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만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티스트 Sep 07. 2016

떡볶이 한 접시 속 개똥철학.


대학 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에 소주 한 잔 걸치며 감성팔이를 했습니다.

술을 먹지 않는 제게 있어 떡볶이는 그저 눈 앞에서 먹어치워야 하는 매콤달콤한 음식 일 뿐!

정신없이 포크질을 하다보니 어느 덧 접시에는 하나~ 둘~ 셋 넷...

딱 네 가닥의 떡볶이만 남아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만난 친구들은 오래 갈 수 없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주변 사람들이 자주 했던 소리 입니다. 하지만 제 대학 생활은 참으로 즐거 웠습니다.

많은 친구들과 즐거운 나 날들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십 년이 훌쩍 지나 버린 지금.

제 곁에는 두 놈의 사내 녀석만이 남아 아저씨 향기를 듬뿍 듬뿍 뿜어내고 있습니다.


"난 친구도 많고 주변에 사람도 많은 사람 부자야!"

이십 대 중반까지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 스물 다섯 살. 장례식 장에서 어머니는 많은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너의 아빠가 이렇게 가서 장례식장이 참 쓸쓸 할 것같아."


하지만 어머니의 우려와 달리 그 장례식 빌 것만 같았던 공간들을 채워 준 건 제 보물이자 자랑이었던 친구들. 

즉 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가면서 어느 날 부턴가 저는 이런 생각에 사로 잡혔습니다.


'나는 무척이나 외로운 사람이구나...'


친구들은 술을 즐기지만 나는 안 먹으니까, 각자의 생활이 바쁘고 삶의 방향도 다르니까, 결혼 했으니까 친구보단 가족이 우선이니까! 온 갓 변명거리를 떠올려 봅니다. 친구가 사라지고 외롭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 말 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께 질문 하나 던져 볼게요.

여러분은 친구 혹은 자기 사람들을 왜 만나고 있나요?

좋으니까? 전부터 그랬으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요?

나이가 들면서 실제로 친구가 줄지 않았고. 주변 사람이 줄지 않았어도 저 같이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일까요?

조금만 시간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떡볶이가 처음 제 앞에 놓아져 그릇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로 말이죠.

저는 떡볶이를 매우 좋아 합니다. 떡볶이를 먹기 전 제 상태는 몹시 허기진 상태 였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그릇엔 떡볶이 네 가닥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자 이제 이유가 나왔습니다.


아! 그래서 그런거구나! 같은 반응. 반면  이게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라며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으로 갈릴 것 입니다. 이해가 안 가신 분들을 위해 가정을 세워 봅시다. 접시에 담겨 있던 떡볶이를 자신의 주변 사람(친구) 들이라 가정하고 글을 다시 읽어 보세요.


떡볶이는 왜 그릇에서 사라졌을까요?


그거야 배가 고파서 뱃 속으로 집어 넣었으니까!


그럼 주변 사람들은 왜 사라 졌을까요?


그거야.............................................


배가 고프다는 건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욕심이자 욕구 입니다. 떡볶이를 먹는 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행위죠.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계산적으로 변합니다. 아무리 친했던 친구도 어른이 되어 만나면 그 때의 풋풋한 감정은 느껴도 현실의 벽에 부딪칩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을 하나의 도구,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그 채움의 행위로 떡볶이를 허겁지겁 먹은 것. 내 필요에 의해서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혹은 내 취향에 맞는 사람들만 편애하고 골라 만나는 행위. 이 두가지 행위는 본질적으로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봅니다.

물론 저 역시도 누군가를 필요로 만나고 누군가 역시 저를 필요에 의해서 만나기도 했을 것 입니다. 그 과정에서 잘려진 관계들도 존재할 것이구요. 하지만 그 잘라내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실수입니다.

필요에 의해서 잘려진 사람들이지만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 입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이 말은 사람 관계에서도 분명하고 명쾌한 답을 내려 줍니다.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목적에 의해서 우리가 잘라 낸 사람만 있을 뿐 입니다.

만약 관계의 필요성에 의해 잘라 낸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의 장점에 대해서 말이죠.


"아 그리고 보니 그 사람 참 유쾌한 사람이었지!"


분명히 좋은 점이 있을 것이고, 당신이 생각한 그 좋은 부분은 언젠가 당신에게 큰 도움으로 다가 올 것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떡볶이 한 접시 속 개똥철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