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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어른 May 01. 2024

리스본에 가야 하는 이유, 달콤한 나타

500일 세계여행 : 한 도시에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는 것

한 도시에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는 것...


단 음식을 그리 즐기지 않지만, 좋아하는 음식이 딱 하나 있다. 임신했을 때도 ㅇㅇ 맛집을 찾아다녔던 불굴의 임산부였기에, 유럽 여정 내내 줄기차게 외쳐댔다.


“오빠, 포르투갈 가서 에그타르트 먹고 싶어. 정우야, 너는 어때?”


“응, 나도 먹고 싶어.” (내 마음을 알아주는 참말로 예쁜 아들)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을 채워 바삭하게 구워낸 달콤한 디저트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맛보기 위해 기꺼이 리스본으로 간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숙소를 찾는다. 다운타운에서 다소 멀지만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먹을 수 있는 <파스테이스 데 벨렘> 도보 3분 거리 숙소를 예약했다. 오전부터 긴 줄내비가 서는 유명한 맛집이기에, 매일 아침 산책 갓 나온 따끈한 에그타르트 나타*와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다.

** 나타(Nata) 포르투갈어로 '크림 cream'이라는 뜻으로, 현지에서는 에그타르트 대신 '나타'로 불린다.


그렇다.

우리는 <파스테이스 데 벨렘> 에그타르트를 먹기 위해 리스본에 갔다.





(호선생 일기 中)
숙소예약을 해준 그녀를 믿기로 했다. 사실 이런 게 제일 편하다. 생각보다 숙소가 실망스러워도 비난받지 않으니까... 책임지지 않는 것만큼 마음 편한 건 없지만, 이것은 나의 발전을 저해시킨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온몸으로 냉기를 느낀다. 손바닥만 한 작은 히터 3개 중 하나만 작동되는데, 있으나 마나 한 손난로 수준이다. 아내의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기 시작된다.

"아휴 너무 추운데, 히터는 작동도 안 되고.. 개떡 같은 상황이네..."
"괜찮아, 옷 한 두 개 더 입으면 되잖아~"

그럼에도 괜찮다. 금세 잊혀진다.

"빨리 먹으러 가자. 너무 신난다~~ 대체 에그타르트 원조의 맛은 어떨까? 너무 기대돼~~"






Pasteis de Belem


제로니무스 수도원 곁에 위치한 <Pasteis de Belem> 은 수도원에서 다림질할 때 계란 흰 자를 사용했기에, 남아도는 계란 노른자를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저트로, 포르투갈 나타의 원형 그대로를 맛볼 수 있는 원조 맛집이다.

도보 3분 만에 도착한 <Pasteis de Belem> 푸른 천막 아래로, 에그타르트 사러 온 사람들의 긴 줄이 보인다. 잽싸게 포장 판매 줄에 서서, 한 박스 구매했다. 받자마자 바로 한 입 베어 물고는 두 눈이 커진다.


“와 진짜 맛있다.!!!!!!!”


아기새 마냥 기다리던 아이에게도 한 입 건넨다. 녀석은 온 얼굴 근육을 사용하며 놀라운 맛에 호들갑을 떨며 음미한다. 우리를 바라보던 남편도 우와~~!!! 맛있다며 감탄한다.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과 적당한 단 맛의 밸런스가 입 안 가득 퍼지며, 바삭한 타르트지 식감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와,, 정말 장난 아니다. 이제까지 먹었던 에그타르트와 비교불가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먹는 내내 온몸이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남편은 내게 벨렘의 에그타르트에 빠졌다고 아니 미쳤단다. 에그타르트 먹자고 리스본에 온 건데? 

그동안 얼마나 본토 에그타르트 노래를 불렀던가. 지금까지 여정의 노고와 괴로움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그 자리에 서서 6개입 한 박스를 먹어치웠다.



Pasteis de Belem



리스본에 머무는 일주일 간 Phil 아저씨가 방문한 샵과 유명하다는 다른 매장에도 가봤지만, 여러모로 아쉬웠다. 결국 <파스테이스 데 벨렘>에 매일 도장을 찍으며, 한 사람당 30개 넘는 나타를 먹었다. 먹을 때마다 질리지 않고, 매번 너무나 맛있었다. 덕분에 살이 무럭무럭 쪘지만 후회는 없다. 리스본에 다시 간다면, 그저 벨렘의 나타를 먹으러 가는 게 유일한 목적이라 해도 무방하다. 리스본의 다른 기억은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한 도시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한 가지 기억을 남겼다는 것, 이보다 알찬 여정이 또 있을까?








샌프란시스코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트램으로 기억된다. 숙소 가는 길에 미치광이(?) 두 사내와 함께 트램에 탔던 광란의 밤이 생생하다. 500일 여정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는 건 정우를 위한 작은 선물이다. 리스본의 유명 트램 노선 28번을 타며,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창 밖으로 손 뻗으면 닿을 만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를 노란 트램이 종횡무진하며 달린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리스본 교통박물관 : Museu da Carris



모든 종류의 vehicle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교통박물관 <Museu da Carris>에 간다. 원하는 대로 다양한 트램과 버스를 타볼 수 있고, 직접 운전해 보고, 출입문 수 백번 여닫기를 반복한다. 너무 재밌고 신난단다. 행복하단다. 리스본에서 살고 싶단다. 어린 꼬마에게 부모노릇 제대로 하면서 어른들이 원하는 것 하나 하기로 약속한다.


가끔 힘들어하지만, 엄마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걸 보면 대견하고 우리 곁을 떠나갈 날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는다. 정우를 마음껏 안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그전까지 최대한 많이 안아주고 사랑하자.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해 질 무렵 더 아름다운 벨렝탑
포르투갈 전통음악 파두, 주황빛 지붕의 고즈넉한 거리, 포트와인과 대구 크로켓
리스본 외곽 나들이 신트라
포르투갈 3대 나타맛집 <만테이가리아> 시나몬 풍미가 진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긴 줄이 서는 유명 맛집!








인상적이던 타임아웃 마켓과 지중해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던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환상적인 나타, 아름답던 근교도시 신트라와 늘 미소로 화답하던 친절한 사람들까지...

포르투갈은 다시 한번 오고 싶다. '포르투'부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의 '나자레'까지 가 볼 곳이 널려 있다.




여생의 일부를 보낼 곳으로 임명!

우리의 여생의 일부로 점찍는다.

행복한 줄 알아라.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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