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최종면접까지 기분 좋게 보고 결과만 기다리던 친구. 그날에 차마 위로해주지 못한 나를 자책하며 적어둔 글이 있다. 전달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의 기록이 나를 향하는 말 같기도 해서 이렇게 올려본다.
친구야, 오늘 네 연락을 받고도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허둥거리다 웃어버린 내 맘을 몇 글자 적는다. 네가 얼마나 오랜 시간 차분히 달려왔는지 알기에 그 노력이 오늘로 결과가 되는 줄 알았다. 아직은 그 달리기가 언제까지고 다시 달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네. 내가 얼마나 허둥거렸는지 널 위로할 맘을 다 꺼내지 못해 미안하구나. 너는 실패한 과정을 밟은 것은 아닌데 오늘 받아 들은 말은 '불합격'이란 세 글자로 돌아오는 것이 허무함이라는 말로는 표현치 못할 '텅 빔'이겠구나. 너나 나나 이제껏 무언갈 억지 부리며 살아온 게 아닌데 오늘은 좀 억지를 부리고 싶다.
친구야 참으로 네가 건강한 사람임에 감사한다. 너의 그 건강한 마음이 널 다시 책상 앞에 앉히겠지. 그 과정의 끝이 무엇이든 어떤 종류의 즐거움으로 같이 술 한 잔 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내가 바닥을 기는 삶을 살 때 네가 날 돌아봐주었듯, 언제든 네가 힘들어 멈추게 되더라도 내가 한없이 네 하소연을 들으며 서 있을게.