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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서사'는 어떻게 대체 불가능한 무기가 되는가

[심층 분석] 글로니의 페르소나 브랜딩

현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제품 간의 변별력이 사라진 시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 방은 브랜드가 지닌 '서사(Narrative)'에서 나온다.


특히 글로니와 같은 성공적인 스몰 브랜드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창업자의 개인적인 삶과 철학이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으로 치환되는 '파운더 기반 브랜딩(Founder-led Branding)'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다. 창업자의 스토리가 어떻게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강력한 비즈니스 구조로 작동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취약성의 공유: 완벽함보다 강력한 '재기 서사'


대기업 브랜드는 언제나 무결함을 지향한다. 수만 번의 검수를 거친 정제된 이미지와 공식적인 사과문 뒤에 숨어 실수를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스몰 브랜드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창업자의 실패와 취약성이 가장 강력한 마케팅 자산이 된다.


글로니의 최제인, 최지호 자매는 과거 '스푸닝'이라는 쇼핑몰의 하락세를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화려했던 성공 뒤에 찾아온 위기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왜 자신들이 기존의 문법을 버리고 '글로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는지 그 당위성을 설명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완벽한 존재보다 결핍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존재에게 더 큰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 창업자의 실패 기록은 고객으로 하여금 "이 브랜드가 다시는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지지자로 만든다. 이때 제품 구매는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한 개인의 꿈과 도전을 지지하는 '후원'의 성격을 띠게 된다.


2. '휴먼 터치': 알고리즘의 차가움을 이기는 인간적 연결


디지털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AI가 추천하는 광고와 정교하게 설계된 랜딩 페이지에 피로감을 느낀다. 이때 창업자의 일상이 담긴 스토리는 광고라는 거부감을 지우고 '콘텐츠'로서 고객의 삶에 침투한다.


글로니가 선보이는 '팀 글로니(TEAM GLOWNY)'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식사하는 모습, 샘플의 디테일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 퇴근 후의 소소한 일상은 고객에게 '글로니'를 하나의 법인이 아닌 '살아있는 인격체'로 인식하게 만든다. 고객은 '브랜드'와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한다고 느낀다.


이러한 인간적 연결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제품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고객은 비난하기보다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하며, 이는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CS 비용을 들여도 얻기 힘든 강력한 '충성도'로 이어진다.


3. 검증된 취향: 큐레이션으로서의 창업자 페르소나


정보가 과잉된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 피로도를 줄여주는 것이 바로 창업자의 '명확한 취향'이다. 창업자의 페르소나가 확실한 브랜드에서 제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창업자의 안목을 거친 '선택지'가 된다.


글로니의 제품들에는 창업자 자매가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과 그들이 동경하는 빈티지한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객은 단순히 청바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저 창업자가 고른 것이라면 틀림없을 것"이라는 안목을 구매한다. 창업자가 직접 모델이 되어 제품을 착용하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행위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가장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도구다. 창업자의 페르소나가 일종의 '인간 필터' 역할을 수행하며, 고객들에게 실패 없는 소비라는 확신을 제공하는 구조다.


4. 의사결정의 투명성: 가치를 납득시키는 비하인드 스토리


대기업의 제품 기획서는 기밀 사항이지만, 스몰 브랜드의 제품 기획 과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재료가 된다. "이 단추를 고르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수십 바퀴 돌았다"거나 "원하는 핏을 구현하기 위해 열 번 넘게 샘플을 폐기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고객에게 제품의 가격을 납득시키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창업자가 직접 제작 과정의 고집을 설명할 때, 고객은 제품 뒤에 숨은 '노동의 가치'와 '진심'을 읽는다. 이는 가격 경쟁이라는 끝없는 저가 수주전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제안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가치 중심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한다. 고객은 이제 단순히 싼 물건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비싼 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5. 리스크 관리와 확장성: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물론 창업자의 서사에만 의존하는 브랜딩은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창업자 개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미지에 타격이 올 경우 브랜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규모가 커질수록 창업자 한 명이 모든 접점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글로니의 해법은 영리했다. 그들은 창업자 개인의 카리스마에만 기대지 않고, 그 정신을 공유하는 직원 전체를 브랜드의 얼굴인 '팀 글로니'로 확장했다. 창업자의 개인적인 취향을 브랜드의 가이드라인으로 시스템화하고, 이를 따르는 커뮤니티를 형성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즉, '창업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 모두의 문화'로 진화시킨 것이다.


6. 나다움이 곧 비즈니스의 미래다


글로니의 사례가 증명하듯, 창업자의 서사는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다. 대기업은 거대 자본으로 마케팅 기술을 살 수는 있어도, 창업자가 겪은 고유한 실패와 성공의 기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독특한 취향은 결코 살 수 없다.


결국 창업자의 스토리가 경쟁력이 되는 구조는 [진정성 있는 서사 → 인간적인 유대감 형성 → 검증된 취항의 공유 → 가치의 납득]이라는 순환 고리를 통해 완성된다. 이는 소비자를 단순한 구매자에서 브랜드 역사의 목격자이자 강력한 후원자로 변모시킨다.


비즈니스의 미래는 누가 더 크게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진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니가 내뿜는 빛은 결국 '가장 나다운 이야기'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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