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그러니
길을 걷다가 운전을 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길을 걷는 내가, 운전을 하는 내가 설거지를 하는 지금이 현실이 맞는 걸까 생각한다. 발 딛고 서있는 바닥을 바라보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고 나면 여긴 내가 사는 집이고, 내 차 안이고 내가 다니는 길이지 현실감각이 서서히 돌아온다.
일상을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그런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순간에 내 마음속에서 나는 허허벌판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주위를 둘러보며 멍하니 그곳에 앉아있다.
거센 파도가 몰아쳤었다. 몇 차례나 그랬다.
정신을 차려볼라치면 뒤에서 파도가 들이쳐 넘어지고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안은 소용돌이 같았다. 무언가를 잡히는 대로 잡고 버텨야 했다.
잠시 파도가 잠잠해진 동안에는 다시 뭔가가 오리라는 걸 그냥 알았다. 어김없이 파도는 왔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옆에 같이 있었는데 우리 같이 살았는데 허허벌판 위에 나는 혼자 앉아있다.
아빠가 먼저 갔고 동생이 사라졌고 엄마도 사라졌다.
늘 인생에 파도는 은은하게 있었지만 지난 8년 동안의 파도가 가장 거세고 아팠다.
내 인생을 뒤바꿔놨다.
나를 여기로 데려다 놨다.
그때 왜 주변에 손을 더 내밀어보지 않았냐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좀 더 힘을 쓰지 않았냐고 나를 자책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그게 최선이었어.
그거밖에 못해서 미안해.
너무 미안해.
집엔 쓰던 가구, 물건, 침구, 옷 모든 게 그대로인데 모든 것이 사라진 느낌이다.
오랫동안 몰아치다 잠잠해진 파도는 얼마나 잠잠히 있다 다시 오려나.
이게 현실인데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너무 보고 싶어
슬퍼.
울고 싶어.
용기는 어떻게 내는 거지.
가족들 몫까지 잘 살고 싶기도 해.
그런데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재미가 없어.
이걸 왜 해야 해.
그런데 해야 해
지긋지긋해.
앞으로 이렇게 어떻게 살아.
미안해. 더 잘해주지 못해서.
엄마.
예쁜 내 동생.
아빠.
보고 싶어.
미안해.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
네 몫까지 내가 열심히 살아볼게
네 몫까지 산다는 게 가능한 거야?
우리 다시 만나자 꼭.
다음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어.
지켜봐 줘요.
힘내볼게.
살아볼게.
해볼게.
될 때까지.
브런치 북 제목 '나만의 위로를 찾아서' 중에서 '나만의 위로'라는 단어는 제가 생각해 낸 단어가 아닙니다.
가수 김재중 님의 '나만의 위로'라는 곡에서 따왔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기억과 추억 속에 살아도
이미 넌 나의 영혼인걸
어떻게 살아야 너 없는데
오 내 사랑이야 넌 어디에
오 내 사랑이야 영원히'
위 부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노래는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어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의 마음이 저의 마음이기도 하고요.
저도 지금 저만의 위로를 찾고 있는 중이라서요.
표지: 사진: Unsplash의 Michal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