다.

업의 개념을 기업의 관점에서만 규정하면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점을 기업이 무엇을(what) 파느냐에만 둘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왜(why) 사느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 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중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질문을 던져 보자. 질문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 테오도르 레빗은 이런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마케팅적 근시안'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에이스는 침대를 가구가 아닌 '과학'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본죽은 죽을 환자식이 아닌 건강식으로 광고하기 시작했다. 프로스펙스는 똑같은 신발을 조깅화가 아닌 워킹화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왜 침대는 꼭 가구라야 하지? 왜 죽은 환자만 먹어야 해? 왜 걸을 때도 조깅화를 신어야 하는거야? 이런 질문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공급자나 판매자의 위치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하도록 만든다. 파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만든다. 누군가가 화장품을 팔 때 또 다른 누군가는 '내일 아침의 희망을 판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차이가 세상에 없던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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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질문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발뮤다는 어느 날 세상의 스마트폰은 왜 다 각지고, 크고, 비슷한가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한 손에 들어오는 동글동글한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완벽하게 실패했다. 디자인 빼고 그 어느 것도 기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 디자인조차 삼성이 일찌감치 갤럭시 S3에서 시도한 조약돌 디자인과 비슷했다. 대표의 고집과 오만함이 부른 비극이고 몰락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던진 영국의 스타트업 낫씽은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갔던 스마트폰 '폰원'이 그 주인공이다. 호불호가 있으나 확실히 기존의 스마트폰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 덕분에 차기작인 '폰2'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시장을 벤치마킹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열심으로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에 딴지를 걸어보자.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동네의 과일 가게를 보면서도, 카페를 보면서도, 치과를 다니면서도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왜 병원은, 카페는, 시장에 있느 가게는 다 비슷비슷할까? 하다못해 식당에 있는 밥그릇 조차 항상 똑같은 스테인리스 그릇이 나오는게 그렇게 못마땅할 수가 없다. 법의 테두리 때문이라면 더더욱 할 말이 많다.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시현하다'는 왜 대한민국의 증명 사진은 그렇게 하나같이 똑같은가 하는 질문을 세상에 던졌다. 그리고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배경색을 바꾸는 시도 하나만으로 세상에 없던 핫한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열 배 이상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도 줄을 서는 브랜드로 말이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자. 책에서 말하는 사례들은 한 번 듣고 잊어버리자. 그리고 나의 불편, 나의 문제, 나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그 문제를 내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만들어 보자. 나는 그게 바로 세상 모든 브랜딩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세상을 앞서가는 브랜드를 만든 질문들


- "왜 증명사진은 다 비슷비슷해야 할까?" (시현하다)

- "와인은 그렇게 엄숙해야만 할까?" (위키드와이프)

- "가벼우면서도 안전한 캐리어를 만들 순 없을까?" (리모와)

- "졸음을 쫓고 활력을 주는 음료는 없을까?" (레드불)

- "자전거를 좀 더 편하게 탈 순 없을까?" (할리 데이비슨)

- "어떻게 하면 피부과 의사들이 만드는 고가 화장품을 저렴하게 팔 수 있을까?" (닥터 자르트)

- "어떻게 하면 맥주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기네스)

- "오래된 자수를 현대적으로 풀어낼 수 없을까?" (키티버니포니)

- "왜 사람들이 아웃도어 생활에 향수를 갖고 캠핑을 할까?" (스노우피크)

- "어떻게 하면 사랑과 다이아몬드를 연결할 수 있을까?" (드비어스)

- "왜 모든 호텔 방이 똑같은 것일까?" (에이스 호텔)

- "과일과 채소, 꽃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없을까?" (러쉬)

- "친환경적이고 편한 신발은 없을까?" (올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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