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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r 30. 2017

AI가 정말 무서운 이유

지극히 일반적인 대학생의 입장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 단어만큼 익숙한 단어도 없을 정도다. 물론 실체를 여전히 알 수 없는 "빅데이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알파고"를 기점으로 해서 사람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수 또한 급증했다. 최근 대학에서 CS(Computer Science)를 복수전공(줄여서 복전)하는 많은 수의 학생들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한다. 나 또한  본전공은 통계학, 복전은 CS다.(물론 아직 학부생이다. 졸업은 너무 힘들다)


사실 내가 CS를 복전으로 신청할 당시에는 이 정도의 열기는 없었다.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은 통계학과가 상경대(상경,경영대)에 속해있기 따문에 대부분의 학부생들은 고등학교때 "문과"인 학생들이었다. 따라서 내가 CS를 복전 신청하자 주위의 반응은 "이야. 고생하겠다야."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상경대는 물론, 문과대, 사과대 등 전공을 불문하고 소위 "컴공"을 이중전공하려 노력한다. 경영대의 경우 학점이 4점 이상은 되야 이중전공 신청 승인이 난다는 카더라도 있었다. 내가 CS 복전했다~ 라고 자랑하려는 글은 절대 아니다. (컴공 복전을 했지만 제대로 된 개발 한 번 해본 적 없는 그저 그런 학부생이다.) 사실 이런 열풍이 우리나라에서만 불었다면, 딱히 고민하거나 생각할 문제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고 최근 급성장하는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재적소에 적용하고 있다. 나는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설명할 학문적 배경이 전혀 없고 그걸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보편적인 20대의 축구를 좋아하는 대학생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무서운 점에 대해 고민해봤다.

TARGET

내가 무서웠던 것은 내가 나의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선택의 순간들을 마주하고 나름의 사고 과정을 거쳐 여러 개의 선지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사람마다 중요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택지에도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가까운 미래엔 아닐 수도 있다. 최근 추천 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TARGET이라는 미국 대형마트의 예시는 가장 유명하다. 고교생 딸을 둔 아버지는 집으로 날라온 TARGET의 우편을 보고 분노에 휩싸여 곧바로 마트로 뛰어갔다. 우편물엔 아기용품 쿠폰이 들어있었다. 고교생 딸 앞으로 아기용품 쿠폰이라니. 정말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실제로 딸이 당시에 임신을 했다는 것. Target사는 고객들의 구매이력을 철저하게 분석했고, 딸의 구매패턴이 급변한 것을 확인, 임신 상태임을 알아낸 것이다. 


추천 시스템 얘기를 하다 갑자기 얘기가 산으로 와버렸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는 아빠도 모르는 딸의 임신 사실을 알 정도로 알고리즘은 무서워지고 있다는 것. 사실 내가 겁이 나는 부분은 추천시스템의 성능이 아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우리는 시스템에 지배될 수 있다는 점이 날 무섭게 만든다. 사람의 취향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시스템이라면, 수동적으로 그 사람에 맞추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 사람을 바꿔나가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 기업이 본인들의 상품을 구매하게끔 사람들의 구매패턴에 일종의 "교육"을 통해 바꿔나가는 것이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큰 부분으로 자리잡아나갈 것이며 사람들의 선택은 더 이상 "사람"의 선택이 아닌 것이 된다. 인터넷 추천상품들에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리스트업된 화면을 보면서 "얘네는 내 취향을 잘 알아!"라고 마냥 신기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은 어디에서 오는 거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 곧 오게 된다. 사실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무섭다고 생각한 두 번째 포인트는 사람들이 확률이라는 개념에 갇히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잃을 수 있다는 것. 인공지능은 확률에 기반한다.(인공지능 수업을 들었는데 저것만 기억한다...) 알파고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두게 설계되어있다. 최근에 디즈니에서 발표한 연구를 살펴보면 이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굉장히 흥미로우니 관심있으신 분은 들어가보시길)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확률'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쉽게 말해 '너가 그 위치가 아니라 여기로 갔으면 득점 확률이 XX.XX% 올라갔을거야!'와 같이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추천해주고 있다. 결국, 첫 번째로 무서운 것에 맥락상 같은 내용이지만, 이 연구의 대상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라는 것에서 조금은 다른 무서움을 느꼈다. 사실 축구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11/12 시즌의 Manchester City의 극적인 우승이었다. 당시엔 '박지성'이 나오면 경기를 보는 이른바 '국뽕' 축구팬이었는데, 이 경기를 보고 맨시티의 팬이 됐다. 

위에 있는 영상은 지금까지도 생각이 날 때 종종 본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맨시티가 후반 종료 직전 5분 동안 2골을 몰아넣으면서 '말도 안 되는' 역전승을 거뒀는데 이는 확률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희박한 사건이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 경기를 보는 팬들 모두 경기를 볼 때 이길 확률이 몇 퍼센트야! 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체력 상태, 선수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홈팀이 이길 확률, 어웨이팀이 이길 확률이 화면에 표시되는 그림을 그려보면 말그대로 정말 슬프다. 스포츠도 돈이 밀접하게 되어 있는걸 뻔히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슬프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매 경기마다 이길 확률이 낮게 측정되고, 실제로 경기에도 패배하는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경기를 보는 팬들은 과연 재밌을까. 아마 그 때의 사람들은 경기에서 이기는지 지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어느 회사 알고리즘이 경기 결과를 더 잘 맞추는지에 더 관심을 둘 수도 있다. 인간이 확률의 세계에 갇힐 때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극적인 우승 이후에 피치 위에서 울고 있는 맨시티 팬

맨시티가 극적으로 우승할 때에 내가 감명받은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보다 맨시티 팬들의 반응이었다. 백발의 노인이 울면서 인터뷰하는 모습, 경기장에서 온 몸으로 우승의 순간을 즐기는 팬들의 모습.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위에 올려놓은 사진. 유니폼에 새긴 문구는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고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내가 다 슬퍼서 눈물이 펑펑 쏟아질 지경이었다.(진심이다...) 스포츠는 누군가의 삶에 있어서 확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곧 그런 의미들이 무뎌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나는 그 순간이 가장 무섭다. 내 구매패턴을 교육해서 기업이 원하는대로 물건을 사게 해도 좋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내 취향이 이제 이런갑다' 하면서 살면 별 문제 없을 거 같다. 그런데 스포츠(축구)는 예외다. 스포츠에는 사람이 마음껏 흥분하고, 기뻐하고, 분노하면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내 감정마저 확률에 종속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하지만 기술은 내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심지어 그 속도마저 매우 빠르다. 사실 축구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분석으로 대표되는 최신 기술이 가장 늦게 도입되고 있는 스포츠이다. 이미 야구, 농구, 미식축구에서는 데이터 분석가들이 팀에 영입되기 시작했고, '확률'로서 경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이길 수 있어야 하고, 구단은 그 승리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며 팀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기는 결과만을 바라보며 팬들이 팀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경기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서 우리는 팀에 대한 애정(혹은 애증...)이 생기는 법이다. 


첫 번째 이유도 무섭지만, 나는 두 번째 이유가 더 무섭다. 

다가오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피할 수도 없다. 그런 현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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