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부정적 감정들을 마주하고 소화시키기
예민한 기질의 아기를 키우는 일은 참 쉽지 않다. 예민한 아이라는 편견과 틀 속에 가두고 싶지 않아 부단히 애를 쓰지만 자꾸만 예민한 아이라고 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왜 이렇게 정신적, 육체적 체력이 딸리는지 엄마로서 아기를 키우는 일에 늘 고군분투하고 곤두서 있는 것 같다.
요 근래는 정말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 아기는 통잠을 잔 적이 거의 없고 잠에 정말 예민한 아기이다. 그런데 돌이 지나고 잠깐은 공갈젖꼭지로 잠 연장이 잘 되더니, 요즘은 더욱 잠들기 힘들어하고 새벽에 2~5번은 계속 깬다. 깨더라도 안아주거나 토닥거리거나, 우유를 먹이면 바로 잠든다면 큰 문제가 아닐텐데 한번 깨면 오열을하고, 2시간씩 놀고나서 우유를 먹어야만 겨우 진정이되어 다시 잠에든다. 어제는 이상하게도 5번 이상 깨서 계속 울었는데 이 때문에 잠을 아예 자지 못했다. 3시에 겨우 잠든 아기, 7시도 안되어 운다. 왜이렇게 울면서 깨고 잘 못잘까.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닐지 걱정이 되면서도 심히 짜증이난다.
이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고, 아기는 밤에 나만 찾으니 13개월이 다 되어가는 동안 한번도 편하게 잠을 자본적이 없다. 게다가 하필 오늘은 오랜만에 남편이 친구들과 하루종일 약속이 있는 날이다. 남편은 내일 하루종일 놀다가 새벽에 올거라며 신신당부하였는데(오랜만의 자유데이), 나도 남편도 아기도 컨디션이 영 아니다. 게다가 유아식은 왜이렇게 힘든지. 원래 요리도 안하던 내가 매일 요리를 하려니 너무 힘이든다. 아직 간을 하지 않는 아기이기에 반찬을 사 먹이는 것도 금전적으로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밥도 고기도 안먹고 특이하게 야채만 그렇게 먹는다. 매일매일 야채를 계속 쪄도 남아나지 않는 반찬들... 오늘도 남편이 나가기 전에 모든 야채를 쪄두어야 한다. 근데 아기는 남편이 아기를 잠깐 봐주는 그 사이에도 계속 짜증을 내고 운다. 남편도 예민하니 아기에게 화를 내고,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버겁고 지친다.
아기는 다 이런걸까? 요구사항이 끊이지 않는데 잠깐이라도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지러지고 울고, 요즘은 나에게서 떨어지기만 하면 운다. 근데 안아줘도 진정이 안되고 짜증과 화를 낼때가 많다. (화 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뭔가 서럽다는 듯, 엄청 짜증이 난다는 듯 소리지르고 칭얼거리고 운다.) 이것저것 다 맞춰주고 끊임없이 안았다 일어났다가 흔들다가 놀아줬다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도 그때뿐이지 또 금방 울어버리는 아기. 내가 없으면 너무 울고 칭얼거려서 양가에 잠깐 부탁드리고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만약 아기가 나 없이 남편이랑 둘이 있으면 더욱 예민해져서 장소라도 바뀌어버리면 엄청 울기 때문에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고생이다. 왜 이럴까? 도대체 너가 뭐가 불편하기에 이렇게 힘들기에 소리지르고 화낼까. 그것도 끊임없이...
아기를 이해하고 싶어 예민한 아이에 대한 책을 엄청나게 빌려본다. 읽으면서도 우리 아기랑 맞나? 아닌가? 계속 생각하게 되고,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나름대로 화도 한번도 안내고 차분하게 키워보려고 괜찮은척, 여유있는척 하는데 나도 에너지가 딸린다. 사실 나도 불안이 높고 성격이 급한 사람인데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기에게 이게 전달이 되었을까? 남편도 예민한 사람이라 우리가 요즘 더 티격태격하는데 이런게 아기에게 영향이 가나? 알수가 없다. 뭐 하나 자신있는게 없고 나는 노력한다고 하는데 구멍뚫린 독에 물 붓는 느낌이랄까.
힘든 이 와중에 다시 한번 상황에서 좀 더 멀어져 생각해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또 노력!.. 하). 까다로운 기질의 아기에 관한 책 중에 한 구절, '까다로운 기질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주변으로부터 공감을 받기 어렵고, 계속해서 자신을 자책하게 되기 쉽다.'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래 맞아, 그렇다고 했어. 내가 너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나도 심리학을 공부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고, 아기를 처음 키우다 보니 내 안에 여러가지 감정이 마구마구 올라온다. 내 한계를 마주한것 같고 부정적인 감정(지침, 짜증, 예민, 화)이 가득 차오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마음 속 갈등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그냥 어린이집에 몇시간이라도 맡길까, 잠깐이라도 시댁에 맡기고 나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좀 할까 싶다가도 아기가 나랑 떨어지면 이렇게 힘들어하고 울고 보채는데 누구좋자고 하는 건가,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기가 좀 더 나아질때 해야하는건 아닌가, 어린이집에 가도 선생님들한테 사랑도 못받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도 이것저것 예민하게 생각하는 엄마라서 더 힘든건가 싶다. 나도 원래 그런거지, 울어도 어쩔 수 없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걸 어쩌겠나. 아기가 자꾸만 신경쓰이고 안쓰럽다. 휴. 남편도 나도 예민하니 아기도 예민한게 당연한가 싶기도 하고...
아침에는 정말 잠깐이라도 환기를 시키고 싶어 남편이 나가기 전 20분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하려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왔다. 이 와중에도 읽고 있는 책은 「예민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이라는 책이다. 아기를 부정적으로 보고싶지 않아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아기를 너무 이상화 시키지도, 너무 축소시키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특성을 바라보고 적당한 기준과 단단함을 제공하는 엄마가 되고싶은데 그 길이 너무나 어렵다. 그래도 조금씩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 보면 더 수월해지고 나아지는 날이 오겠지.
도대체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버겁지만 그래도 이 가운데 발견할 수 있는 보물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위해 운동을 한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영적으로 채움을 받은지도 오래되어서 너무 힘들지만 다시 한번 그 시간들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이러다 맨날 노력만 하다가 끝나는건 아니겠지 하는 비아냥 거리는 마음이 올라오지만 아휴 어쩌겠나...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들고 지쳐있구나 싶어 허탈한 웃음이 난다. 허허허. 나중에는 육아로 지친 부모들을 위한 상담에서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예민한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팁이나 교육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 수련시간으로 삼아본다.
아기에게...
금방 심심해하고, 금방 무서워하고, 금방 짜증내고 불편해하는 너... 그래도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은 해볼테니까 우리 오늘도 잘 지내보자. 즐거운 순간과 시간을 조금 더 만들어 줄 수 있게 노력해볼게. 안되는 건 안된다고 가르치고(훈육이 아직 안된다고 하지만... 야채만 너무 많이 먹어서 설사를 하니까...허허허.. 안주면 냉장고 가르키며 오열에 짜증... 건강과 관련된거니 타협할 수 없겠지...) 너의 짜증을 견뎌낼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마음도 단단히 먹어볼게. 그래도 힘들다. 흑흑. 잘 못하고 있는것만 같은 시간들이지만 언젠가는 이 노력이 너의 바탕이 되어 빛나는 시간이 오리라 믿으며...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쉬는 시간을 가지니 좋다... 낮잠 조금만 더 자주렴. 하하. 좀 있다 또 재미있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