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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May 18. 2020

아침시간, 일상의 사치

다시 잘까 일어날까를 고민한다면

생각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날 때가 있다. 다시 잘까 그대로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요즘 5월의 일출은 새벽 5시 조금 넘어서다.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하고, 새벽 특유의 촉촉 내지는 축축, 습한 풀냄새가 스민다. 보통 때라면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어쩌다 알람도 채 맞추지 않은 일출이 시작될 무렵 깨는 날이 있다. 부모님은 보통의 평일에 늘 이 시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하신다. 이렇게 꽤 오랜 시간, 내가 살아온 시간 만큼을 사셨다. 아침형보다 조금 이른 새벽아침형 인간이다. 타의와 자의가 섞인 것일 거다. 


종종 오늘처럼 이 시간에 깰 무렵이면 고민하게 된다. 다시 잘까, 아님 일어나서 새벽시간에 뭐라도 도 할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둘의 갭이 너무 크다는 것. 다시 자는 건 너무도 달콤하고,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멍한 상태로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건 늘 몸과 정신이 바짝 긴장하게 되는 일이라는 거다. 둘 중에 매번 후자를 선택하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니 부담은 조금 덜고 처음에는 그 시간이 익숙하지 않다면 다르게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달콤한 아침잠을 안 자고 일어났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꼭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 대신 아침에 늦게 일어나 바쁘게 허둥지둥했을 때 하지 못했던 리스트를 세워보는 거다. 차 한잔 끓여 마시기, 창문 열고 먼지를 탁탁 털어서 침구 정리하기, 머리 바싹 말리기, 오늘 읽을 책 천천히 고르기, 반찬 몇 가지 더 꺼내서 먹기 등 정말 고작 몇 분의 차이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는 아침의 사치. 이 목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르니 등교 전, 출근 전 몇 분이라도 더 자는 게 좋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지금 아침잠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에 나와 같은 입문자들은 처음부터 무리하기 보다는 선택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조금 더 오래 지속하기 좋다는 것. 시간의 효율적인 쓰임을 생각하기 보다는 늦게 일어나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하며 내게 추가로 주어진 것만 같은 플러스 시간을 밀어내듯이 채워가는 거다.


우리는 시간이 절대적이라 생각하며 하루 24시간을 나누어 쓰지만, 실은 모두에게 같은 시간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핸드폰 게임을 10분하는 것과 코어 스트레칭 10분하는 일의 체감 차는 크다. 낯선 시간을 내 시간의 리듬으로 가져오는 데에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경우 오늘 아침 글을 쓰고, 일정을 정리하고, 밥을 짓고, 차를 끓이며 새벽을 보냈다. 내일의 아침을 기다리는 마음이 조금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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