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소비는 더 이상 기능의 충족에 머물지 않는다. 펜 한 자루가 필요해 문구점에 가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이제 펜이 가진 필기감 너머, 그 펜을 쥐었을 때 내 삶에 스며들 '무드'와 '영감'을 소비한다. 성수동 연무장길, 붉은 벽돌 건물에 자리 잡은 '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는 이러한 현대적 소비의 본질을 가장 우아하게 꿰뚫고 있는 브랜드다. 이들은 스스로를 단순히 문구점이라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창작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큐레이션 하여 제안한다.
브랜드의 이름 '포인트오브뷰'는 문자 그대로 '관점'을 뜻한다. 이 브랜드의 심볼인 사과는 폴 세잔의 정물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잔 이전의 화가들이 사과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재현하려 애썼다면, 세잔은 하나의 사과를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주관적인 시각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포인트오브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책상 위의 흔한 연필 한 자루도 누구의 손에 들리느냐에 따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창작의 위대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들은 물건의 스펙을 나열하기보다 그 물건이 창작자의 일상에 어떤 장면(Scene)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을 가진 창작자"라는 이들의 메시지는, 평범한 직장인부터 전문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영감을 갈구하는 수많은 현대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성수동 본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세계관이다. 3개 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마치 '창작의 과정'을 층별로 구현해 놓은 듯한 유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1층 'TOOL(도구)'은 창작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도구'에 집중한다. 연필, 종이, 지우개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들이 즐비하다. 활기차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고객들은 창작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재료들을 탐색한다.
2층 'SCENE(장면)'으로 올라가면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진다. 이곳은 창작의 장면을 완성하는 오브제와 소품들을 제안한다. 단순한 문구를 넘어 서재의 공기를 바꾸는 향, 시각적 자극을 주는 소품 등을 통해 창작자의 환경을 구축하는 법을 보여준다.
마지막 3층 'ARCHIVE(기록)'는 마치 박물관이나 예술가의 은밀한 서재 같다. 희소성 있는 빈티지 제품이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문구들이 전시하듯 놓여 있다. 이곳에서 고객은 속도를 늦추고 창작의 본질과 기록의 숭고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의 위계는 고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쇼핑이 아닌, '영감을 찾아 떠나는 산책'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선사한다.
포인트오브뷰가 제안하는 독특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산책적 도구'다. 펜이나 칼처럼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자르는 '실질적 도구'도 중요하지만, 창작에는 휴식과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책상 한구석에서 맑은 소리를 내는 종,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인센스, 혹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돈되는 문객(Paperweight) 등이 바로 산책적 도구들이다.
이러한 제안은 문구의 범주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포인트오브뷰에서 파는 것은 단지 글씨를 쓰는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가 최상의 몰입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총체적인 경험'이다.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정성껏 적어 내려간 '큐레이션 카드'는 고객이 물건의 가치를 납득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스토리텔링 도구가 된다. 카드를 읽다 보면 평범한 황동 자 하나가 수십 년의 시간을 견뎌온 장인의 고집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스몰 브랜드로서 포인트오브뷰는 팬덤과의 소통 방식 또한 남다르다. 뉴스보이 컨셉의 캐릭터 '포포'를 내세워 친근감을 더하고, 뉴스레터 '포포레터'를 통해 일상의 창작자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의 재료를 배달한다. 이들은 고객을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집단으로 보지 않고, 함께 기록하고 사유하는 '창작의 공동체'로 대우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주는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과 온라인을 통한 섬세한 큐레이션의 결합은 포인트오브뷰를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성수동에 가면 당연하게 이곳을 들른다.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그 공간이 주는 긴장감과 평온함, 그리고 그곳에 놓인 물건들이 뿜어내는 '관점'의 에너지를 수혈받기 위해서다.
포인트오브뷰의 성공은 우리에게 중요한 비즈니스적 통찰을 준다. 시장에 물건이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을 고른 '사람의 안목'과 그 뒤에 숨은 '철학'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포인트오브뷰는 세잔이 그러했듯,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함으로써 문구점이라는 오래된 업태를 가장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비즈니스로 재정의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포인트오브뷰가 내뿜는 빛은 선명하다. 그것은 이들이 유행을 쫓는 대신 '본질'과 '관점'이라는 단단한 뿌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물건 하나를 통해 나만의 관점을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포인트오브뷰는 가장 우아하고 친절한 영감의 산책로가 되어주고 있다. 결국 이 브랜드가 파는 것은 물건이 아니다. 이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당신이 바라볼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답고 특별해질 것이라는 '기대'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