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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utier Oct 06. 2020

발레와 친해지는 방법 1)

헬스장조차 안 다니던 내가 발레를 꾸준히 하게 된 방법 중 하나는 '발레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그 친구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발레학원 가는 첫날 버스에서 나와 같은 유니클로 후리스를 입은 사람이 있어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내가 가려는 발레학원에 가는 것이었다. 그는 발레학원에 다닌 지 일주일 된 똑같은 초보였다.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첫날부터 탈의실에서 맨 몸을 공유했고 서로 허우적거리는 것을 목격하며 위안을 삼았으니.


발레 친구가 가장 좋은 이유는 나머지 연습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수업하고 나면 모르는 동작도 정리하고 싶고 스트레칭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연습을 해야 늘고 늘어야 재미가 붙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간다. 발레 친구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발레 친구와 수업 끝나고 매일 스트레칭을 했다. 처음 나는 너무 뻣뻣해서 앉아서 발 끝에 손이 닿지 않았다. 양 옆으로 다리를 찢는 사이드 스트레칭은 90도도 되지 않았다. 친구와 "우리 30초만 버텨보자"고 한 달 연습을 하니 그래도 스트레칭이 편해졌다.


발레 초보자가 남아서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집에서 연습해야지 하는 생각하는 건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칭을 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집에서 스트레칭을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집에서 몸을 풀지 않고 스트레칭을 하다가 몸에 부상이라도 생기면 발레와 친해지는 건 더욱 어려워진다. 발레가 무서워지기 때문이다.


발레 친구가 있어서 좋은 점에 대해 스트레칭에 대해서 국한시켜 말한 이유는 일단 초보단계에서는 스트레칭이 가장 필요하고 기본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건 발레에 있어서 스트레칭은 말 그대로 기본일 뿐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스트레칭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자세를 체크할 수도 있다. 수업시간에 몰랐지만 선생님께 혼자 물어보기 어려운 동작을 물어볼 때 옆에 친구가 있으면 질문하기 훨씬 편하다. 남아서 연습을 하면서 영상을 서로 찍어주는 것도 좋다.


발레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쉽다. 남아서 홀로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눌러드릴까요?", "잡아드릴까요?" 물어보거나, 함께 바(bar)를 사용했던 사람에게 "잠깐 골반 좀 눌러줄 수 있나요?"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정중하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기다렸다는 듯 도와줄 것이다.


발레 친구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사적인 대화 없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발레 친구 중에는 나이도 직업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발레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1시간을 수다 떨 수 있다. 사실 어느순간부터는 사람을 사귀기 위해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공유하고 호칭을 정리하고 하는 과정들도 귀찮을 때가 있다. 발레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1번자세 턴아웃이 잘 안돼요." 말 한마디

아니면

"발레치마 어디서 샀어요?"

만으로도 금방 가까워질 수 있다.


특히 함께 진한 땀을 흘린 사이라면 서로에게 마음의 문이 열려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그정도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면 성향, 가치관 등이 비슷해 쉽게 친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생 갈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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