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늘 표현 없는 부모님이 서운했다.
다른 부모님처럼 살갑게 나를 챙겨주지 않는 부모님을 보면서 '혹시 나는 주워온 자식이 아닐까'라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벽 한쪽 구석에서 울다 잠든 적도 있었다. 그렇게 부모님의 사랑에, 표현에 목말라하고 서운해하면서 자랐다.
시간이 흘러 나는 결혼을 하였고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었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님을 이해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사실 반반이었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도 아이를 길러보니 이렇게나 이쁜데, 왜 이렇게나 예쁜 자식에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부모님이 더 원망스럽고 서운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아이들을 보면서 마냥 어릴 때처럼 맘껏 표현해주지 못할 때가 있다. 어리광이 늘까 봐, 엄마에게 너무 많이 의존할까 봐. 이젠 좀 거리를 두어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멀리서 지켜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면서 나는 말없이 아이들의 식사를 차려 주고 춥지 않게 방의 온도를 맞춰주고 이불 덮어주고 아이들 학교 이야기 들어준다. 그런데, 그 모든 나의 행동은 사랑에서 시작되었고, 그 행동 자체가 사랑의 표현이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사랑 담긴 엄마의 행동인거다.
나는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행동으로 말하고 있었다. 엄마가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무뚝뚝한 부모님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주 6일 10시간을 꼬박 일하시면서도 일요일엔 시간을 내어 가족 나들이를 가셨던 아버지와 매끼 음식을 차려 주고, 더러워진 옷을 빨아주고, 춥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시던 어머니는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내게 말하고 있었다.
'딸아, 사랑한다.'라고.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그동안 받은 것은 생각 못하고 듣지 못한 달콤한 이야기에 맘 상해 하고 있었구나'하고.
나의 철이 없음에 부끄러웠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먹고 철이 든다는 건, 이렇게 보지 못했던 행복을 보고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더 행복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