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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 May 20. 2024

행복한 가정과 출산을 얼마나 가치있게 생각하는가(1)

저출산 문제에 대한 견해

 요즘 한국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문제 중 하나가 바로 '저출산'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78명(한 여자가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라는 유례 없는 숫자를 기록하며 전 세계 꼴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어떤 특정한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우리나라의 경제, 문화, 사회적인 모든 문제들이 섞여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주거 안정과 소득 문제가 많이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특히 수도권의 집값은 계속해서 치솟고있다. 계속해서 부동산 거품이 꺼져야한다는 이야기는 반복해서 나오지만 사실상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굉장히 작을 것으로 예상한다. 권력을 잡고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 흔들린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휘청이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나라 유지, 정권 유지를 위해서 부동산 가격을 관리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 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수준이 맞아야 하는데 서울과 수도권에 모든 일자리가 몰려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치솟고 지방의 아파트는 남아도는 현상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 20년전 내가 고등학생일때부터 이미 사회시간에 지방분권이 중요하고 일자리 분산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 교과과정에 있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순한 이론일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탐욕을 없앨 수 있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이 이루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처럼 높은 집값은 이제 막 독립하여 가정을 꾸려야하는 젊은이들에게 큰 짐이된다. 주거 안정이라는 것은 사람의 심리적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의 주거 환경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상을 안정감있게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집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언제까지 여기에 거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져본다면 그렇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많은 대출을 받아야만 내집을 마련할 수 있고 원금과 이자라는 큰 돈을 계속해서 갚아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하는데 일자리는 안정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돈도 많이 벌고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자 하는 개인의 목표와 자아실현적인 측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아실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사실은 자아실현이라기 보다 명예욕, 소유욕, 인정욕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한국의 학생들은 초등학생때부터 성적에 대해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요즘은 교과과정이 바뀌어 시험 자체가 없다고 듣긴 했다. 그렇지만 영어 공부, 사교육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라는 것이 대학을 결정하며, 그것이 개인의 사회 지위를 어느 정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도 학생들도 성적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것들 보다는 공부라는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고 학생들도 자연스레 그러한 가치관을 배운다. 대학에서도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뼛속에 새긴다. 그래야 부모, 친구, 사회의 인정도 받고 돈도 많이 벌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치열하고 숨막히는 삶인가. 살아가면서 일과 돈이 생존에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고 느껴진다면 누가 나의 일과 돈에 '방해'가 되는 아기를 낳고자 하겠는가?


 다른 하나는 무너져버린 공동체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살면서 나 혼자 아기를 키우지 않았다. 그래서 아기를 키우는 방법을 많이 배우고 도움도 받을 수 있었고 그 일이 이렇게 한 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핵가족 사회에서는 아빠 혹은 엄마 중 한 사람이 아이 한명을 온전히 키워내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기를 낳아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소중한 아기를 또 아무데나 맡기고 싶지 않으며 그런 결정을 하는 마음도 참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내가 믿을 만한 사람들, 아기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짐을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위에 언급한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라도 아기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아이가 각종 공부, 과외,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빠 혹은 엄마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커리어, 성취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직장이 필요하며, 거기서 돈이 나온다. 그런데 그 돈은 고스란히 아이를 위해 사용되며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퇴근 시간 까지 아이가 활동 해야 할 곳을 찾아야하니 또 과외비가 드는 것이다. 더 웃긴건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예전처럼 아이들이 자유롭게 동네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학원에 다니고 부모가 서로 알아야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꼭 공부가 아니라 줄넘기도, 다양한 노는 활동도, 천문대에 가는 것도 다 돈을 내고 배운다는 것이다. 그곳에 가야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 놀이터에 나가있는 아이는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이 참으로 슬프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분위기를 회복하는 것이 쉽지않다.


 할말이 너무나 많지만 이처럼 저출산에 얽히고 설킨 다양한 문제들을 하나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할까? 나는 무엇보다 가정과 아이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하는 일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문제들은 해결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개개인이 그리고 사회가 점차 가정과 출산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하고 제고하는 것이 그나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혹자는 사회는 변하지 않으면서 개인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도있다. 그러나 인간 역사상 모든 사회에는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존재했고 문제들이 없어지고 개개인이 모두 공평하게 행복한 유토피아는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어찌보면 사회 탓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에도 매우 유익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과 아이의 가치는 돈, 명예, 소유보다 더 크고 더 깊은 것이다. 그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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