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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란 무엇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불만과 불평을 경험한다. 이 중 불만이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그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면 불평이 된다. 그런데 이런 불평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통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때 불평의 대상인 타인에게도 ‘좋은 점’이 반드시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감사란 이렇듯 ‘타인으로부터 좋은 것이 온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런 믿음으로 생각과 행동의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감사란 단순히 타인의 친절과 선물에 대한 반응, 그 이상의 것이다. 즉 누구에게든 좋은 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감사이다.


감사는 일상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예를 들어 정말 힘들었던 순간과 지금을 비교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에 감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반면에 가장 좋았던 순간과 지금을 비교하면 불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은메달을 딴 사람과 동메달을 딴 사람의 차이점과 같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안타까워하지만 동메달리스트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여기까지 도달한 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감사할 것들을 더 많이 찾아 불평이나 불만과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좋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시간과 돈이 생기면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자율적인 선택을 통해 만족도와 효능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 스스로 여행지와 숙소, 음식을 직접 선택하고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행복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이 바로 감사이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일상에서 매일 새로운 효능감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사이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이 밥을 먹는 아이가 어느 날 문득 한없이 예뻐보일 때가 있다. 이런 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상대를 향한 감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감사를 하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감사가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효율성은 속도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일의 효율을 높이려면 사람을 놓칠 때가 많다. 우리는 흔히 ‘너는 왜 그렇게밖에 못해’ 라고 말하곤 한다. 이럴 때 속도를 늦추는 것이 바로 감사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일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반면 사람에게 인정과 칭찬의 말을 하면 일의 결과가 더 좋아진다. 이렇게 감사의 프레임을 통해 상대방을 바라볼 때 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음악을 크게 듣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울까. 이때 중요한 것은 이른바 ‘중립적 언어’를 통해 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인지를 못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리를 줄여주지 않는다면 다투기 보다 다른 칸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렇듯 타인과의 갈등에 있어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관계와 협상이다. 갈등이 일어나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불평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 관계는 깨어진다. 핸드폰 소리로 시작해서 ‘너 지금 몇 살이야’라는 윽박지름으로 이어지면 원래의 문제는 사라지고 관계의 충돌만 남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협상을 통한 관계적인 화평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아들에게 ‘나는 너를 참 사랑하지만 이런 모습은 다른 가족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감사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삶에서 감사가 얼마나 엄청난 솔루션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표면적인 감사가 아닌 감사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감사를 일상에서, 가정에서 회복한다면 우리의 삶이 180도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이 바로 운동이다. 그런데 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감사도 마찬가지다. 게을리하면 결국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온다. 그러나 평소에 감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감정 계좌에 신뢰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적어도 기존의 관계는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감사이다. 평소의 감사를 통해 타인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 감사에 인색한 사람에겐 이런 버퍼링의 공간이 없다.


하루는 어느 노인복지관에서 강의 요청을 받았다. 문제는 강사료가 턱없이 낮다는 거였다. 고민 끝에 열심히 강의를 했더니 어떤 참석자가 내게 명함을 주며 한 번 놀러오라고 했다. 그래서 안 갈수도 없고 해서 예의상 한 번 찾아갔더니 자신의 건물 한 층이 비어 있다면서 혹시 사무실이 없으면 그냥 쓰라고 하는게 아닌가. 언제나 집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곳에 조그마한 강의장이 있는 사무실을 원했던 내게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평소의 내 기도가 이뤄진 것이다. 만일 내가 터무니없이 강사료가 낮다고 불평하거나 강의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나는 한때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 두고 빅 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강의 요청을 받았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감사 캠페인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런데 강의를 끝내고 나니 1시간 강의료로 무려 100만원이란 돈이 입금되었다. 당시만 해도 시간당 5만원을 받으며 강의를 하러 다닐 때였다. 그때까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이 받은 강의료였다. 만일 내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불평하며 강의를 거절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지금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의 어머니는 항상 ‘건수가 걱정하지 마라. 하나님은 다 계획하고 계신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심지어 유방암이 뇌로 전이되어 다리에 힘이 없으실 때도 언제나 표정만은 밝으셨다. 다리에 힘은 없게 하셨지만 팔의 힘은 남겨놓으셨다면 감사하며 웃곤 하셨다. 어느 한의학 센터에서 질문지를 주었는데 그 내용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까?’ 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전혀 없다’는 항목에 표시를 하셨다. 나는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감사를 배웠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내가 배운 감사의 놀라운 경험과 지혜들을 나누고자 한다.




한건수, 감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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