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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새로운 책을 쓰고 있습니다

1.


오늘 어느 출판사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쓰던 글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2019년에 계약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부랴 부랴 원고를 찾아보았다. 12장, 280페이지 짜리 원고를 찾았다. 출판사 대표는 왜 글을 써놓고 묵혀놓았냐고 야단을 쳤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편집자와 나눈 대화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첫 번째는 타겟을 은퇴를 앞둔 4050을 대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글쓰기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내용이 과하다는 공감이었다. 그렇다.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사방 팔방으로 방법을 찾고 있었다.


2.


그 문제의 한 가지 해법은 밀리의 서재와 리디북스, 웰라에 나와 있는 글쓰기 관련 책들을 섭렵하면서 해법을 찾았다. 약 1000여 권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보니 공통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 구체적인 표현의 방법, 리듬감 있는 글쓰기 등을 배웠다. 물론 핵심 내용을 정리해두었지만 내 책에 쓰려면 이를 활용한 나의 사례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내 원고를 다시 다듬으며 사례들을 보완하고 있다. 두 번째는 4050을 위한 글쓰기다. 얼마 전 신수정 KT 부문장이 남긴 글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져도 은퇴 후에는 또 한 번의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준비는 글쓰기임을 말해보기로 했다.


3.


하지만 나는 이런 구체적인 솔루션 만으로는 나만의 책을 쓰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글은, 책은 또한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이 좋은 글을 만든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좋은 삶이란 주체적인 삶이다.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대로 산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얘깃거리가 생긴다. 남이 만든 유행과 트렌드를 좇는 사람들에겐 '글감'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며 세상을 거스르는 사람들에엔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가 생겨난다. 그렇다면 주체적인 삶이란 어떤 삶인가.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삶이다. 그리고 그 답을 온 몸으로 부딪혀 경험해가며 해답을 찾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글감이 생긴다. 그렇게 쓰여진 책이 진짜 힘있는 책이 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영감 넘치는 책이 된다.


4.


며칠 전 나는 4050을 위한 연대를 제안하는 글을 썼다. 신수정 KT 부문장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것도 나만의 생각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답을 고민해보고 싶었다. 그 글에 달린 160여 개의 댓글도 모두 읽어보았다. 그 중 공감되는 글들을 따로 메모장에 기록해두기도 했다.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4시 경에 글을 쓰다보니 신청 폼은 만들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현재까지 3분이 신청했다. 10분 이상이 되어야 모임을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으니 아직 시간이 필요한 일인가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 후회는 없다. 궁금하면 해봐야 한다. 고민만 하도 화두만 던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세상에 내놓는 삶, 그것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삶이 좋은 책을 만든다.


5.


나의 업은 글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남의 얘기만 듣고 기록하는 것으로는 힘있는 글을 쓰기 어렵다는 사실을 20권 이상의 책을 작업하면서 배우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시작한 글쓰기 프로젝트는 교육에서부터 시작한다. 책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과 글쓰기와 브랜딩에 대한 기초적인 수업을 하며 글감을 쌓아간다. 나는 글을 '에피소드'와 '메시지'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피소든 내가 일상에서 도전한 경험들의 기록이다. 4050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위해 모임을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다음 필요한 것은 메시지다. 내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니 글쓰기는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작업이 아니다. 도전하고 살아내는 과정 전체가 글쓰기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그것은 당신의 문장력이 부족해서다. 아니다. 남에게 내놓은 '당신만의' 삶이 없기 때문이다.



* '4050을 위한 커리어 연대' 참여 신청하기

https://bit.ly/4cl613g


* 신수정 KT 부문장의 원문 글 보기

https://bit.ly/45TNW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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