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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 Sep 19. 2021

오늘의 취미

PROLOGUE : 취미에 대한 글을 쓰기까지

올해 첫 발행에 빛나는 게으른 작가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2020년 1월에 재택근무를 주제로 '나는 재택근무와 그다지 맞지 않으며, 만일 다음 회사에서도 시행을 한다면 한 달에 한번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라는 글을 썼지만, 무색하게도 유례없는 전염병 창궐로 인해 전사 재택에 돌입하게 될 줄이야.



그 해는 여름 내내 추적추적 비가 내렸고 어제가 오늘, 오늘이 어제 같은 이벤트 없는 일상을 보내며 특별한 일은커녕 도리어 하루하루 건강하고 무탈한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내 세상은 기상부터 취침, 출근부터 퇴근까지 모든 일과가 이뤄지는 내 조그만 방처럼 그렇게 좁아지고 있었다.


무기력한 나날들이 지난하게 이어지기를 몇 달째, 당장 급한 일을 쳐내기에 바빠 내팽개쳐 두었던 일상을 다시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나는 이제 어떤 것들을 하며 인생을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보내야 할까, 하고 이것저것 찾아보던 차에 방치해 두었던 브런치가 한편에서 계속 떠올랐다. 처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 첨부했던 블로그에는 필름 사진만이 가득했고 작문 실력을 가늠할만한 포스팅은 하나도 없었기에 아마 브런치에서는 좋은 사진을 기대하고 작가라는 직함을 준 것이었겠지만, 사진 촬영보다는 외려 글쓰기를 하고 싶어졌다.


하고 많은 것들 중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는 단점밖에 없는 것 같은 내 성격을 긍정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어나지 않을 것들을 가정하며 나 자신을 학대하는 쓸데없는 상상력이 어쩌면 흥미로운 표현들이 가미된 수려한 문장으로 발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늘 신경이 곤두서있는 필요 이상의 예민함이 어쩌면 일상에 대한 비상한 관찰력으로 승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머릿속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글로 뱉어낸다면 머릿속의 잡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또한 있던 것도 물론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는 글감을 찾는데만 해도 거의 두 달이 걸리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무슨 책 제목도 아니고 '글 쓸 소재는 없지만 글은 쓰고 싶어' 같은 상황인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보라는 다른 이들의 조언을 곰곰이 되새겨보던 와중에 이것저것 도전해왔던 여러 취미들이 떠올랐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이라는 '취미'의 사전적 의미처럼 오로지 즐거움만을 위해 하는, 비록 어설프고 못하더라도 누구에게도 꾸지람을 듣지 않고 성적표가 날아들지 않는, 책임이나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게 필요했던 지금의 상황에 이 얼마나 어울리는 주제인가?

시작은 열정적이었지만 빨리 시들해지기도 했고 때로는 질리는 것도 모른 채 오랫동안 몰두했던, 혹은 이런 것도 취미라고 칭할 수 있을까 싶은 매우 소소하고 반복적으로 해오던 어떤 것들. 이런 주제라면 드디어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명쾌해지는 기분이었다.


푸념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사는 게 재미없다고 징징거리던 시절은 이제 창작 활동을 하면서 끝내보려고 한다. 취미에 대한 글을 쓰면서 동시에 새로운 취미인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조금 덜 심심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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