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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파는 브랜드의 탄생: 모베러웍스

현대 비즈니스에서 '결과물'은 상향 평준화되었다. 누구나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멋진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맥락(Context)'이다.


디자인 그룹 모빌스 그룹이 런칭한 브랜드 '모베러웍스(Mo Better Works)'는 이 맥락의 힘을 가장 영리하고 진정성 있게 활용한 스몰 브랜드다. 이들은 제품을 팔기 전부터 자신들의 고민과 실패,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의 철학을 공유하며 고객을 '관찰자'에서 '동료'로 탈바꿈시켰다.


투명성의 미학: '빌드 인 퍼블릭(Build in Public)' 전략


모베러웍스의 브랜딩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공유'다. 이들은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부터 유튜브 채널 'MoTV'를 통해 브랜드의 탄생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브랜드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지, 로고의 굵기를 어느 정도로 할지, 심지어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과 팀원 간의 갈등까지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이것은 기존 브랜드들이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며 완벽하게 가공된 결과물만을 내놓던 방식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사람들은 모베러웍스가 겪는 시행착오를 지켜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은 브랜드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처럼 응원하게 되었고,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는 이미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었다. "과정이 곧 콘텐츠이고, 콘텐츠가 곧 브랜딩이다"라는 사실을 이들은 몸소 증명해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 "As Slow As Possible"


모베러웍스가 타겟팅한 페르소나는 명확하다. 바로 '일하는 사람(Worker)'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를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왜 일하는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브랜드의 마스코트인 '모조(Mojo)'는 자유로운 노동자를 상징하는 원숭이 캐릭터다. 이들은 "조금 느려도 괜찮다(As Slow As Possible)", "자유로운 노동자(Free Workers)" 같은 슬로건을 통해 삭막한 오피스 라이프에 위트와 철학을 불어넣는다. 일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들의 메시지는 번아웃에 시달리거나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MZ세대 워커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모베러웍스의 제품은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자신의 일의 태도를 증명하는 '태그(Tag)'이자 '정체성'이 되었다.


느슨한 연대의 힘: '노동절 잔치'와 커뮤니티


스몰 브랜드가 거대 기업 사이에서 생존하는 비결은 '팬들과의 거리'에 있다. 모베러웍스는 매년 5월 1일 노동절을 즈음하여 오프라인 행사를 연다. 이름부터 '잔치'나 '대회' 같은 단어를 사용해 격식을 허물고, 팬들이 브랜드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


이들은 고객을 단순히 소비자로 대우하지 않는다. '모챙이(모베러웍스 팬덤의 애칭)'라 불리는 이들은 브랜드의 의사결정에 의견을 보태고,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며,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서로 연결된다. 브랜드가 던진 화두에 고객이 응답하고, 그 응답이 다시 브랜드의 다음 행보가 되는 선순환 구조. 이러한 '느슨한 연대'는 광고비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된다. 모베러웍스는 제품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경험'을 팔고 있는 것이다.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협업: 메시지의 확장


모베러웍스의 영리함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확장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오뚜기, 구글, 롯데월드 등 대기업과의 협업에서도 이들은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 대기업의 시스템에 자신들의 위트를 입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재정의해버린다.


이러한 협업은 스몰 브랜드가 가진 한계인 '유통망'과 '인지도'를 한 번에 해결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대기업은 모베러웍스의 신선한 감각과 팬덤을 수혈받고, 모베러웍스는 대기업의 인프라를 통해 자신들의 철학을 더 넓은 세상에 퍼뜨린다. 이때 협업의 기준은 매출이 아니라 '메시지의 일관성'이다. 어떤 브랜드와 만나든 "일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는 본질을 놓치지 않기에, 모베러웍스의 브랜딩은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생명력을 이어간다.


가장 개인적인 고민이 비즈니스가 될 때


모베러웍스의 성공은 우리에게 브랜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브랜딩은 화려한 포장지가 아니라, 창업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공감을 얻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자"는 믿음 하나로 시작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완성된 정답을 제시하는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모베러웍스처럼 함께 고민하고, 실패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브랜드는 드물다. 이들이 깎아놓은 길은 이제 수많은 '프리 워커스'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지고 있다. 비즈니스의 미래는 누가 더 완벽한가보다, 누가 더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모베러웍스는 지금도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제품의 태그 위에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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