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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Feb 21. 2017

(감사)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분명히 매일 먹는 고기였지만 오늘은 뭔가 남달랐다. 위아래 합쳐 토탈 8개의 어금니를 이용해 그 어떤 질감의 음식도 분해해서 넘겼건만, 지금 입 안에서 버티고 있는 녀석은 평소와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선천적인 왼손잡이로 태어난 탓에 보통 왼쪽 어금니를 많이 이용 했기에 그 쪽 턱 근육이 발달해 있었다.  

    

“너 보톡스라도 맞아라. 얼굴 불균형이 좀 심하네.” 

    

친구들은 내 얼굴을 보면 반사각이라 불렀다. 오른쪽 턱 선은 부드럽게 내려오는 데 근육이 발달한 왼 턱은 각이 크게 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르는 소리 하지마라. 이 턱 덕분에 내가 행복하다.’     


인간의 3대 욕구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라 한다. 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먹지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생의 행복 3분의 1를 날리는 것 아니던가?     


 난 그래서 지금도 행복하다. 내 입안에서 춤추는 소고기의 육질이 혀에 고루 퍼져있는 돌기 속 미각을 자극하고, 나름의 박자에 맞춰 스텝을 맞추는 턱과 고기의 마찰이 나를 황홀케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매일 저녁 내 구강 안에서는 파티가 열린다. 많은 이가 열광하는 금요일 밤 클럽 스테이지처럼 열광적인 무대가 펼쳐지는 곳. 그 곳이 바로 내 입 안이다.      


그런데 오늘은 문제가 좀 있다. 클럽으로 치면, 술에 진땅 꼴은 손님. 게다가 풍기는 이미지나 생김새도 딱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흐리는 꼴의 그 손님이 내 입 속에 찾아 온 셈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철근이라도 씹어 먹을 것처럼 단련되어 있던 왼 턱과 어금니가 콜라보를 이루어 그 불쾌한 손님을 진압하고자 했지만 좀처럼 제압당하지 않는 것이 오늘 불청객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여, 오른쪽 보고만 있지 말고 지원해줘.”     


평소 도움 없이도 일을 처리해 오던 왼쪽이 오늘은 힘에 겨운지 오른쪽 턱과 어금니에도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8개의 어금니가 총동원 되고, 이도 모자라 수문장 역할의 앞니도 나서 그 불쾌한 손님을 제압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막강했다.     


“이거 안 되겠어. 강제로 뒷문으로 추방해.”     


도저히 자신들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현실을 인지한 이빨들이 혀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들은 온 힘을 다해 그 손님을 목구멍으로 밀어낸다.     


“꿀꺼~~~어......커커커...커어억.”     


문제가 생겼다. 입안에서 어떻게든 추방시키는 데만 집중한 탓에 손님의 몸짓과 통로의 크기를 가늠하지 않았다.      


“앗 나의 실수!”     


뇌에 피가 쏠리고, 혈압이 오른다. 미친 듯이 답답하다. 인간의 몸에 수많은 구멍이 있고, 한번쯤은 다 그 구멍이 막히는 경험을 해봤지만, 그 어떤 막힘도 이런 고통을 선사하진 않았는데 이번은 그 강도가 다르다.     


“카아악 카아악....”     


숨이 막히다. 식탁에 앉아 있는 것도 벅차다. 난 의지와 상관없이 그대로 땅바닥으로 넘어간다. 그리고는 동물적으로 몸을 굴리며 발버둥 친다.     


“크어어,컥컥....”     



왼 손을 든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가슴팍을 내려친다.      


쿵~쿵~쿵~~~     


가슴팍 밖에서도, 안에서도 쿵쾅댄다. 그리고 안에서 울려대는 소음은 더더욱 귓가에 크게 들려온다. 마치 그 것은 시한폭탄의 초침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짹각짹각”     


어느 덧 심장 소리는 벽장에 걸려있던 시계의 초침과 하나가 되며, 폭발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이대로는 안 된다. 곧 터진다. 터진다는 것은 내 안에 담겨 있던 모든 것이 밖으로 표출 된다는 것이다. 안 돼, 그 것만은 안 된다.     


 내가 밖으로 몰아내고 싶은 것은 단지 하나다.고기...


매일 같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 했다. 부드러운 육질과 육즙이 내 입안에서 춤추는 그 사실이 행복했다. 그런데 내게 행복을 주고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던 그가 그 동안 내가 느낀 행복을 모두 모은 것도 모자라 그 이자까지 합친 거대한 크기로 불행을 안겨 주려 한다.     


 억울하다. 이대로 터질 순 없다. 물론 그 동안의 행복을 죽음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면, 감...아니야. 인정 할 수 없다. 이대로 죽기는 싫다.      


“내가 너 따위에게 굴복 할 것 같아?”     


 혼신의 힘을 다해 냉장고로 향한다. 자칫 잘 못해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라도 하는 순간 끝장이다.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냉장고 문을 연다. 그리고 하단에 고이 모셔져 있는 1.5리터 생수를 집는다. 뚜껑을 전광석화의 손놀림으로 제거한 후 그 내용물을 무작정 입으로 쑤셔 넣는다. 액체가 혀를 타고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냐고? 모르겠다. 그 순간 몇 달 전 막혔던 변기가 떠올랐다. 무슨 짓을 해도 막힌 변기가 뚫리지 않았고, 난 샤워기를 들고 무작정 변기통 안에 물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십 여분을 있었을 때 다시는 뚫리지 않을 것 같았던 변기가 시원하게 뻥~소리를 내며 뚫렸다. 물론 그 방법이 맞았던 건지, 시간이 지나 해결 된 것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그 때의 기적이 내게도 일어나길 바랄 뿐.      


“버...벌컥...벌....컥.....”     


마시는 물의 반은 입 밖으로 쏟아지며 내 발을 적셨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저 이 물 병안 생수가 완전히 바닥 날 때까지는 들이 붓는 수밖에... 그 때,     


펑!!!!     


그 순간 난 분명히 들었다. 내 귓구멍 안 두 고막을 터뜨릴 만큼 거대한 충격음을....그리고 난 그 충격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휘이이....휘이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소리. 그 잔잔한 공기의 떨림에 살며시 눈을 뜬다. 덮개가 제거 된 후 밝아진 동공에 맺힌 물체는 통 밖으로 물을 거의 다 뱉어 낸 생수 통이었다. 거기서 조금 시야를 내 몸 쪽으로 당겨 본다. 콧잔등 근처에 지구상의 것이라고 보긴 흉측한 무언가가 놓아져 있다.     


잘근잘근 씹어대던 고기였다.      


“하....하하하하하하...”     


고기를 보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데 그 눈물과 함께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한 참을 울다가 웃고, 울다가 웃고를 반복한 후, 난 숨을 크게 들이 키고 내 뱉었다. 그리고는 천장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말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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