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_살아보기
태풍 같던 바람이 어느새 잠잠해졌다.
아침,
햇볕이 주는 따뜻함과 공기가 주는 상쾌함에 마음이 동요된다.
저 멀리 바다에는 며칠째 조업을 못 했던 배들이 북적였다.
2월 초 집 앞 밭에는 붉은 흙이 지천이었다.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생각해 보니 유채꽃은 2월 초부터 이미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다.
그래도,
밭은 여전히 황량했다.
오늘 붉은 밭은 초록과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정확한 꽃 이름은 알지 못해 그냥 들꽃이라고 이름 지었다.
원래 본연의 이름이 있을 터인데,
그냥 들꽃이 잘 어울린다.
이 꽃은
봄의 시작을 알리고,
봄의 끝을 보기 전 그 모습을 감춘다.
정말 봄에 잠깐 볼 수 있다.
짧은 순간, 생명의 시작을 알려주고 본인의 역할이 끝나면
미련 없이 꽃잎을 떨군다.
나도 이 꽃처럼 제 역활을 다하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