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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파 Oct 22. 2021

감염, 양성과 음성, 그리고 확진

어느 역학조사반원의 나날


   확진자나 확진자의 밀접접촉자와 통화를 하면서 느낀 건, 뉴스나 방송, 공공기관 홈페이지 등에서 끊임없이 알려줘서 모두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본 정보들을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거다. 나는 감염병 전문가는 아니지만, 코로나 확진과 관련된 전반적인 과정을 (짧게나마) 일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토대로 간단하게 설명하려 한다.



PCR  검사상 음성은 감염과 미감염 모두의 가능성이 있다.

1. 감염

   감염은 말 그대로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있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pcr검사를 했을 때, 바이러스의 잠복기라면 음성이 나오고,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발현이 되면 양성이 나온다. 양성은 바로 확진 판정으로 이어진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 '음성'이 나온다면, 즉 감염될 어떤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음성'은 감염되어 있을 확률이 아주 낮지만(미감염), 만약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한 후에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다면 이것은 '잠복기'일 가능성과 '미감염'일 확률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2. 잠복기

   많은 밀접접촉자들이 자가격리 통보를 덤덤히 받아들이지만, 음성이 나왔는데 왜 자가격리를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꽤나 많다. 그리고 잠복기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은 수긍하지만, 또 역시 일부는 '음성'인데 '잠복기'인지 어떻게 아냐고 반발하곤 한다.


   좀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보겠다. 당신은 어느 꽃밭의 한쪽 구석에서 흙을 담아와 당신의 화분에 담아두었다. 겉으로 보기에 이 화분 안의 흙은 그냥 흙이다. 하지만 이 안에 작은 꽃씨가 한 개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모른다. 확인하는 방법은 흙에 물을 줘가면서 꽃씨가 발아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혹은 화분을 깨서 그 안에 든 흙을 햇볕에 말려버리거나.) 이 꽃씨의 발아 기간이 최대 2주라고 가정할 때, 2주가 지나도록 흙에서 싹이 안 보인다면 이 흙엔 꽃씨가 없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거다.



꽃밭의 흙으로 채운 화분. 꽃씨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화분은 당신의 몸이고, 꽃씨는 감염 여부이며, 싹은 양성 판정이다. 공사장이나 도자기 가마 근처에서 흙을 퍼왔다면 화분에 꽃씨가 있을 확률은 낮지만, 꽃이 만개한 꽃밭에서 퍼온 흙에는 꽃씨가 있을 수 있다. 당신이 가족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마스크를 내린 채 마주 한 적이 없다면 감염 확률은 낮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감염된 다른 누군가와 마스크를 벗고 있던 시간이 있다면, 당신은 꽃밭의 흙을 담은 화분과 같은 상태다.


3. 음성과 양성


  그렇다면 음성과 양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감염력의 차이이다. 양성의 경우는 당연히 몸에 바이러스가 활동 중이고, 그 사람의 비말에는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다. 음성의 경우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바이러스가 없다. 다시 말해 감염력은 없는 상태다.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누군가와 식사를 한다고 해서, 같이 밥을 먹은 사람이 바로 감염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자가격리자들은 왜 음성이 나왔는데도 자가격리가 강제되는가? 잠복기 음성인 경우,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게 되는데, 많이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검사 결과를 받으려면 최소 하루가 걸린다. 당신이 만약 전날 코로나 검사를 받고, 다음날 오전 9시에 음성 확인 문자를 받는다면, 그 결과는 '전날' 검사 당시에 당신 몸 표면에 바이러스가 없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만약 잠복기 감염자라면, 밤새 바이러스가 무럭무럭 자라서 오늘 다시 검사를 했을 때에 양성이 나오기도 한다는 거다.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밀접접촉자를 자가 격리자로 분류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후에 설명하겠지만, 증상이 나오면 그때 검사해서 양성 나올 때까진 활동을 자유롭게 해도 되지 않느냐는 항의는, 하루 만에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었던 수많은 확진자의 케이스에 비추어 볼 때 안전불감증 수준의 무심한 방임 요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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