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수면교육을 시작하다
나는 만 34세에 아기를 낳았다. 그전까지는 내가 해낼 수 있는 성취들을 열심히 해내며 자기 통제를 잘 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아기를 임신하고 나서 이것저것 공부를 하면서 '나도 요즘 엄마들처럼 수면교육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프랑스, 미국 등 외국은 다 자연스레 수면교육을 한다던데 우리나라만 아기가 엄마, 아빠랑 같이 자고 안아재우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괜한 수고로 보였고, 나를 너무 불필요하게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과 나의 시간도 중요하며, 내 수면의 질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수면교육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하게 자세한 내용을 많이 공부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명한 의사 선생님 유투브 자료, 수면 교육 업체들의 영상들과 자료 등을 찾아봤고, 수면교육 책을 읽고 맘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면교육을 하는 내용을 많이 찾아보았다. 이때까지 나의 생각은 '그래. 이렇게 하면 되지. 잘 안되는건 엄마가 뭔가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일거야.'였다.
드디어 23년 7월 아기가 태어났다. 처음에는 수면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쉬웠다. 아기는 먹고, 자고, 싸는 시간밖에 없었고 깨어있는 시간이 아주 적었다. 신생아때까지는 어차피 수유도 자주해야하니까 아기 옆에서 자야지 생각했더라서, 아기 침대 옆에 바닥에 내 이불을 깔고 잠을 잤다. 그리고 안아서 재우면 안된다고 하니까 되도록이면 아기를 눕혀서 재우려고 했다.
그런데 아기가 신생아 시기를 지나고 생후 1개월, 2개월차로 진입하자 아기를 재우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아기는 이제 그냥 눕히면 잠들지 않는 경우가 생겼고 계속 울었다. 그런데 나는 이때도 수면교육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믿고 아기의 울음을 애써 외면했다. '아기가 자는 법을 몰라서그래. 배워야하는 거니까 알려줘야지.' 하며 충분히 달래주지 않고 안눕법을 해본다고 안아서 조금 잠들라치면 내려놓는 것을 반복하기도 하고, 쉬닥법이라고 해서 쉬- 소리를 내며 토닥이기만 했다. 백색소음기도 사서 틀어보았다. 그런데도 우리 아기는 잘 잠들지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했지만 물어볼데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싼 돈을 들여 수면 컨설팅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3개월 말이 되자 아주 문제가 심각해졌다. 정말 잠도 잘 못들고, 새벽 중간에 깨서 우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무식하게 아기를 키웠던 것 같은데, 예를 들어 7-8시 사이에 잠들어야 하는데 만약 5시에 분유를 먹다가 잠들면 깨웠다. 시간이 갈수록 아기는 더 목놓아 울고 더 힘들어했다. 머미쿨쿨이라는 좁쌀이불을 사서 눌러주면서 남편이 쉬닥법으로 재웠었는데 이것도 이제는 안통했다. 쪽쪽이를 물려놓으면 잠에 잘 들었는데, 그 당시에만 해도 쪽쪽이를 쓰는것도 불안해서 (괜히 나중에 습관될까봐) 바로바로 빼느라 아기는 충분히 잠들지 못하고 쪽쪽이도 뺏기고 계속 울었다. 그렇다고 안아서 재워주지도 않을거면서...
드디어 3개월 말, 4개월 초에 진입하면서 아기의 울음은 더욱 심해지고 새벽에 깨는 일이 잦아졌다. 남편은 저녁형 인간이라 새벽 2~3시에 잠들어서 9시, 10시에 일어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새벽 시간에 아기를 온전히 케어해야했다. (남편이 물론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기를 봐주었지만 아기가 울면 무조건 나도 깼으니... 새벽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게 너무 힘들었다.) 늘 머미쿨쿨, 백색소음, 쉬닥법으로 분리수면을 하고 있었는데... 쪽쪽이를 쓰면서도 불안해서 완전히 빼고 나도 다시 자러가고 싶었는데 아기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쪽쪽이를 빼기만 하면 울었다. 이때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퍼버법을 적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사실 내가 즐겨보던 유투브들에도 수면교육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었고, 부모가 그냥 모른척 자라길래 그러면 되겠지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퍼버법 시도한 첫날 아기가 30분만에 잠들고 다음날은 15분, 10분 이렇게 울음이 짧아진다던데 내 아기는 아니었다. 점점 울음이 강렬하고 길어졌고 급기야 수면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수면교육을 하면 대신 아기 깨어있는 시간에는 많이 안아주고 아기 요구를 다 들어주라고 해서 그러고는 있었는데, 깨어있는 동안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기가 수면교육을 잘 따라와주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불안감은 더 심해졌고 (아기에게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듯한 느낌) 영유아검진에서 완고한 방식으로 수면교육을 하는데 아기가 더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아기의 기질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하셔서 5일만에 퍼버법을 중단하였다.
근데 그렇게 하고 퍼버법을 그냥 접었어야 했는데... 아기의 수면 문제는 개선이 안되고 쪽쪽이를 찾는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새벽에 자꾸 깨니까 나도 잠을 같이 자지 못했고 이미 아기때부터 안아 재우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기는 나에게 안겨서 잠들지도 못했다. 안눕법, 쉬닥법을 계속 해도 안되고 나 혼자 새벽을 감당하는게 너무 무서워졌다. 남편에게 이야기하자 남편은 퍼버법을 하려면 쭉 밀고 가야하는 것 같다며 나에게 결정을 하라고 했다. 이미 산후우울증으로 내 불면증 문제도 심각해졌고, 혼자서 언제까지 안고 같이 자며 아기를 재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퍼버법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약 일주일간 이번에는 낮잠까지 한번에 퍼버법을 진행했다. 조금 더 제대로 적용해보려고 수면교육 유투브도 제대로 시청해서 열심히 했다. 아기는 2시간 내리 운적도 있었고, 대체로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를 울어제꼈는데 점점 스스로 포기했는지 10분, 5분, 3분으로 잠드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와, 드디어 성공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블로그에 수면교육 방법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자랑도했다. 그런데 좋았던 날도 아주 잠깐이었다. 아기는 잘 자는 횟수가 늘어났지만 내 불안은 오히려 엄청나게 커져버린 것이다.
'겨우겨우 잠들었는데 아기가 또 깨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계속 해서 떠오르고 불안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아기가 깨는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나는 낮이고 밤이고 잠에 들지 못했다. 혹시 아기가 새벽에 깨면 정말 가슴이 콩닥거렸고, 아기가 수유를 하고 잠에 들어도 나는 또 이방법이 맞나 계속 수면교육에 관한 지식을 찾아보곤했다. 아기는 어느순간 홈캠으로 보면, 잠자리에 누워서 혼자서 나를 부를까말까 계속해서 고민을 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투정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에도 혼자 30분 ~ 1시간이고 잠이 안와도 머미쿨쿨안에서 자기 손가락을 꼬물대며 그것만 보고 놀았다. 그렇게 참다참다 울어도 나는 달래주지 않는 엄마였다. 왜냐하면 퍼버법은 쭉 밀고 나가야하니까. 나와 아기의 이런 모습들이 나에게는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고 뭔가 문제가 생긴 것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내 불면과 불안은 더욱 심해지면서 나의 정신상태를 갉아먹었고 산후우울증임을 직감하고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수면교육을 서서히 포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